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19.10.23 수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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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E컨슈머 회장 "한국 소비자들, 세계 시민으로서 글로벌 환경운동 동참해야"
한지안 기자 | 승인 2019.09.20 21:21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여성 소비자 활동을 UN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이러한 일들에 여성들이 참여함으로써 세계화 속에 한국 소비자들이 글로벌 소비자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며 김재옥 E컨슈머 회장은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4월 <여성소비자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지 1년 5개월여만에 재회한 김 회장은 여전히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었다. 현재 UN과 환경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그에게 그간의 활동과 환경운동에 대해 들어봤다.

-<여성소비자신문>과의 두 번째 인터뷰다. 그간 어떤 활동을 해 오셨는지 소개해 달라.

“집중적으로 에너지에 대한 사업을 실시했다. 첫 번째로 소비자들이 에너지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에너지라고 하는 것이 생활필수품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어려워하고 무관심하다. 그래서 에너지 관련 정책에 소비자 목소리가 배제되어 왔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 소비자들이 에너지 관련 인프라에 관심을 갖고 정부의 정책이 생산자 뿐 아니라 소비자를 위해서도 만들고 있는지, 소비자의 목소리는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소비자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체크해 보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자는 생각에서 추진했다.

매년 1000명 이상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10개 도시에서 100명씩 교육했다. 올해까지 4년 되었다. 휘발유가 어디서 어떻게 오고, 주유소에서 우리가 휘발유를 살 때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가짜 휘발유 관련 이슈 등을 가르쳤다. 에너지 자원에 대해서도 우리 돈의 가치를 알고 현명하게 구입하자는 거였다.

교육과 별개로 서울 시내에 있는 몇 백개 주유소 가격을 분석해 매일 가장 비싼 주유소와 가장 싼 주유소를 조사해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했다. 지금은 지원하지 않지만 전국 7개 주요도시 단체들이 해당 지역 에너지가격을 조사하도록 돕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은 각 지자체들이 소비자 물가안정을 위해 지원 중이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이렇듯 그간 에너지 석유와 관련된 활동을 해왔는데, 우리는(김재옥 회장·송보경 회장. 이들은 70년대 소비자시민 모임을 시작으로 지난 40년 이상의 소비자운동을 함께 해왔다) 3년 전 부터는 에너지 누진제, 한국전력의 전기 가격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전에서 전기 요금을 정하는 데 과연 소비자의 목소리가 들어가고 있는가 하는 것을 살펴 본 것이다. 한전이 산업통상자원부 정기 위원회를 통해 가격을 얼마 만큼 올리겠다고 밝히면 정부가 그대로 시행하는 것, 그런 것을 발견해서 전기 관련 정책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송보경 회장은 가격을 결정하는 위원회에 들어가서 가격 결정 요인이 적정한지 아닌지를 따져 한전이 부당하게 가격 전가를 하지 않도록 하는 작업을 했고, 이번 1월부터는 저희 사무실 관계자와 송 회장이 여름 누진제 방안을 마련하는데 힘썼다. 관련 회의에 참석하며 소비자의 목소리를 내는데 앞장섰는데, 최종방안을 결정하기 전에 전국에 있는 1000명의 소비자들에게 누진제 3안 각각의 장·단점을 교육시키고 어느 것을 선호하는지를 교육 전후로 조사했다.

이번 7월에서 8월 실시했던 1안이 당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했던 안이었다. 우리는 조사 결과를 정부에 전달하고 앞으로 이렇게 가되, 정부에서 관련 정책을 다듬어서 궁극적으로는 누진제를 없애고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적정한 가격을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었다.”

앞서 지난 여름 에너지석유감시단의 송보경 회장이 참여했던 ‘누진제 TF’는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누진구간 확장안(1안)을 선정한 바 있다. 2018년 여름 시행했던 할인 방식을 상시화 하는 것이었다. 지난 6월 총 1629만 가구(2018년 사용량 기준)가 월 1만142원씩 할인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누진제TF가 소비자 의견의 다양성을 고려해 마련했던 3개 대안은 기존 누진체계를 유지하면서 여름철에만 누진구간을 늘리는 ‘누진구간 확장안’, 여름철에만 누진제를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는 ‘누진단계 축소안’, 누진제를 폐지하고 연중 단일 요금제를 운영하는 ‘누진제 폐지안’ 등이었다.

“아마 우리나라 역사 이래 에너지, 특별히 전기 부문에 있어 소비자단체가 소비자 의견을 모아 정부 정책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다른 분야에서는 저와 송 회장이 소비자의견을 전달해왔는데 전기 에너지 분야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최근 UN과 협업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 협업이 이루어지게 된 과정은 어땠는지 말씀해 달라.

“우리는 거의 30년 전부터 UN과 일해 왔다. 과거 송보경 회장이 국제 소비자 기구의 부회장을 역임할 때 임기 동안 UN과 국제소비자기구가 굉장히 긴밀하게 일하기 시작했다.

부트로스 갈리 6대 사무총장이 있을 때 국제 소비자기구의 인사들이 제 3국에서 발생한 의약품·농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송 회장님이 타국에서 엄격히 제한되거나 금지된 40여 종의 약품이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던 것을 발표했었다.

제 3세계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는 일에 UN이 나서야 한다고 건의해 UN 국제 회의에 소비자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 그때 저는 마침 국제 소비자단체를 대표하고 있었기 때문에 UN 소비자보호 가이드라인에 ‘지속가능한 소비생활’을 넣을 수 있도록 개정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이후 1999년에 UN 소비자보호가이드라인이 바뀌면서 우리나라 소비자 보호법도 바뀌었다.

