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와 EU집행위원회 경쟁총국(이하 EU집행위)이 제1회 한-EU 경쟁정책 세미나를 11일 개최했다.

공정위는 한국공정경쟁연합회 교육장에서 ‘디지털 경제에서의 경쟁법 집행’을 주제로 EU집행위와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공정위 및 EU집행위의 법집행 담당자들과 국내‧외 학계, 법조계, 정보기술(IT) 업계 등의 경쟁법 전문가들이 모여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경쟁법 집행 경험’을 공유하는 한편 경쟁당국의 바람직한 역할을 논의했다.

세미나는 ▲디지털 경제의 특징과 경쟁정책의 과제 ▲디지털 시장에 관한 경쟁법 집행 사례 ▲하이테크 시장에서의 경쟁 이슈와 정책 대응 등 3가지 주제로 나누어 진행됐다.

공정위는 향후 EU집행위와 함께 디지털 경제 및 하이테크 시장에서의 새롭게 발생하는 담합이나 독점력 남용행위를 억제하는 한편 디지털 기업의 혁신 유인을 약화시키지 않을 정책과 법 집행 방향을 고민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발표에 앞서 신영호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전 세계 경쟁법 커뮤니티의 화제이자 과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경제하에서 글로벌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이번 세미나도 디지털 경제에서의 경쟁법 집행을 주제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파괴적 혁신을 거듭하며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우버 등과 같은 플랫폼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등장, 가격 인하 등 소비자의 삶은 획기적으로 변화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이면에 존재한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며 신산업 분야에서는 네트워크 효과 쏠림현상 등으로 인해 승자독식의 원칙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거대 기업들이 시장 지위를 남용하거나 잠재적 경쟁자를 미리 제거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력을 통해 경쟁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할 유인이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를 이용한 개인별 가격 차별, 알고리즘 담합 등 새로운 경쟁 제한 행위도 출현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OECD 등 국제 경쟁법 커뮤니티는 ‘기존의 경쟁법 프레임이 디지털 신경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경쟁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많은 의견차가 있는 실정이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신 국장은 그러면서 “공정위도 흐름과 특징을 반영하여 기업결합심사 기준을 개정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주요 통신사인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간의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사업부문 인수합병에 대하여 신사업 분야의 혁신경쟁 촉진을 고려해 조건부로 승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식기반 사회로의 이행이 가속화되면서 연구·개발을 통한 혁신 경쟁이 필수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하이테크 시장에서의 동태적 경쟁에 대한 경쟁법 커뮤니티의 관심역시 크게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경제 환경 속에서 경쟁을 제한하거나 불공정한 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도 혁신경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 경쟁당국의 중요한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이날 그에 따르면 하이테크 시장은 ▲연구·개발 등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혁신에 따른 기술진보가 빠르게 일어나는 등 특수성을 가지고 있어 기존의 경쟁법 집행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토프 베세 주한유럽연합대표부 대사대리는 “대한민국 공정거래 위원회와 유럽집행위원회경쟁총국은 여러 차례 양자협의와 회의, 의견교환을 통해서 견고한 협력관계를 이루어 왔다. 이런 관계는 2018년도 공정위와 경쟁총국이 5개년 기술협력프로그램에 착수함에 따라 더욱 강화됐다”며 “오늘 우리는 우리가 출범시키는 제 1차 한-EU경쟁주간은 긍정적인 협업 강화를 위해 경쟁법 및 정책에 관한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경쟁 환경에 있어 가장 시급한 과제, 즉 경쟁과 혁신의 관계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은 목전에 다가와 있다. 우리 세대는 곧 새로운 생활 방식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특히 5G가 구현하는 사물인터넷, IOT를 통하여 실현될 것이다. 디지털 경제는 우리의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향상시키는 한편 정책 입안자와 경쟁 당국에 있어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경쟁과 혁신’의 관계는 OECD 경쟁위원회의 장기적인 과제 중 하나다. 최근 OECD 경쟁위원회는 여러차례 논의 및 보고서 발간을 통해 혁신과 경쟁간의 관계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크리스토프 베세 대사대리는 “뿐만 아니라 (OECD 경쟁위원회는) 다양한 부문의이 파괴적 혁신 분야를 검토하고 있으며 육상교통, 법적 서비스, 그리고 금융시장 분야, 블록체인, 빅데이터, 전자상거래 등과 경쟁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비 차별적인 경쟁 환경을 상당한 위험과 혁신 비용을 감수하고자 하는 기업을 위해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장은 개방되어야만하며 보호주의를 배격할 수 있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기술을 공유하고 교류하여 시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경제에서의 시장지배력 평가 ▲빅데이터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 ▲기업결합 등 경쟁 당국의 직면과제 및 경쟁 정책에 대한 시사점과 관련된 논의가 이어졌다.

