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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의 언덕을 넘어 희망으로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 | 승인 2019.10.11 16:58

[여성소비자신문] 상담실을 찾은 20대 여성 야생화는 “저는 자존감이 낮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고 말을 시작했다.

“저는 어린 시절 엄마의 죽음, 왕따, 친구관계에서의 부적응 가족관계에서 소외, 7살 때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이유로 초등시절 2학년 때 친구로부터 왕따를 당했습니다. 학교에서는 큰 문제는 없었는데 4학년 때 학원에 가면 친구가 다른 한 명과 합세하여 나를 괴롭혔습니다. 변기통에 빠지라고 하고 죽으라는 협박을 받았습니다. 그때의 트라우마는 지금도 남아있습니다”라고 나지막히 말하면서 울먹거렸다.

“그 당시 영이란 친구는 학원에서 나를 심하게 괴롭혔는데 집에 갈 때는 꼭 같이 가서 자기 집에 데리고 가서는 이상행동을 보였습니다. 그 당시 뿌리치지 못한 나의 잘못도 있지만 칼을 들고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친구의 협박이 무서워서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거의 3달 동안을 친구에 이끌려서 지내다가 아버지가 알아서 마무리되었지만 제 상처를 외면하는 아빠를 굉장히 많이 원망했습니다”라고 고백하였다.

야생화는 아직도 트라우마가 있어서 친구가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한다든가 하면 더 깊은 상처를 받고 내면세계에서 폭풍처럼 분노가 일어난다고 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싫은데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야생화는 자신을 누구에게도 가까이 다가가기가 어렵고 마음의 문을 열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다 가짜라고 말한다. 또 다시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자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외부와 차단하고 방어벽을 치고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어벽이 야생화에게는 정작 필요한 사랑과 애정, 관심까지도 막아버린다.

야생화의 내면화된 깊은 수치심은 보통 자신을 숨기려고 하고 멀리하고자 한다. “난 단지 구멍을 파서 그 안에 꼭 숨어버리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듯이 영어의 ‘Shame’은 ‘숨다’라는 뜻을 지닌다. 수치심을 느낄 때 우리는 하와와 이브의 자손처럼 창피함을 느끼며 숨고 싶다. 수치심으로 인한 정서는 속상하고 창피해서 누구와도 눈을 쳐다 볼 수 없다. 몸의 반응은 공포스러운 감각으로 현기증이 나며 어지럽고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고 구역질이 나기도 한다.

자기비난과 수치심은 서로 연관이 있어서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친구의 학대나 비난을 나로부터 분리하듯이 외재화하지 못하고 자신이 ‘나쁜 존재’ ‘가치 없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에서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아니면 자신의 수치심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여 화를 냄으로써 자신의 수치심을 없애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내 안에 내면화된 수치심은 어떻게 형성되었고 내가 어떻게 다루어서 키웠는지 살펴보고 내 인생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나에게 수치심을 자극하는 사람, 행위는 무엇인지 다른 사람에게 비난을 들을 때인가 거부당할 때인가?를 바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내안의 수치심을 줄이는 방법은 친구가 안겨준 수치심과 친구의 잘못된 행동들을 정당한 분노로 바꾸어주고 자기비난을 줄이는 것이다. 나의 학대당한 사건이나 트라우마를 잘 들어주고 수용해주는 사람에게 충분히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안전한 대상과 환경에서 언어로 억압된 감정들을 충분히 풀어내므로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빼내어 감정의 정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이제는 자기 공감과 수용으로 바꾸어주는 것이다. “얼마나 너 힘들어했니” “얼마나 슬프고 속상하고 화가 나고 역겨웠니”라며 공감해주므로 자신에 대한 변화하려는 동기와 의지를 심어준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열등감을 내려놓도록 해야 한다. 수치심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동적으로 ‘좋다’ ‘나쁘다’ ‘잘나고’ ‘못남’ 등 이분법적인 사고를 만든다.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인 나를 인정하고 받아줄 거라는 긍정적인 사고로 접해야 한다. “넌 그 자체만으로도 괜찮은 사람이야” 대신에 자꾸 비난하고 심판하고 수치심을 주는 사람들은 멀리하고 나의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주고 인정해주는 사람들과 더 가까이 지내고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좋은 말이나 지지를 보내면 감사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수치심의 언덕을 넘어서 높은 자존감의 희망으로 갈 수 있다.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  kimhyes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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