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19.10.23 수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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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고현아 "유럽에서 19년, 지금껏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감사...신인으로 돌아온 한국에서 최선 다할 것""독일 가장 작은 극장부터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전속 솔리스트까지...최고 전성기는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어"
한지안 기자 | 승인 2019.10.11 15:24
사진=본인제공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오는 11월 초연되는 ‘마리아 스투아르다’ 공연에서 ‘엘리사베타’ 역을 맡은 소프라노 고현아는 지난 19년 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했다. 쾰른 국립음대 졸업 후 독일 작은 극장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2013년 아시아 소프라노 최초로 유럽 정상의 극장인 빈 국립 오페라 하우스의 전속 솔리스트를 맡았다.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며 '이것이 고현아'라고 말하는 그는 “국내 오페라계에 ‘신인’으로 돌아왔다”며 “치열하게 공부한 만큼 즐겁게 노래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소프라노 고현아는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후 독일 유학길에 올라 쾰른 국립 음대(konzert examen)를 졸업했다. 2011년 유럽의 권위있는 음악전문지 오펀벨트(Opernwelt, Opera World) 선정 신인 예술가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2012년 고틀로프 프리크(Gottlob frick) 오페라 메달을 수상했다.

2013년에 아시아 소프라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전속 솔리스트로 발탁되어 2017년까지 <나비부인>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교활한 여우><예누파><발퀴레><피터 그라임스> 등의 작품을 공연했다.

2006년 독일 아이제나흐 극장 전속 솔리스트를 시작으로 독일 드레스덴 젬퍼 오퍼, 빈 폴크스 오퍼, 독일 슈베린 국립극장, 독일 뮌스터 극장, 한국 국립 오페라단, 광주 시립 오페라단 등 유수의 극장에서 <카티야 카바노바><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나비부인><교활한 여우><라보헴><안드레아 쉐니에><외투><발퀴레><아이다><라보헴><장미의 기사><박쥐><파우스트> 작품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특히 2014년 3월 안젤라 게오르규를 대신해 프란체스코 칠레아의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를 공연하며 뛰어난 기량을 선보여 빈슈타츠오퍼의 새로운 디바로 급부상했다. 이후 세계적인 거장 오토 쉥크에게 발탁되어 빈슈타츠오퍼 초연 <교활한 여우>에 주역으로도 열연했다.

<여성소비자신문>이 그를 만나 ‘소프라노 고현아’ 그리고 ‘마리아 스투아르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력과 프로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성악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한양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2000년 10월 말 독일로 떠났다. 쾰른 국립음대를 최고 과정까지 마치고 일을 시작했다. 독일 극장에서 활동한 후 오스트리아 비엔나 극장에서 전속솔리스트로 4년을 지내다가 마지막 2년은 객원으로 지내고 올해 2월 말 귀국했다. 외국생활이 길었다. 독일에서 공부를 마치고 작은 극장에 취직해서 시작해 가장 작은 곳부터 가장 높은 곳 까지 경험해봤다.

저는 신앙인인데, 항상 열심히 하고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지만 '뭔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하나님 은혜로 이끌려서 세계 최고 정상에 있는 극장까지 갔다.

음악의 길은 쉽지 않다. 작은 차이를 만들기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오디션을 보면 2분에서 5분 사이에 인생이 판가름 나는데, 그 몇 분을 위해 있는 힘껏 준비해서 직장과 작품을 따내는 일들이 어렵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제 커리어에 너무나 감사드린다. 세상이 변하고 있지 않나. 외국도 마찬가지라 모든 것이 굉장히 빠르게 돌아간다. 30년 전 쯤에는 저와 같은 커리어가 정상이었다고 하더라. 학교를 졸업하고 작은 극장에 취직해서 천천히 큰 곳으로 가는 게 그 시절에는 당연했는데, 이제는 이런 층계를 밟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금은 어린 나이에 콩쿨에 나가 상을 타고 큰 극장으로 직행하거나, 일반 회사로 따지자면 수습사원으로 입사하자마자 정사원이 되는 케이스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 시스템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그 압박감이 얼마나 크겠나. 그 중에 한국 분들도 많이들 잘해내고 계시는 것은 굉장한 정신력 실력 덕분일 것이다. 저는 제게 맞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해서 감사한다.

항상 생각했던 것이 제 목소리 최고의 전성기일 때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어렵게 결정을 하고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한국에서는 신인으로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다음달 국내 초연을 앞둔 ‘마리아 스투아르다’에서 엘리사베타 역을 맡으셨는데, 이는 어떤 인물인가. 엘리사베타를 표현할 때 어디에 주력하실 계획이신지 관람을 위한 감상포인트를 알려주신다면.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역사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마리아 스투아르다(메리스튜어트) 여왕과 잉글랜드의 엘리사베타(엘리자베스 1세) 여왕에 대한 이야기다. 마리아 스투아르다 여왕이 정치적인 문제로 폐위 된 후에 그녀의 사촌 엘리사베타 여왕이 잉글랜드로 올 것을 제안하게 되고, 여기서부터 스토리가 시작된다. 엘리사베타 여왕이 마리아 스투아르다에게 자리를 주지만 한 나라에 왕이 두 명이 되다보니 정치적인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결국 엘리사베타에 의해 반역죄의 죄목으로 투옥되고 엘리사베타는 반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처형할 것을 결정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역사적인 배경인데, 독일 극작가 쉴러가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사실이 아닌 사랑이야기를 더했다. 본래 역사적으로 엘리사베타의 파트너였던 레스터 백작 로베르토가 마리아 스투아르다에게 빠져들게 되면서 삼각관계를 만들며 재미를 가미한다.

