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진용준 기자] LG디스플레이가 비싸게 수입하던 부품을 오렉스와 공장을 건립하기로 해놓고, 막상 공장을 지으니 샘플 승인을 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오렉스는 파산했다. 개발 당사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안타까운 이 사연은 당초 알려졌지만, 파산 업체가 LG측에 제기한 민형사상 소송에 패소하면서 점차 수그러드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민주평화당 갑질 근절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LG 그룹 계열사로부터 특허기술 탈취 및 협력업체 유린 등 갑질 횡포를 당한 중소기업 대표들의 억울함을 경청한 후 해당 사안에 대해 법률검토를 통한 고발 등 다시 한 번 수사를 촉구했다. 또한 정부 차원의 관련 대책도 요구했다.

이날 정론관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렉스 정신현 대표는 "오렉스는 2008년 12월 LG그룹 관계사인 희성전자로부터 LG디스플레이에서 계획한 V6 LCM프로젝트용 고효율 유리관 개발사업에 대해 소개받았다"고 밝혔다. 희성전자는 범LG家의 일원이다.

구광모 LG 회장은 희성그룹 회장인 구본능의 친아들로, LG그룹의 후계 계획에 따라 지난 2004년 큰 아버지인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양아들로 입적한 바 있다.

정 대표는 희성전자가 LCD부품인 유리관 수입처인 외국 업체와 단가 인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오렉스에 납품제안을 해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대표는 "당시 LG그룹 CEO 구본무 회장의 극비 프로젝트라는 명목으로 법무팀 몰래 진행되고 있다고 하면서 계약서 작성이 어렵다고 양해를 구하면서 진행했다"며 "LG디스플레이 상생팀 전모씨는 2009년 5월 30일 권영수 대표가 LG그룹 CEO 구본무 회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LG디스플레이에서 제시한 물량 ‘월간 4500만개, 중량 기준 500톤’에 대해 시설확장 계획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9년 6월 1일 200억원 설비투자 계획서까지 제출하면서 개발과 투자를 진행했다"며 "오렉스 용해로 완공 1개월 전인 2009년 9월 4일 오렉스의 진행사항을 LG그룹 구본무 회장에게 보고한다고 ‘고효율유리관 개발이력’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당시 조금도 신뢰를 의심할 수 없었기에 기술자료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LG디스플레이는 오렉스의 고효율유리관 개발기술 확보 및 V6유리관 개발완료를 확인한 이후에는 태도가 돌변했다.

대체관계사인 일본 NEG사 ERN유리관을 2009년 4/4분기부터 거래를 시작했고, 거래시작 6개월 만에 51% 단가인하를 시켰다. 2010년 4/4분기까지 12개월 동안 약 66% 단가인하를 시켜 연간 약 380억, 3년 기준 약 1000억 단가인하를 통해 이윤을 획득했다.

정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LG측은 오렉스와 약속했던 부품인정 승인약속 4개월 기간을 지키지 않은 채 오렉스 용해로 내화벽돌 수명 18개월 2011년 4월경 까지도 부품인정을 승인하지 않고 방치시켰다.

용해로 내화벽돌 수명 약 18개월 동안 계속 매월 약 5억원의 고정비를 소진하면서 가동해야만 하는 특수산업분야다. 한번 불 지핀 용해로는 가만히 놔두면 붕괴되기 때문이다. 22개월간 매달 5-6억원씩 총 110억원의 원료비가 지출됐다.

결국 오렉스는 약 200억원 투자손실로 약 350억원 손해를 입고 결국 폐업에 이르게 됐다. 게다가 오렉스의 기술연구소장 이 모 박사는 직접 개발당사자로 LG디스플레이의 증설요구로 지인 및 친구들로부터 약 20억원 투자를 유치했으나, 기망행위임을 확인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LG그룹 관계자는 "법원, 공정위 판결이 다 난 상황이다. 시설 자체도 우리가 제안한 사실이 없다. 사실 무근이다"며 민주평화당 고발 내용과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결이 다 끝난 상황에서 새로운 내용이 있다면 하겠지만, 우리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진용준 기자  jy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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