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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동 목욕탕 노포 ‘약수탕’ 이태승 대표 “동네 목욕탕은 진짜 레트로를 체험하게 하는 핫 플레이스”
김경일 기자 | 승인 2019.11.26 09:41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김경일 기자

[여성소비자신문 김경일 기자] 동네 마다 하나씩 있었던 목욕탕은 이제 보기 힘든 것 중 하나다. 현대의 목욕탕은 동네 목욕탕부터 대형 스파시설까지 다양하다. 1980년대 이후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대부분의 집은 목욕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대중탕’은 이미 사양 산업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그 자리를 대형 사우나와 고급 스파, 그리고 찜질방이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영영 사라질 듯한 대중목욕탕을 리모델링하여 쇼룸이나 갤러리, 그리고 카페 등으로 재해석한 곳이 생겨나면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뉴트로(New+Retro: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 트렌드의 인기에 힘입어 각 지역마다 목욕탕을 리모델링해 명소가 된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북촌 계동에 있던 중앙탕을 개조한 젠틀몬스터는 쇼룸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복합 문화 예술공간으로 재해석한 서울 마포구의 행화탕과 대구 동성로의 문화장이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목욕탕을 개조하여 상업시설인 고깃집으로 만들거나 식당으로 만들어 이목을 끌고 있는 곳도 있다.

이처럼 목욕탕은 요즘 들어 여러 모습으로 재해석되어 나타나고 있지만 목욕탕 은 오래 전부터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해왔던 공간이다. 최근 리모델링된 모습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는 목욕탕은 옛 목욕탕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며 중·장년층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감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레트로(retro 과거의 모양, 정치, 사상, 제도, 풍습 따위로 돌아가거나 그것을 본보기로 삼아 그대로 하려는 행위)와 연출한 느낌이 있었던 뉴트로 트렌드에서 진짜 뉴트로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찐트로’가 신조어가 생겼다.

40년간 상도동에서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는 ‘약수탕’ 이태승(52) 대표는 요즘 찐트로를 체험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김경일 기자

목욕탕(沐浴湯)의 역사

목욕탕(沐浴湯)은 돈을 받고 여러 사람에게 목욕을 하게 하는 시설이다. 우리나라의 대중목욕탕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한국으로 이주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일본인들은 자주 목욕을 하는 습관 때문에 목욕의 불편을 느껴 공중목욕탕을 설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여러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옷을 벗고 목욕을 하는 것은 천민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거센 반발이 있었다.

1924년경 평양에서 공중목욕탕이 처음 생기게 되었고, 이후 서울에서도 1925년에 대중목욕탕이 생기게 되었다. 한국의 목욕문화는 이태리 타올과 때밀이가 생기면서 차별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중후반에는 찜질방이 생기고, 스파시설과 수영장 및 워터파크가 생기면서 한국의 목욕문화는 발전했다.

상도동 노포 약수탕에서 바라 본 동네 목욕탕 모습

상도동의 약수탕은 40년째 운영되고 있는 동네 목욕탕이다. 이 대표는 6살 때 이사와 지금 약수탕 건물에서 46년간 함께 한 상도동 토박이다. 이 대표에게 있어 약수탕은 직장이자 집이다. 이곳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아버님 가업을 이어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학시절 아버님이 갑작스러운 병환을 겪으시게 되면서 욕탕업을 이어받게 되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약수탕 문을 열고 저녁 7시30분에 목욕탕 문을 닫는 일을 평생 해오고 있는 셈이다. 언제나 4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하고 하루 종일 카운터에 있어야 한다.

1980년~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약수탕은 주말이면 줄을 서서 올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후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웬만한 집에는 목욕 시설이 생기고, 주변에 대형 찜질방도 생겨나면서 현재는 하루 70명~100명 정도의 손님들이 찾는다.

물가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도 커피값 밖에 안되는 6500원의 목욕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이곳을 주로 찾는 고객들이 단골들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목욕비를 그만큼 올리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부분의 주 고객들이 중장년층 이상이고 노년층이 많기 때문에 부담없이 자주 찾는 곳으로 오게 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욕탕업 특성상 여름 석 달은 비수기고 겨울은 성수기이긴 하지만 매년 매출이 조금씩 감소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부터 젊은 세대들의 목욕탕 이용이 증가하는 추세이기에 기대를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가장 보람된 순간이자 약수탕을 계속 유지하게 하는 진짜 이유는 지친 피곤한 몸으로 들어와 목욕을 한 후 행복한 표정으로 웃으시며 나갈 때 때 전해지는 느낌 때문이에요”라고 말한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찐트로’ 성지로의 도약, 상도동 약수탕의 시그니쳐 ‘입욕권’과 ’표통’

“약수탕의 이름은 이 지역에 약수터가 있어 물이 좋은 곳이었기 때문에 목욕탕 이름을 ‘약수탕’이라 지었고, 이 때문에 오랜 단골들이 많이 오셔요.”