저는 역사적으로 쓰인 것처럼 리더십 강한, 국정을 생각하고 여왕으로서 품위를 지키는 역할에 집중하려 한다. 삼각관계에 대한 분노 등 감정적인 면으로 너무 치우치지는 않으려 한다. 물론 그러한 요소도 있지만 ‘대쪽 같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고 있다.

이 작품의 타이틀롤인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혼자서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들이 있다. 그런데 제 역할은 독창은 짧고 다른 인물들과 함께 부르는 앙상블이 많다. 때문에 전반적으로 차갑고 깨끗하게 불러야 깔끔하게 정리가 될 것 같다고 생각 중이다. 푸치니의 낭만주의 오페라는 선율자체가 흐르기 때문에 감정이 갈 수 밖에 없는데, 도니제티 작품은 제게 처음인데다 기술로 감동을 줄 수밖에 없는 단순한 선율이라 절제된 테크닉이 필요할 것 같다. 저에게도 제대로 된 소리로 깨끗하게 노래하는 도전이 될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이번에 초연 되는데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그 만큼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이겨내고 계시나.

“저는 감사하게도 이전 비엔나 슈타츠오페라에서 초연을 두 작품 했었다. 교활한 여우,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의 초연을 맡았는데, 오히려 초연에 대한 부담이 없다. 라트라비아타 또는 리골레토 같은 작품들은 굉장히 많이 공연되지 않나.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음반도 많고 이렇게 불러야 한다, 이렇게 들리고 저렇게 연주되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많다.

그러나 초연은 제 해석으로 제가 가져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있다. 이 작품에서는 고현아, 이렇게 생각하면 즐거운 부담이다.”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 중에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 또 ‘소프라노 고현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 있다면.

“저는 체코 작곡가 야나첵의 카티야 카바노바, 교활한 여우와 이탈리아 작곡가 칠레아의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를 꼽는다.

그 중에서도 교활한 여우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지금 80대가 되신 세계적인 연출가 오토 쉥크의 마지막 작품에 참여했던 덕분이다. 곧 해외에서 DVD도 출시가 된다. 그분이야 말로 시대를 풍미하는 성악가를 전부 만나보신 분인데, 감사하게 저를 좋아해주시고 자서전 마지막 페이지에 저, 그리고 다른 역할을 맡았던 세분의 배우들과 찍었던 사진을 실어 주셨다. 굉장히 스스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런 게 다 주시는 축복 아닌가. 그런 축복을 저에게 주셨다는데 감사할 뿐이다.

제가 맡았던 주인공 여우 역할에 뛰고 구르는 액션이 많았다. 서서 노래만 부르고 들어가는게 아니라 노래하면서 모든 연기를 다 해내야 해서 굉장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라면 찬송가가 아닐까. 저는 부족한데 이렇게 이끌어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 밖에 없다. 19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20년을 넘기면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 돌아오니 한국이 많이 변했다. 외국에서도 이방인, 이곳에서도 이방인으로 살던 제가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렇지만 뿌리를 내리고 싶어서 들어온 만큼 신인으로써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억지로 버티는 게 아니라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버티려고 한다. 잘 살아보겠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국내에는 아직 ‘오페라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인식이 많다. 오페라를 더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주신다면.

“제가 오페라를 해서 그런지 ‘오페라는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노래 가사가 외국말이라 어렵게 다가오는 것 뿐, 스토리는 대부분 단순하다. 사랑, 정치, 사는 얘기. 드라마와 똑같다. 뭔가를 많이 알아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어려워 하시는 게 아닌가 싶다.

공연을 보러 가시기 전에 대략적으로 내용을 한 번만 훑고 가시면 된다. 요즘 큰 극장들은 작중 대사와 노랫말을 번역 해서 의자 앞에 달린 모니터에 띄워준다. 독일에서도 이탈리아어로 공연하는 작품들은 그렇게 번역을 제공했었고, 한국에서도 이제는 무대 양 옆에 스크린으로 띄워주는 자막이 있더라. 그런 것에 대한 걱정은 안하셔도 된다.

저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오케스트라 소리의 울림, 조화가 마음을 정화시키더라. 제가 클래식을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음악에는 감동이 있고 마음을 순화시켜 주는 게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성악가가 정말로 자기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말도 알아듣지 못하고 좋은 소리도 아닌 작품을 듣기가 힘드실 것이다.

또 이전에는 가격이 진입장벽이란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엔 뮤지컬 가격이 오페라와 비슷하더라. 그런데도 오페라가 밀린다면 이는 가격이 아니라 오페라는 어렵다, 진입장벽이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일 것 같다. 충분히 오페라로도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에 롯데 콘서트홀에서 열렸던 점심공연을 보러 갔다 왔는데, 관객 중에 젊은 층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외국에서는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 오페라를 보러 오시는데 한국에 오니 젊은 분들이 데이트도 하고, 부모님과 오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나라가 많이 변했구나 싶더라.

또 라벨라 오페라단이 이렇게 노력하는 것을 보면서도 놀랐다. 좋은 가수를 영입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시더라.

제가 한국 데뷔를 2015년에 국립오페라단에서 했는데,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이라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좋은 분들과 한 획을 긋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다. 좋은 작품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분명히 이번 공연이 첫 오페라 관람이신 분들이 있을 거다. 저희 공연을 보고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해 드리는 게 저희 사명이 아닐까 한다. 그래야 다른 오페라도 또 보러가시게 될 테니까. 제가 우리나라 오페라계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제가 서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본인제공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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