[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지능정보시대로 일컬어지는 오늘을 대변하는 교육은 한 마디로 평생학습이다.

학교교육에서 체득한 지식, 기술의 수명이 짧아지고 대부분의 시민들이 50대 전후로 직업과 삶에서 성인 2기를 새롭게 출발하면서 학령기 이후의 학습체계는 국가나 산업, 노동계에서 모두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이는 우리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유럽연합 등을 포함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평생학습 사회의 건설은 여러 면에서 시급하다. 직업과 기술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새로운 고용능력의 창출이란 측면에서 보면 실효성있는 평생학습 체제의 구축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

이미 ‘평생직장’이란 말 대신에 ‘평생직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직장인과 퇴직자들에게 고용능력(employability)의 유지 발전이 화두가 된 지 오래이다. 더하여 직업 능력에서 취약한 시민들에게 언제 어디에서나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적 삶을 재건할 수 있게 도운다는 점에서는 사회적 포용성과 응집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처럼 지능정보 학습사회에서 생애에 걸친 평생교육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산업사회의 전통적인 대학교육과 대학정책을 새롭게 해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하고 대학에 대하여 구조개혁을 요청하며 정원을 줄이고 퇴출시키는 축소지향의 대학정책은 구시대를 전제로 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대학은 지금의 지능정보사회를 구성하는 네트워크의 허브역할을 담당하면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대학 자체로도 저출산으로 20대 초반의 전통적 학습자들이 급감함에 따라 성인학습자에게 눈을 돌려야 하며, 성인 2기를 준비하는 시민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이제 대학은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가치공동체의 특성을 회복해야하는 일과 더불어 평생학습의 차원에서도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산업사회의 전통적 대학 개념을 넘어서 지능정보사회에 적합한 ‘대학과 대학교육’의 개념을 재정립해야한다.

이는 ‘상아탑’으로서의 전문지식 공동체이자 현실에 대한 비판적 지성의 공동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평생학습사회 실현을 위한 산업, 일자리 및 가정과 연계된 개방 공간으로 대학에 대한 인식전환이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사실 시민을 위해 전문 지식을 재구성하고 그 유통과 지식소비를 진작시키는 일은 동시에 대학교육이 더욱 민주화됨을 뜻하기 한다.

개념이 재정립된 대학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제도와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대학의 입학과 과목이수, 자격 및 학위 수여 등의 제도가 고등학교 졸업생 뿐만 아니라 직장인, 일반인들에게 매우 원활하게 개방되어 누구든 원하는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산업-보통교육의 원활한 정보 및 인적 교류와 더불어 새로운 강의 제도의 구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온 오프(On/Off) 라인의 결합 등 교육 방식이 다양화하고, 학점은행제와 시간제등록제가 융합된 학점취득 체제가 등장하여야 할 것이며. 손쉬운 참여가 가능하도록 시민을 위한 지능정보사회형 전문지식포탈의 구축도 필요할 것이다.

한국형 대중 전문 온라인강좌 제도(K-MOOC)의 확산과 더불어 대학 강의를 자유롭게 일반인이 수강할 수 있게 하는 제도도 등장하여야 할 것이다.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대학이 수여하는 기술자격과 학위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학과 직장(산업계 등) 및 가정 그리고 고등학교가 평생 학습의 관점에서 상호 개방적으로 연계되는 체계의 구축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자격과 학위 체계의 변화는 시민들의 직업과 삶을 매우 유연하게 바꾸게 될 것이다.

“곧 직장에서 퇴사하는 ‘나’는 대학과 연계하여 조금 더 공부하고 원래 내가 지닌 기술을 바탕으로 AI자격을 접목하여 새로운 기술사 자격을 대학으로부터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일은 내게 조금 더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틀림없이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지닌 사람은 국내에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관심과 능력이 존중되고 여러 계층과 연령대의 학생들이 함께 배우면서 자신의 행복과 필요를 이루어나가는 대학교육을 꿈꾸어 본다. 아마도 캠퍼스는 다양성과 역동성이 넘칠 것이다. 즉 전통적인 20대의 학부생, 대학원생, 중장년 및 노년의 성인학습자 등 3세대가 함께 하는 캠퍼스에서는 청바지도 양복도 백팩도 손에 든 서류가방도 모두 수업과 조화를 이룰 것이다.

학령기 인구를 중심으로 대학입시 전형이라는 치열한 전쟁을 통하여 입학이 이루어지는 지금의 대학과는 너무나 다른 상상이다. 말로 하는 ‘학벌중심 사회의 탈피’가 아니라 현실로 이루어지는 ‘능력중심 사회의 대학’을 보게 될 것이다.

정치적 쇼와 대중주의를 넘어서, 진실로 미래로 걸어가고 싶다.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k-lee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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