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술, 담배, 콜라, 말도 못하게 비싸요.” 지난 북유럽 여행에서 노르웨이를 관광할 때 현지 가이드가 한 말이다. 바뀐 시차로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내 귀가 갑자기 솔깃해졌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사람의 몸에 안 좋은 것에는 세금을 많이 부가하고 판매처도 제한한다는 설명이었다.

‘복지제도’하면 북유럽이고, 그 중에서도 노르웨이를 손꼽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우리의 세 배 이상으로 9만 달러가 넘는다. 세계 2위로 잘 사는 나라라고 한다. GDP가 높은 것은 인구가 적은 탓도 있지만 석유 등 풍부한 자원 덕분이다. ‘2014 세계 번영 지수’에서는 가장 살기 좋은 나라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게 부유한 나라에서 현대인의 기호품인 술과 담배, 탄산음료 등의 가격이 비싸고 구입도 쉽지 않다니!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볼 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술과 담배의 경우 미성년자 등에 판매가 금지되어 있긴 하지만, 국민 건강을 위해 국가가 특별히 정책을 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반면, 노르웨이는 체감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노르웨이의 두 번째로 큰 도시 베르겐과 서울의 레스토랑 물가를 비교한 자료를 보니, 0.5리터 맥주의 경우 서울이 4천원인데 반해 베르겐은 11,532원으로 약 3배 정도 비싸다. 0.33리터 펩시콜라는 서울이 1726원, 베르겐이 4002원으로 2배가 넘는다. 담배는 시장에서 서울은 4500원 선인데, 베르겐은 16,280원이다. 거의 4배에 가깝다. 몸에 안 좋은 것에는 이렇게 세금을 세게 부가하는 반면 생활필수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 중에 또 한 가지 내 귀를 솔깃하게 한 것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운동을 권장하는 다양한 정책을 펴고 운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작은 마을이라도 공공 실내 체육관이 있고 지역민들이 다양한 운동교실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운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운동을 통해 국민 건강 증진과 의료비 절감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설명을 듣다보니 국가가 제공하는 ‘진정한 복지’ 정책에 대한 그림이 그려졌다. 그러니까, 진정한 복지란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차단하는 안전한 먹거리 공급 정책을 통해 암 등 질병 발생을 최소화하는 측면과 함께 생활 속에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운동을 통한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운동을 겸비한 안전한 식생활로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극히 일부만을 살펴본 것이지만, 국민들의 복지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후약방문식의 지원 정책이 아니라 바탕에 해당하는 안전한 식생활 문제로 접근하는 노르웨이의 복지정책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동안은 국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진다는 단순히 시혜적 관점의 복지만을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세금을 많이 내 복지로 환원하는 구조이긴 하지만, ‘퍼주기식’ 복지가 아닌 국가가 안전한 식생활과 건강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이다.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진정한 복지 정책이란 내 생각과도 일치했다. 여행기간 동안 'non-plastic' 운동을 펼치는 여성단체들이 바자회를 열어 홍보를 하고 관련 물품을 교환하는 광장도 둘러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GMO 수입 1위의 오명을 기록하고 있고 밀가루 등 유해한 수입식품이 범람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사용도 거리낌이 없는 생활 문화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그로인해 소리 없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암 발생률이 해마다 증가해 세계적으로 상위를 차지하고 젊은 부부들이 아기를 못 가지는 불(난)임률도 심각한 현실 아닌가. 이러한 현실이 우리가 섭취하는 먹거리, 플라스틱 환경 등과 무관치 않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건강한 가운데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한 먹거리 문제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을 소홀히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각종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를 초래한다. 술, 담배, 탄산음료 등과 GMO 식품, 플라스틱 환경 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하다.

권갑하 도농협동연수원장/시인  sito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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