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19.10.17 목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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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왜 유부남에게만 더 끌릴까요?”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 | 승인 2019.09.18 11:36

[여성소비자신문]이제 서른을 갓 넘은  들국화(가명) 여성은 외모도 이쁘고 날씬해서 대부분 남성들이 사귀자고 한다. 그러나 들국화는 그런 젊은 남성들에게는 별로 흥미가 당기지 않는다. 어느 정도 사귀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헤어지고 다시 다른 남자를 만나고를 반복한다.

최근에 헬스장에서 알게 된 남성과 사랑을 나누고 점점 더 좋아지자 남성이 결혼하자고 고백하는 순간 더 이상 흥미를 잃어버리고 도망가듯이 이별을 선언했다. 그리고 한동안 우울감으로 미쳐버릴 것 같아서 또 다른 ‘남자사냥’을 나서기 위해 술집이나 춤추는 클럽에서 쉽게 남자를 만나 하루 밤을 그냥 자기도 한다.

그러면 여지없이 다음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더 환멸을 느낀다. “내가 미쳤나봐?  ”너 제정신이니? 하면서 자책과 수치심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런 자신의 삶이 엉망진창일 때 나타난 유부남 L씨는 자신에게는 구세주 같았다.

심리적으로 안정감도 있고 돈도 있고 아버지 같은 나이의 유부남과의 만남은 매우 신선하고 기분 좋았다고 말한다. 유부남 L씨는 신사적이었지만 자기가 시간이 날 때만 전화를 주었고 만남도 전적으로 L씨에 의해 이루어지고 주도적으로 이끌어 갔다. 유부남 L씨를 만나고 오는 날에는 온몸으로 짜릿함과 강렬함이 진하게 그 여운이 오래갔다. 그리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으로 행복감을 느꼈다.

그런가하면 L씨가 연락이 없고 기다려야 하는 순간들이 길어질 때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혹시 이 사람은 나를 버린 걸까? 나를 떠난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자주 들었다. 그러면서 무기력해지고 다시 공허감으로 삶이 재미없고 또 엉뚱한 상상으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어린 시절  중요한 대상으로 부터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들국화는 그로 인한 상처나 아픔을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고 예전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분리 상황을 만들어내고 거절하고 다시 혼자가 되고 이런 상황을 반복한다.

혼자 남는 것을 유기당한 것이라 생각하고 공허함과 외로움 같은 감정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는 쉽게 다른 대상을 찾기도 한다. 아버지로부터 잦은 거절감을 경험한 들국화는 자존감이 낮고 자아 개념이 약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외부로부터 관심과 지지, 애정을 받아야만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관심 대상으로부터 유기당한 느낌이나 분리 상황에서는 자신의 존재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배우자나 애인관계에서도 완전한 융합을 꿈꾸는데 모든 걸 함께 해야 하고 늘 같이 있어야만 안심이 된다.

상대방이 자신을 위해 존재해주기를 바라고 자신의 기대대로 채워주지 못한 경우에는 상대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쉽게 단절을 시도한다. 분리에 대해 좀 떨어져서 지내는 것조차도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기로부터 멀어진 애착대상과 공생관계 정도가 그만큼 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계에서 대상과의 차이성을 존중하고 나와 다른 대상임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는 자아분화는 어렵다.

들국화는 어린 시절 엄마를 잃고 새엄마가 들어오셔서 돌봐주셨지만 좋은 기억은 별로 없었다. 아버지는 사업적으로 바쁘고 자기중심적이어서 어릴 때 부터 함께 놀이공원을 가자고 해놓고는 사업의 핑계로 가주지 않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딸을 예쁘다고는 했지만 충분한 애정과 사랑을 줄 수 없었다. 오히려 희망고문을 주므로 기대만 하게 했지 실제로 아버지와 즐거움을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아버지로부터 거절당하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되면서 내면화의 분열이 일어나고 들국화의 쪼개진 내적세계는 다시 아버지 같은 대상을 만나서 그 당시의 미해결된 욕구나 좌절, 상처들을 다시 통합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욕구가 나타난 것이다.

장 다비드 나지오(Juan-David Nasio)는 “무의식은 최초의 경험을 반복하려는 강박적인 힘이다”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비슷한 대상을 만나므로 들국화는 어린 시절 얼마나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고 함께하고 싶었지만 바쁜 아버지는 사업으로 거절당한 경험들은 지금도 무의식에서는 강하게 상처의 회복 욕구가 작용하고 있었다.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  kimhyes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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