당시 UN이 ‘UN 어젠다 21’과 관련해 ‘지속 가능한 소비·생산 10년 계획’을 만들어달라고 UNEP(UN환경계획,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에 요청했다. 저는 NGO대표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지난 5, 6월 파리에서 UNEP회의에서 ‘오랫동안 UNEP의 지속가능한 소비생활 홍보위원으로 임명받아 활동을 했었던 만큼 이번에 9월 15일부터 30일까지 벌일 예정인 켐페인을 알리는 활동을 해줬으면 한다’는 요청을 받았다.

이번 캠페인은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지속 가능한 소비가 무엇인지,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알리자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학생, 대학생, 일반인 등 많은 소비자들이 동참해서 어떻게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지 다른 국가에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 E컨슈머가 이 활동을 함께하게 됐다. <여성소비자신문>을 통해 여성들이 함께 참여하게 됐으면 한다.

UN은 반기문 사무총장 시절부터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이루도록 전 세계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소비생활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 어렵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쉽다. 기후 영향을 줄이기 위해 15일 동안 매일 1가지씩 15가지의 활동을 실천하자는 내용이다. UNEP가 Food·Suff·Move·Money·Fun을 주제로 각 3일씩 활동 주제를 지정해주면 이 중 본인이 직접 실천한 내용이나 사회에서 같이 실천했으면 하는 아이디어를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SNS에 공유하면 된다.

이전에 노르웨이에서 개최된 회의에 참가했을 당시 발표 내용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고기, 채소, 곡물을 소비하기 위해 우리의 자원이 얼마나 훼손되는가’.

채소의 경우 생산된 것을 직접 소비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고기류, 예를 들어 닭은 우선 곡물을 재배하기 위해 자원을 소비하고 그 키워낸 곡물을 다시 닭에게 먹여 키워야 한다. 한 단계를 거쳐서 닭을 먹는 것이다. 돼지나 소는 닭의 몇 배씩 자원을 들여야 한다. 붉은 고기는 특히 효율이 20% 정도라고 한다. 곡물 5킬로그램을 들여 고기 1킬로그램을 얻는다는 말이다. 닭은 그래도 1킬로그램을 들여 1킬로그램의 고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흰 고기를 먹는 것이 환경친화적이라는 이론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현재까지도 국제적으로 상당히 논쟁이 되는 사안이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육류가 필요한지, 아니면 콩 등으로 대체해도 충분한지에 대한 것이다. 이번 캠페인은 ‘고기를 아예 먹지 말자’ 하는 것이 아니고, 이왕이면 소고기보다 닭고기를 선택하는 등의 효율적인 자원절약을 통해 지속가능한 소비에 동참하자는 것이다.

Move 방면에서 자전거나 대중교통 이용 등은 지자체에서도 실천하고 있는 사안이고, 우리가 매일 하는 일들 아닌가. 이런 것을 통해 참여한다면 어렵지도 않을 테고, 또 UN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에 나도 동참했다고 하는 뿌듯함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

이번에 UN에 가서 보니 한국은 내부에서는 이런저런 활동들을 많이 하는데, 국제적으로는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더라. 우리가 노력해 왔다는 것을 알리지도 못하고 있다. 이번 일은 여태까지의 캠페인과는 좀 다르다. 그간의 캠페인이 우리끼리 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국제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인들도 이렇게 한다!’하고 보이는 것이다. UN에 한국인도 여기 있소 하고 목소리를 내고 싶기도 하고,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지구를 살리는데 동참하자는 취지로 이번 캠페인을 맡게 됐다.”

-소비자운동에서 환경운동으로 활동영역을 확장한 계기가 있다면.

“우리나라 소비자보호법에 소비자의 권리가 명시되어 있는데, 그중에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 도 있다. 깨끗한 환경이라는 것이 바로 미세먼지, 에너지 문제와 연결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다른 여성단체, 소비자들이 소비자고발이나 제품테스트 같은 것에 관심이 있을 때 우리단체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특별히 얼마 전 기후환경네트워크 대표를 맡으면서 환경단체나 소비자단체나 결국은 비슷한 철학을 갖고 활동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소비자운동이 바로 환경운동이라는 생각으로 환경과 관련된 일을 시작했다. 환경 분야에 있어 소비자의 권리와 책임을 갖게 만드는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최근 ‘여성 리더 양성’이 중요한 화제다. 김 회장님은 우리나라의 소비자운동을 앞장서서 이끌어오시고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계시는데, 후배 여성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린다.

“저는 요즘 안타까워하고 있다. 여성단체들도, 소비자 단체들도 그동안에는 이름이 알려진 인사들이 있었다. 각 분야를 이끌어 나가는 여성 리더가 있었는데, 요즘은 잠잠하다. 조금씩 자라나던 인재들은 최근에 정부나 기관 등에 들어가면서 목소리를 내지 않게 된 듯하다.

리더가 없다. 사실 이번 운동들도 저와 송보경 회장 보다는 후배 여성리더들이 받아서 해야 하는데, 받을 사람이 없었다. 빨리 여성리더들을 각각의 분야에서 키워줘야 하지 않겠나 싶다. 우리는 ‘올드 세대’ 아닌가.

벌써 몇 년 전에 ‘더 이상 일하지 말자, 후배들에게 일을 넘기면서 이들을 양성하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대화를 했었는데 상황이 복잡하다 보니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다.

현재 미국의 경우 30~40대 젊은이들이 의회에 나가 이야기를 하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그런 리더들이 키워지지도 않았고 앞으로 키울 수 있는 이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30대, 40대가 없다면 앞으로 미래에 50대, 60대도 없지 않겠나. 그래서 각각의 단체에서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여성들을 모으고 리더로 육성하는 일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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