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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인권진흥원 "여성대상 '스토킹 범죄' 빠르게 증가...처벌법 제정 공론화 필요""경찰 신고된 스토킹, 2018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총 5416건...하루 평균 14.8건 달해"
한지안 기자 | 승인 2019.11.11 16:38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최근 스토킹 범죄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스토킹 범죄로 처벌된 건수는 2202건에 이른다. 2018년한 해에만 544건이 스토킹 범죄로 처벌됐다.

경찰에 신고된 스토킹 건수는 2018년 6월부터 12월까지 2722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2644건에 달한다. 1년간 총 5416건, 하루 평균 14.8건에 이르는 스토킹 범죄가 신고 되는 셈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7일 ‘끝나지 않는 스토킹과 주거침입 성범죄, 우리는 안전한가?’를 주제로 ‘2019 성폭력방지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설명했다. 박봉정숙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이번 토론회는 ‘신림동 사건’을 비롯해 최근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비슷한 유형의 성범죄 사건들에 대한 적절한 처벌,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고자 개최됐다. 여성대상 성범죄 중에서 주거침입은 상당수가 성폭행으로 이어진다는 점에 있어 본 토론회를 통해 계류중에 있는 스토킹 처벌법 제정이 보다 공론화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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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제는 한민경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스토킹 피해현황과 안전 대책의 방향’을 주제로 진행했다. 그는 “2018년 개봉한 영화 ‘도어락’은 ‘내 집은 안전한가’를 끊임없이 자문하며 범죄피해에 대한 불안감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1인가구의 일상을 포착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 부연구위원은 “영화 ‘도어락’은 여성 1인가구가 가진 낯선 사람으로부터의 침입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소재로 설정한 허구적 상상력의 산물이었지만 지난 5월 28일 발생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은 영화 ‘도어락’에서와 같은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것임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또 “여성 1인가구의 범죄로부의 안전 문제를 불러일으킨 사건은 비단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2017년에는 창문으로 여성의 자취방을 10여 분간 몰래 들여다보고 안쪽 창문을 열려고 시도한 남성의 사진이 SNS상에 올라오자 유사한 경험을 토로하는 여성 1인가구들의 댓글이 이어졌고,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이후인 9월 12일에는 신림동에서 또 다른 남성이 다세대주택 내 원룸으로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가 공동현관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주택 안까지 따라 들어가려다 마중 나온 남자친구와 마주치자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위 사건들은 성폭력 범죄를 범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추정되는 가해자가 피해 여성들의 움직임을 상당 시간 추적 또는 관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해자의 행위는 현행법으로는 성폭력 범죄 미수로 의율하는 데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설사 스토킹으로 처벌된다 하더라도 그 처벌의 정도가 매우 미약하다”며 “스토킹 범죄 처벌 강화 및 피해 보호를 위해 제안된 법률안들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처벌은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41호에 따라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해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해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해 하는 사람’에게 8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정도에 그치는 상태다.

한 부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많은 1인가구에게 있어 경제적 어려움이나 외로움,식사를 해결하고 살림하는 것 같이 생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들에 비하면 안전, 그 중에서도 거주지에서의 안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거나 부차적인 문제로 차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1인가구는 다인가구에 비해 거주지 이동이 잦고,상당수가 월세 형태로 거주하는 등 경제적 여건도 열악하며 이로 인해 스스로 비용을 지출하면서까지 거주지의 안전을 도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1인가구를 성별·연령별로 나누어 살펴보았을 때 20〜30대 여성 1인가구는 접근성이나 저렴한 임대비용 만큼이나 경찰서 등과의 인접성 등 주변 환경의 안전을 중시하는 경향을 나타내 다른 성별 및 연령대의 1인가구와 차이를 보인다. 이는 20〜30대 여성 1인가구는 다른 성별 및 연령대의 1인가구에 비해 성폭력 등 범죄피해를 입을 가능성의 염려하는 비율이 크게 높다는 점과도 관련되어 있다”며 “여성 1인가구는 성폭력 범죄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주로 개인적인 수준의 행동에 의존하고 있다. 창문을 거의 열어두지 않고 집을 비울 때는 TV나 라디오를 켜놓고 멀리 돌아가더라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곳은 피해 다니며 창문 쪽으로 남자 옷을 걸어놓는 등의 행동이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부연구위원은 그러면서 “20〜30대 여성 1인가구는 범죄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러한 행동을 취하면서도 실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한다”며 “성폭력 범죄피해의 사전 신호인 스토킹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을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폭력 범죄피해에 대한 높은 수준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20~30대 여성 1인가구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요구되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이어 차혜령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현행 경범죄처벌법상 경범죄로 규정된 '지속적 괴롭힘(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해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해 기다리기 등을 반복해 하는 행위)'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스토킹행위의 불법을 모두 포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법정형도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의 형만 규정하고 있어 스토킹의 불법성에 상응하는 형벌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한국에 스토킹 행위의 독자적 불법성을 파악해 범죄와 형벌을 규정한 법률은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가해자 처벌의 강화’가 아니라 ‘가해자 처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스토킹 관련 법률안은 15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8차례 발의되었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차 변호사는 이와 관련 “그동안 스토킹 범죄 피해는 더 증대되는 양상이므로 20대 국회에서 신속한 입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또 해외 법률안을 예시로 들어 국내 경범죄처벌법과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1997년 괴롭힘방지법의 제정과 2012년 자유보호법에 의해 괴롭힘의 유형으로서 스토킹 행위의 예시 규정이 마련됐다.