약수탕은 온탕(39~42℃)과 냉탕(18~22℃), 열탕(43~45℃)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매일 새벽 4시30분에 물을 받고, 영업시간이 끝나면 물을 빼고 청소를 하는 게 이 대표의 하루 일과다.

그는 “현재 약수탕에서 일하시는 분은 여탕에 세 분, 남탕에 두 분이 계시고, 특히 경력이 오래된 이발사 분과 세신사(때밀이)분들이 있는 것이 자산이에요”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약수탕의 시그니쳐는 찜질방에서 볼 수 없는 ‘입욕권’과 ‘표통’이 있어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이 모습을 보고 신기해 한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런 긍정적인 변화를 통해 희망을 갖고 있으며, 젊은 세대들이 언제든지 와서 편안하게 목욕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여탕 출입 가능한 남자아이는 5세 미만

보건복지부는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2019년 10월 30일부터 11월 9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목욕업소의 이성 출입 연령이 하향 조정된다. 보건복지부는 입법 예고 기간에 국민 의견을 수렴한 후 개정안을 확정하고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목욕업소의 이성 출입 연령 조정 방안은 202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 목욕탕의 문화 남탕과 여탕이 달라

한국 목욕탕은 남탕과 여탕의 문화가 다르다. 남탕의 경우 수건, 비누, 샴푸, 치약, 스킨, 로션이 전부 구비되고 있지만, 여탕의 경우엔 수건이나 비누, 샴푸등 목욕용품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11년 KBS 소비자 고발 프로에서 실험한 결과에서 여탕 분실율은 80%고, 회수율은 20%로 회수율이 좋지 않게 나왔듯이 대부분 여탕은 수건을 제공하지 않는 문화가 되었다.

남탕의 목욕시간은 평균적으로 보통 30분 정도에 불과하고 길어도 1시간 정도다. 여탕의 경우는 목욕시간이 평균적으로 긴 편이다. 여탕은 단지 씻는 목욕만 하는 곳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데려와 휴식을 하고 즐기는 사랑방 역할의 공간이기도 하다.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지만 예전에는 수도 요금을 아끼려고 목욕탕에 가서 빨래하는 모습도 있었다고 한다. 한국의 입욕문화는 모든 남성들이 벗고 있지만, 일본은 수건으로 가리고 들어가는 풍습이 있고, 동남아시아나 유럽, 아랍 등 많은 나라들은 팬티나 바지를 입고 입욕을 하는 듯 다른 풍습을 갖고 있다. 이에 외국인의 대중목욕탕 체험은 문화충격이 된 사례가 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사라져 가는 동네 대중 목욕탕의 ‘찐트로’ 트렌드

통계청에 따르면 찜질방, 온천탕, 대중목욕탕을 포함한 욕탕업체 수는 2012년 전국 9808개에서 2017년 6225개로 줄었다. 2017년 기준 목욕업 종사자 수는 2만7001명이다.

물 절약 등의 이유로 목욕탕은 지역 독점 사업이었으나, 1983년에 거리 제한이 폐지되었다. 그후 우후죽순처럼 생긴 목욕탕과 대형 찜질방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어 많은 동네 목욕탕이 폐업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동네에서도 찾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복잡한 대형 목욕탕보다 호젓한 동네 목욕탕을 선호하는 문화도 남아 있어 동네 사랑방의 역할을 하고 지역 커뮤니티의 기능을 하는 동네 목욕탕은 아직도 매력적인 장소로 꼽히고 있다.

또한 젊은 세대들이 오래된 노포를 찾아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진짜 뉴트로 트렌드에 적합하기 때문에 이런 문화가 앞으로 동네 목욕탕에 생기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새록새록 생겨나면서 오래된 상도동 약수탕처럼 지역 노포가 지역 명소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도 엿보였다.

김경일 기자  imagemod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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