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남도훈기자] 불황의 늪에 빠진 철강업계가 최근 몇 년간 채용이 동결되고 퇴직자 수는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선 자동화, 기계화가 진행된 결과로 설명하지만 자연감소되는 인력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축소 사이클'의 전형으로 이해된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현대하이스코, 동부제철 등 5사의 지난해 신규채용 숫자는 2년 전에 비해 1.1% 늘어난 반면, 퇴직 숫자는 28.2%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철강사 5사는 생산직 및 사무직 등을 합해 2010년 1907명, 2011년 1779명, 2012년 1928명을 새롭게 채용했다. 새롭게 투입되는 인원은 동결 수준에 가깝지만 퇴직자 수는 2010년 969명, 2011년 987명, 2012년 1242명 등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

이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 시기가 다가오면서 회사에 새로 영입되는 근로자보다 빠져나가는 수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같은 결과는 정부가 몇 년간 진행하고 있는 고용안정 정책에 따라 최대한 퇴직자 수를 줄이고 신규영입 숫자를 높이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결과라 더욱 우려가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대졸자는 50만3000명, 퇴직예정자는 49만1000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2015년에는 대졸자가 50만2000명으로 조금 줄어드는 반면, 퇴직자는 54만1000명으로 대졸자 수준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이 차이는 2016년 6만1000명, 2017년 7만8000명까지 벌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도 기계산업 발전으로 예전에 비해 생산직 숫자가 줄었다"며 "최근 몇 년간 철강업은 경기가 부진해 아무래도 신규채용보다 퇴직자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철강산업이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몇 년간 내수시장 회복 지연, 수출 난관, 수입재 공세 등 3중고를 겪고 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세계 경기 둔화로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제조업 생산 활동이 침체되면서 후판, 냉연 등 판재류 수요가 10% 가까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선박, 가전 등의 수출을 통한 철강 간접수출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 국내 산업구조 상 글로벌 경기 침체는 상승작용을 일으켜 철강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국내 철강수요도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여기다 올해 자동차 생산이 소비심리 위축으로 2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조선 건조량도 신규수주 부진으로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어 철강 내수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철강업계는 군살빼기, 임금삭감, 감산 등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각 업체별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들어간 것이다. 이 때문에 고용정책에도 불가피하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김주한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철강업계는 생산성이나 설비자동화 등을 통해 인력을 점차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며 "지금은 전반적으로 공급과잉 구조라 생산을 풀가동하지 않아도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중요한 기술자들이 계속 나간다는 것"이라며 "이같은 문제로 일부 업체는 정년연장이라던지 정년 후 재고용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남도훈 기자  hund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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