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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이터 3법 개정에 소비자주권 보장해야 한다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 승인 2019.11.26 09:45

[여성소비자신문] 최근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를 서두르고 있는 이른바 ‘빅데이터3법 개정안’에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의료/바이오 등 신기술을 활용하는 빅데이터 산업육성은 경제발전의 대단히 중요한 국가정책이다. 이를 뒷받침할 법제정비는 시급한 입법과제에 속한다.

그런데 그 주요내용이 개인정보 활용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2018년 11월부터 빅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의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었다.

빅데이터3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해당 법안들은 국회 소관 상임위 문턱을 1년 이상 넘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11월12일 여야3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전환 국면을 맞이했다.

빅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신용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을 말한다.

이 빅데이터 3법에는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이 소관 부처별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생긴 불필요한 중복 규제를 없애고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맞춰 개인과 기업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폭을 넓혀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발전시키려는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정보통신업계 및 관련업계는 전형적인 규제 일변도의 자물쇠를 일시에 풀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빅데이터 3법은 추가 정보의 결합 없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안전하게 처리된 가명정보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명정보를 이용하면 개인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 제품 등을 개발할 수 있어 기업들이 신사업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보면 개인정보 관련 개념을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로 구분한 후 가명정보를 통계 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분산된 개인정보보호 감독기관을 통합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격상하여 일원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는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개인정보보호 관련 사항을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하는 내용이다. 온라인상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 및 감독 주체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변경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은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금융 분야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 및 이용해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다른 산업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해 빅데이터 분석 및 이용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한 것이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가명정보의 경우 통계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해 신용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이용,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관련법도 개정되어야 실효성 있다

보건의료분야에는 이미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설하여 환자의 인적사항과 병력, 입·퇴원 기록 등 모든 의료 정보를 전자화해 저장하는 전자의무기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19년 기준 공공의료 빅데이터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소유한 것만 3조4000억건에 달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약 3조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그냥 모셔두고 활용을 하지 못하는데 있다.

개인의 의료정보를 모아 분석하고 연구 목적으로 쓰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혀 있다. 뿐만 아니다. 내 의료정보를 나조차도 마음대로 볼 수 없고 내 의료정보를 활용해 사전에 건강을 관리하는 헬스케어는 아직 그림의 떡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환자는 자신의 의료정보를 의료기관으로부터 받은 출력된 사본으로만 확인할 수 있고, 디지털 정보를 받을 수 없게 규정되어 있다. 또한 의료기관에서는 환자를 제외한 다른 의료기관이나 타인에게 의료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

2018년 애플은 ‘애플 헬스 레코드’ 플랫폼을 만들었다. 개별 병원에 저장된 각 환자의 진료·처방기록과 진단결과, 예방주사 기록들을 환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하여 자신의 의료 정보를 한 데 모아 보면서 사전에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이 애플의 서비스를 우리나라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빅데이터 3법이 개정되어도 많은 부분에 있어 의료법의 규제가 남는다. 의료정보 데이터를 의료기관과 의료인에게만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 의료법 규정을 각 환자 개인이 자신의 의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최근 김세연 의원이 발의한 개인의 데이터 소유권을 인정하는 '민법' 개정안도 의료정보 등 데이터 주권확립을 위해 적극 검토될 수 있다고 본다.

가명정보 처리는 안전한가?

빅데이터3법은 4차산업혁명의 과학기술발전을 위해 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인정보인권의 침해가 수인한계를 넘어서 개인정보보호를 포기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을 것이다.

가명 처리를 했으니 안전한가? 가명 정보는 통계값 같은 익명 정보와는 다르다.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을 재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생활에서 실제 사례를 생각해 보자. 환자들은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약국에 내고 약을 받아간다. 약국에서는 처방 내역, 약국 정보, 처방 일시 등의 정보를 약학정보원이 제공한 프로그램을 통해 입력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가 우리도 모르게 빅데이터 업체인 IMS헬스에 팔려나갔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전국의 약국과 병원에서 4399만 명의 의료정보 약 47억건이 판매됐다고 한다. 약학정보원과 IMS헬스는 주민등록번호를 암호화했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된 민형사 소송이 진행 중인데,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 이런 개인정보 판매가 합법화될 것이다.

소비자주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빅테이터3법 개정안에는 다음과 같은 소비자보호를 위한 내용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첫째, 가명정보 활용은 공익적 목적에 한정하고, 안전조치 전제되어야하며,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개인정보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정보 주체의 동의 없는 가명정보 활용은 공익적 목적에 한정해야 하고, 반드시 안전조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공익적 목적으로 가명처리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되어야 하며, 익명처리를 통해서 이러한 목적이 달성될 수 있으면 익명처리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현재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는 개인정보 감독기구를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구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하여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것은 적절한 조치이다.

둘째, 개인정보의 관련개념을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로 구분하고, 각각 적합한 활용과 보호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가명정보는 일부 식별자가 제거되어 직접적인 식별이 불가능하여도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식별이 가능해지는 정보이다.

익명정보는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도 더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이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적용을 받아 적절한 안전조치를 전제로 일정한 조건에서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고, 익명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정보의 개념과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하기 위한 익명정보 개념의 도입은 개인정보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

셋째,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예방과 피해구제제도의 강화가 필요하다. 가명정보가 시장조사 등 사적 이익을 위해 개인정보 주체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 공익적 목적에 한정해서 활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예방과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입, 배상명령제와 과징금 상향이 필요하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기업들의 개인정보 보호 수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지 않다. 기업들이 개인정보의 유출과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엄격한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개인정보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빅데이터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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