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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관세청은 이달 11일부터 14일까지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을 진행중이다. 서울 3개, 인천·광주·충남 각 1개로 모두 6개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화·두산도 포기한 상황에 롯데·신라·신세계도 참여하지 않는데 흥행에 성공하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내 면세점 사업은 관세청이 15년 만인 지난 2015년 서울 3개, 제주 1개 등 4곳의 신규 입찰을 공고했을 때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매년 중국발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한화·SK·이랜드 등 7개 회사가 뛰어들었다.

이후 선정 기업을 둘러싸고 특혜 시비가 붙자 2016년 4개 사업권을 더 내줬다. 정부가 대책 없이 면세 사업권을 남발하고 있다는 얘기가 이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3분기(7~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54억 달러(약 6조318억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3.8% 늘어난 수치다. 외국인 면세 매출은 45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겉으로 보기엔 면세업계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문제는 면세 시장의 매출이 주로 ‘빅3’로 불리는 롯데·신라·신세계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달 29일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서울 두산타워 시내면세점의 영업을내년 4월 30일자로 정지한다고 공시했다.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두산 측은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다시 적자가 예상되는 등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어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했다”며 “특허권 반납 후 세관과 협의해 영업종료일을 결정하게 되며 그때까지는 정상 영업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5월 개점한 두타면세점은 2018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사업권 취득 당시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해 면세업에 사업에 뛰어든 두산이 애초 유통업계와는 거리가 멀었던 탓에 단일점 규모로 사업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에는 연매출 7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중국인 관광객 감소, 시내면세점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다시 수익성이 낮아지는 추세였다.

업계에서는 두산의 면세사업 철수를 두고 “시간 문제였던 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체계) 한파에 중국 당국의 금한령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단체관광객 유커(游客·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그 사이 따이궁(代工)으로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들은 롯데·신라·신세계를 주로 방문한 탓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도 비슷한 이유로 면세 사업을 중단했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 2분기(4~6월) 면세점에서 손실을 많이 보면서 적자전환했다.

갤러리아가 사업권을 얻은 2015년 이후 시내면세점 수가 6개에서 13개로 3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한데다 중국측 제재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상반기 면세점 영업손실은 200억8800만원으로 백화점 영업이익(137억9800만원)을 훌쩍 상회했다. 면세 사업 특허를 반납을 앞두고 사업장 시설 장치, 인테리어 설비 폐기 등으로 인한 유형자산손상차손 222억원이 영업 외 손익에 반영됐다.

갤러리아는 지난 3년간 면세점 영업 차질로 인해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내년 말까지 사업 기간이 남았음에도 지난 4월 면세점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

이같은 상황에 면세점이 중국 여행사에 제공하는 ‘수수료’도 문제다. 대량 직매입을 통한 ‘규모의 경제’로 돌아가는 면세업계에서 수수료 경쟁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는 한화와 두산이 면세 사업권을 반납한 것도 이 같은 구조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본다.

중국 여행사는 관광버스에 따이궁 등 유커를 태워 면세점을 방문하게 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의 80% 이상은 유커에게서 나온다. 이중 70% 이상이 따이궁이다. 사태 이후 따이궁 비중이 더 커져 최근에는 전체 고객의 80%가 따이궁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문제는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행사가 면세점으로부터 받는 ‘송객 수수료’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수수료는 평균 20%에 연말 등 대규모 쇼핑 행사 시즌엔 40%까지 치솟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 면세점 송객 수수료는 6369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한화와 두산도 수익성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철수 시켰다. 지금도 경쟁이 치열한데 신규 사업장을 늘린다고 해도 이보다 작은 규모의 업체들이 도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신라와 롯데, 신세계등 대기업들도 불참의사를 밝힌 상황이라 흥행은 힘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특히 관광객이 집중되는 서울과 공항이 있는 인천에서는 그나마 사업 희망자가 나올 수 있으나 광주·충남에는 선뜻 뛰어들 만한 기업이 없을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이번 입찰은 두산그룹이 운영하던 두타면세점 자리를 두고 고민 중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제외하고 뚜렷하게 참여의사를 밝힌 업체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앞서 지난해 말 해당 사업장에 대한 입찰을 제안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강남에 문을 연 터라 두타 면세점 자리에 들어서게 될 경우 강북에도 거점이 생기게 된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두산 측에서 제안을 받아 두타면세점 입지를 사업지로 신규 사업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고용 및 브랜드 승계 등 폭넓은 관점에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현대백화점면세점 입장에선 두타면세점 영업장은 층고가 낮고 비좁아 면세점을 운영하기에 적합하지 않을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간 두타의 환경적 이유로 해외 명품 브랜드가 매장을 꾸미기 어렵다며 입점을 고사해 왔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면세 쇼핑 수요가 많은 지역이 아닌것도 문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돌아오더라도 면세 쇼핑은 명동이나 장충동에서 하고, 동대문은 주로 먹거리나 의류 쇼핑을 하는 경향이 있어 두타의 입지가 탁월하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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