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19.10.17 목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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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대상 서민금융지원 상품 우려된다소비조절이 안 된다면 대출받아 흥청망청 쓸 것이 뻔하기 때문...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 보다, 청년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박나영 금융소비자연맹 소비라이프연구소 박사 | 승인 2019.09.21 21:47

[여성소비자신문]내년에는 금리 17.9%로 공급되는 서민금융상품 햇살론의 올해 공급 규모가 2배로 확대되고, 미취업 청년·대학생에게 낮은 금리로 지원되는 햇살론유스(가칭)가 출시되는 등 서민금융지원 체계가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된다고 한다.

젊지만 자산이 없고 직업이 없다는 이유로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미취업 청년·대학생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미취업 청년·대학생들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성인이 되면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자립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의 청년들에게 독립은 어쩌면 고생길의 시작이고 빚을 지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설령 독립하지 않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기 위해 빚을 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걱정되는 한 가지는 소비 욕구가 강한 청년기에 자신의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 현재의 소비가 더 달콤하다는 데 있다. 대출을 받아 독립하는 데 쓰는지 투자를 하는 데 쓰는지 소비를 하는 데 쓰는지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계실 수 있다.

성인이므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빚을 지고 갚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겪어본 경험이 없는 미취업 청년·대학생들이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 어떻게 쓸지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

소비자들은 일상적인 소비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소비제약 상황이나, 주변 사람들과 소비생활을 비교하게 될 때 심리적으로 움츠러드는 경제적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소비생활을 하며 흔히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상태인 경제적 무력감을 느낄 때 소비 충동을 느낀다는 데 있다.

경제적 무력감이 소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소비자들은 경제적 무력감을 느낄 때는 필수상품에 대한 소비지출의향이 높지만, 경제적 자신감을 느낄 때는 파워상징상품에 대한 소비지출의향이 높아질 수 있다.

이는 돈이 없다고 느낄 때는 의식주에 관련된 지출을 하지만 돈이 있다고 느낄 때는 명품과 같이 자신의 지위를 높여줄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둘째는 물질주의가 높은 소비자들은 경제적으로 무력감을 느낄 때 조차도 파워상징상품에 대한 추구가 높다. 물질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것은 돈이 가치판단 기준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돈으로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성향을 가지게 되면 돈이 없다고 느낄수록 명품과 같은 파워상징상품에 소비를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는 것이다.

셋째, 물질주의가 낮은 소비자들은 경제적으로 무력감을 느낄 때, 의미상징상품에 대한 추구가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질주의 성향이 낮다는 것은 돈이 있고 없으므로 판단을 하지 않는 소비자들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느끼는 경제적으로 무력감에 대처하기 위해 친환경상품 등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상품에 소비하는 것이다. 이렇듯 경제적 무력감은 소비자들의 소비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미취업 청년·대학생들에 대한 신용의 확대는 순기능만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그들이 자산이 없고 직업이 없다는 이유로 이미 경제적으로 무력감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명 중에 1명이라도 신용위험의 수렁에 빠져 신용불량자가 되는 미취업 청년·대학생들을 구제할 수 있다면 미취업 청년·대학생에게 낮은 금리로 지원되는 햇살론유스(가칭) 등의 서민금융지원 체계는 사회적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미취업 청년·대학생들이 저리로 신용대출을 받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 걱정하여 그들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데만 그치는 데 있다.

원인은 돈이 넉넉한지 부족한지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무력감을 느끼는 데 있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돈이 없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푸념이 만연해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돈이 없어도 젊으므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청년들에 대한 서민금융지원 체계 만큼 중요하다.

돈을 빌리는 청년들에게 사회에서 제공해야 하는 것은 저금리의 대출이 아니라 그들을 믿고 그들이 그들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대출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감시하거나 통제하지 않아도 그들은 발전적인 방향으로 현명하게 지출할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 몇몇 미취업 청년·대학생들이 저금리의 대출을 받아 엉뚱한 데 돈을 쓴다는 신문기사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럴 때 우리 사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자제하고, 몇몇 일탈 행동에 포커스 할 것이 아니라, 저금리의 대출을 받아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미취업 청년·대학생들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돈을 빌려주는 데는 반드시 부작용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취업 청년·대학생들에 대한 서민금융상품의 확대를 활용하는 지혜이다.

  

박나영 금융소비자연맹 소비라이프연구소 박사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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