특정 개인을 따라가거나 연락을 시도하는 행위 외에 ‘특정 개인과 관련된 또는 관련이 있다고 위장해 글이나 자료를 게시하는 것, 또는 특정 개인으로 위장해 글이나 자료를 게시하는 행위’,  ‘특정개인의 인터넷, 이메일 또는 전자매체 수단 사용을 감시하는 행위’도 예시에 포함됐다. 차 변호사는 “이와 별도로 2019년 3월 스토킹보호법이 제정되어 스토킹 관련 행위를 했을 경우 뿐만 아니라 ‘스토킹과 관련된 위험’을 야기했을 때에도 ‘스토킹 보호명령’ 발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 이은구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 가정폭력 대책계장 경정은 ‘경찰의 스토킹 피해 방지를 위한 안전망 구축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경찰관의 직무로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 같이 모두가 알고 있는 경찰의 기본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2018년 경찰관의 직무에 추가한 내용이 있는데, ‘범죄피해자 보호’가 바로 그것”이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여성이 느끼는 사회적 불안감은 분명 이유가 있고 국가는 그러한 불안감을 해소할 책임이 있다. 범죄예방 체계를 마련하고 피해자의 불안감을 이해하며 실제 범죄가 발생했을 때는 엄정히 대응하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방법일 것이다. 경찰의 스토킹 피해방지 안전망 구축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이 경정에 따르면 경찰은 2018년 6월부터 112신고 코드에 ‘스토킹’ 항목을 신설해 활용하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지속·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스토킹 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동일 번호로 신고된 이력은 1년 동안 관리한다. 스토킹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찰관은 출동 과정에서 신고 이력을 확인하고, 적정한 현장 조치를 사전에 검토할 수 있다”며 “스토킹범죄에 대응하는 전 과정에서 사건 수사,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여러 기능의 협업이 필요하면 여성청소년과장을 팀장으로 ‘스토킹 대웅 TF’를 구성해 문제 해결이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경찰은 스토킹범죄의 모든 단계에서 엄정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는 “스토킹범죄 발생 시 대응체계는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되면 법률의 내용을 반영해 전면적인 수정이 예상된다. 스토킹 처벌법 내용에 따라 경찰의 사건대응과 피해자 보호조치의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정은 또 “현재 법제처 심사가 진행 중인 스토킹 처벌법에 포함된 긴급잠정조치와 잠정조치 내용은 가정폭력 처벌법의 긴급임시조치, 임시조치와 그 내용이 유사하다. 긴급임시조치, 임시조치 규정에서 발견된 피해자 보호 공백의 문제가 스토킹 처벌법에서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이에 따라 피해자 보호조치의 본질과 목적을 고려할 때 현장에서 경찰관이 위험성과 피해자 보호 필요성을 판단해 즉각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이 정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스토킹처벌법 상 잠정조치와 긴급잠정조치 규정은 범죄 발생 여부와 관련한 ‘사법작용’이 아닌 피해자의 위해 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한 ‘행정작용’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사법작용’으로 볼 경우 가정폭력처벌법 임시조치 규정과 같이 검사를 경유해 판사의 결정까지 최소 1〜3일의 시간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피해자 보호에 시간적 공백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경정은 이어 “스토킹 처벌법 제정이 지연되고 있는 부분은 분명 아쉽지만 관련 법률 제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불안감을 방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러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가해자에 대한 제재도 엄정히 이뤄져야 한다”며 “(경찰은) 조치 전 단계에서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정히 제재할 수 있도록 현재 지침의 부족한 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한편 범죄 이전 단계에서 예방활동을 통한 사회 안전망 구축 노력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법 제정 여부와 관계없이 주변에서 스토킹 피해로 힘들어 하거나 위험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경찰, 여성긴급전화1366센터, 법원 등 어느 곳이라도 좋으니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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