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여성소비자신문 진용준 기자] 국내 1위 철강업체 포스코에서 올해 전격 영입된 안동일 대표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3월 단독 대표이사로 선출된 이후 받아든 실적이 지속적으로 부진하고, 직원들의 대규모 파업이 취임 이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34년 몸담은 철강 엔지니어로 정의선 현대차 그룹 수석부회장의 대대적인 혁신 인사 과정에서 전격적으로 발탁됐다.

그동안 현대제철은 최고 경영진을 내부 발탁하거나 범현대차그룹에서 영입했으나, 철강산업 위기라는 파고를 넘기 위해 정 수석부회장의 의중에 따라 포스코 출신 인사 중 안 대표가 낙점됐다.

올해 3월 열린 제54기 현대제철 정기주주총회에서 안동일 사장은 단독 대표이사로 선출됐다.

그런데 취임 후 받아든 첫 성적표는 초라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과 중국 자동차 시장 부진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1% 감소했다.

이같은 부진은 3분기에도 이어지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에 비해 66% 줄었고, 60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9개월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3분기 일시적 적자를 낸 이후 곧바로 4분기에 흑자로 전환됐는데, 안 대표 취임 이후에 적자로 전환됐다.

대신증권은 30일 현대제철에 대해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철광석 가격, 고정비 부담 등으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5만2천원에서 4만7천원으로 하향했다.

이날 이원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진행 중인 올해 임금협상을 감안 3분기에 선제적으로 인건비를 약 300억원 반영했다"며 "2, 3분기 철광석 가격이 높게 유지됐고 비수기의 고정비 부담으로 판재류의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분석하면서, 4분기까지 실적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시장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됐는데, 10월 대규모 파업이 진행됐고 노사간 임단협 타결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파업 영향도 4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사측 대표 교섭권자인 안동일 사장은 지속적으로 협상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고, 약속한 사측안 조차도 파업을 빌미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은 "10월 둘째주까지 사측안을 낸다고 구두약속을 했었는데, 사측 교섭위원이 '16, 17일 총파업을 예고해놓고 있는 상황에서 교섭을 어떻게 할 수 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사측안은 제출되지 않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원들의 대규모 파업이 이어졌다.

올해 현대제철 정규직 노조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그동안 5개(인천지부, 광전지부, 충남지부, 포항지부, 충남지부)로 분산돼있던 노조가 통합해 교섭을 진행하면서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현대제철과 포스코 각 공장의 비정규직지회가 연대해 현대제철 본사 앞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16일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정규직 노조가 파업했다. 5개 사업장 조합원 8000여명이 전원 동참했다. 29일에는 당진과 순천 사업장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노조원 350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정규직 노조는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과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상여금 지급방식과 통상임금 인정 범위다. 이는 앞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임단협에서도 쟁점이 됐던 부분이다.

현대제철은 기본급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측안 내용 공개를 거부했고,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는 격월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고,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는 “이 같은 행태는 최저임금 무력화 시도”라며 기본급 자체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사측과 접점을 찾지 못해 결국 파업을 결정했고, 파업 이후 지난 24일 16차 임단협 협상 테이블에는 안동일 사장이 불참하면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 될 전망이다. 노조는 28일부터 양재동 현대제철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당시 안동일 사장이 참석을 안한 것이지, 원래 제철소장이 주관이 돼 하는 것이다. 사측이 안나온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조합법상 교섭 대표권자인 안동일 사장이 협상 테이블에 참석해야 한다. 안 사장은 지난 7월31일 1차 협상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불참하고 있다. 노조 측은 5곳 지회장 5명이 매차수에 참석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29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현대제철 차별해소 최후통첩, 총파업 경고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집회에는 포항·광양의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이날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당진, 순천, 순천단조 공장에서 공동으로 파업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50~60퍼센트 수준에 불과하고, 성과급도 60퍼센트밖에 받지 못한다.

산재요양급여와 학자금 지원, 각종 복지에서도 차별이 심각하다.

그래서 올해 초 국가인권위원회가 현대제철 측에 차별을 시정하라는 결정문을 보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이다.

노동자들은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과 함께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정규직의 80퍼센트 수준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위험하고, 더 더럽고, 더 힘든 일을 하고 있음에도 학자금 등 복리후생은 전무하고 임금도 정규직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현대제철에 차별시정 권고를 했지만 사측은 권고일 뿐이라고 시정하지 않고 있다”고 총파업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제철측은 재고 등의 여유로 당장의 생산차질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2차, 3차 파업이 진행되면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측은 "판재류 부문에서 철광석 가격이 연초 대비 20% 이상 상승했지만 자동차 강판·조선용 후판 등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 반영이 난항을 겪으며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협상에 성실히 임하고 그밖에 원가절감 등도 이겨내 실적향상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진용준 기자  jy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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