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더불어

-조승래-

디딜 곳 없어도

시루 속 콩나물은

곧게 자란다

캄캄한 세상 길

넘어지지 않고

함께 가는 이웃

너와 나 머리 맞대고

세상의 음표가 되어

하늘 한 채 열어간다

-시 해설-

인생은 궁극적으로 ‘혼자’라고 말한다. 이는 외로울 때 터지는 푸념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삶을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의미를 심장에 던지는 화살 같은 말이다. 조승래 시인의 시 ‘더불어’는 우리가 가는 길은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여야 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

“캄캄한 세상 길/넘어지지 않고/함께 가는 이웃” 우리가 즐겨 먹는 콩나물을 바라본다. 콩알들은 캄캄한 시루 속에서 서로 껴안고 싹을 틔우며 쑥쑥 자라난다. 이는 물론 콩들이 낟알로 흩어지지 않고 서로 더불어 버팀목이 되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인은 또한 “디딜 곳 없어도 곧게 자란다”고 노래한다. 한 발 내딛을 곳조차 없는 허공 속에서 콩들이 가녀린 몸 서로 껴안고 함께 힘을 냈기에 이탈하거나 휘어지지 않고 콩나물로 “곧게”자랄 수 있지 않았을까. 모든 만물, 생명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는 데에 그만큼 든든한 버팀목이 또 있겠는가? 살아간다는 건 타인, 즉 이웃과 함께 숨 쉬는 공생의 든든한 마음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조승래 시인은 콩나물시루에서 발견한다.

“캄캄한 세상 길/넘어지지 않고/함께 가는 이웃//...세상의 음표가 되어/하늘 한 채 열어간다” 함께 걷고 더불어 나누는 기쁨,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리라. 시냇물이 강물 되고 강물이 바다 되어도 더불어 서로를 비추며 출렁이듯이.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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