발표를 맡은 강성 카카오 준법경영실장은 EU집행위원회 경쟁총국 관계자들을 상대로 카카오에 대해 소개하며 “카카오는 ‘커낵트 에브리띵’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만들어진 회사”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모바일 메신저로 출발해 게임과 같은 컨텐츠 비즈니스, 음악업계와의 M&A,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등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결제와 은행업무 등 금융 서비스 까지 모바일 플랫폼 속에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카카오의 성장 히스토리를 살펴보는 것이 한국의 IT 산업, 특히 모바일 비즈니스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카카오는 2006년에 설립됐다. 2010년에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 폰의 역사와 함께 10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드라마틱하게 성장해왔다. 2014년에는 당시 대한민국에서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던 검색 및 뉴스 포털과 M&A를 채결해 컴퓨터 기반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거의 매년 모바일 플랫폼에서 선보일 수 있는 새로운 컨텐츠들을 제공 해 왔는데 아마 이러한 케이스가 글로벌에서 보기 힘든 케이스일 것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중국의 ‘위챗’이 카카오와 가장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강 실장에 따르면 카카오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그는 “첫 번째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라며 “광고, 커머스 중계, 모빌리티 서비스, 테크핀, AI·블록체인 등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여러 기업들이 각자의 서비스를 갖고 있지만 카카오가 직접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이용자들에게 막힘없는 이용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기업 각각의 사이트에 대한 회원가입과 여러 동의, 새로운 카드 연결 등이 필요한 이런 방식은 이용자들에게 적절한 경험을 제공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 심플·심리스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또 하나의 사업 영역은 ‘컨텐츠 에코 시스템’이다. 최근 게임, 음악, 메신저 캐릭터 및 이모티콘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카카오가 대한민국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여러 특성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국제적인 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FI뿐 아니라 중국 알리바바 계열사인 앤트 파이낸셜, 텐센트 등 파트너 들과 적극적으로 연계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제공하고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실장은 “방금 신 국장님이 IT비즈니스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저희도 그걸 정말 많이 느끼고 있다”며 텐센트와의 관계를 예로 들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그는 “예를 들어 2012년 텐센트가 저희와 파트너십을 맺고 나서 ‘카카오 비즈니스 워크샵에 참여하고 싶다. 한국에서 어떻게 카카오가 잘하고 있는지 관심이 많다’는 요청을 했었는데, 지금은 텐센트가 파트너이긴 하지만 직접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기업이 됐다. 저희보다 (업체 규모도)훨씬 커져버렸고 오히려 한국의 모바일·IT를 빠르게 앞서나가 우리가 그걸 배우고 따라가기 벅찰 정도의 환경으로 변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공정위에 “IT회사에 대한 경쟁법 기준이 아직 없어서 의사결정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경쟁당국은 빠르게 가이드라인을 정해달라”고 당부했다.

강 실장은 “저는 23년 정도 변호사생활을 하다가 카카오에 들어간 지 4년 정도 됐는데, 안에 들어가 보니 IT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밖에서 바라보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IT개발자들은 기술 중심으로 사고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 기존의 비즈니스들이 이루어지던 방식이나 외부의 시선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기존 회사들의 경쟁에 대해 익숙치않다”며 “카카오도 최근 공정위에 여러 경고를 받은 일이 있었다. 특히 전자 광고에서 소비자 보호에 관련된 사안들이 몇 건 있었고 카카오가상호출자제한 기업으로 지정되면서 몇 가지 공시 사항을 누락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대형 M&A에 대한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공정위의 심사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특별히 IT비즈니스에 특화된 경쟁법 이슈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제가 준법경영실장 직급을 맡고 있다 보니 점점 IT비즈니스가 경쟁 법에 많이 노출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에 따른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기존의 경제 시스템은 단순한 구조 하에서 이루어졌다. 반면 ‘디지털 이코노미’는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는 이에 대해 “이런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우의 중요한 키는 이용자들에게 어떤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가가 경쟁법 관점에서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아닌가 한다”며 “글로벌 플랫폼들이 한국 시장을 빼앗고 있다. 동영상, 모바일마켓의 압도적 점유율 때문에 광고 시장도 몰리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IT 업계 종사자들이 경쟁적 관점을 모두 고려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 같지는 않다.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마찬가지”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 반응과 이점이다. 매우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경제, 그러나 결과와 시장영향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