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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조성욱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이후 첫 사건으로 애플의 ‘광고비 갑질’을 들여다 볼 전망이다. 취임 당시 기업 간 갑을관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조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재계의 시선이 모인다.

취임 후 첫 사건...‘애플 광고비 갑질’

16일 공정위에 따르면 조 위원장은 25일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해 심의안건으로 올라온 애플코리아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관련 사안을 다룰 예정이다. 애플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를 상대로 막강한 협상력을 발휘해 광고비 등을 떠넘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애플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 지난해 전원회의에 해당 안건을 상정시켰다. 전원회의는 공정위 실무 부서들이 조사한 사건을 심리해 과징금 규모나 검찰 고발 여부 등을 확정하는 절차로, 법원의 1심 재판에 해당한다. 애플은 공정위가 적용한 ‘거래상 지위 남용’이라는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애플 건을 놓고 세 차례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재는 지난 6월 애플이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심의가 잠시 중단된 상태다. 공정위는 다음 전원회의에서 애플의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할지 결정해야 한다. 동의의결 제도란 회사가 공정위로부터 지적받은 문제에 대한 시정방안을 자발적으로 마련하는 제도다.

재계는 조성욱 호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놓고 다양한 예측이 나온다.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받아들일 경우 국회 등으로부터 ‘기업 봐주기’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한편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기각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6년 이후 최근 약 3년간 동의의결을 단 한 차례도 받아들인 적이 없는데다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조 위원장이 이번 건을 ‘갑을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태’에 대한 본보기로 삼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갑을관계 개선 위해 구조적 접근 강조

조 위원장은 앞서 지난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서 취임식을 열고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법을 어기는 개별 기업들에 대해 제재도 이뤄져야겠지만 갑을 간 정보 비대칭성 완화, 표준계약서 등을 통한 기업들의 자율적 법 준수 유도, 공정거래협약 확산 등 시장 구조를 바꾸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조 위원장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독과점남용행위에 대해 “개별 사건에 대한 조사, 제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도 다각도로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현재 애플 건 외에도 구글과 네이버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 위원장은 이날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것”이라며 “대기업집단뿐만 아니라 자산총액 5조원 이하의 중견집단의 부당한 거래행태도 꾸준히 감시하고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공정위가 그간 집중해 온 기업집단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 감시와 더불어 하위 재벌들의 부당 내부거래 행위를 적극적으로 들여다 보겠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위해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엄정 대응하겠다”며 “혁신적 중소·독립기업이 경쟁기회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기업이 일감을 개방할 수 있는 유인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문제에 대해선 정보접근권을 강화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소비자의 안전 문제를 거론하며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가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피해구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피해구제 활성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공정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위원장이 된 조 위원장은 공정위 직원들에게 “유리천장이 사라질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인사관리를 혁신의 노력과 전문성만으로 공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아울러 “어느 부처보다도 높은 청렴도를 갖출 수 있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해결과제 ‘산적’...기업 지원·제2의 김상조·전속 고발권

한편 조 위원장 앞에는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우선 공정경제 정책과 기업간의 조율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 정책들이 자칫 기업의 활발한 경영활동에 제동을 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재벌 개혁’이 과도하면 경제 활력을 저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조 전임 공정위원장 취임 당시에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 바 있으나 조 위원장은 ‘제2의 김상조’ 우려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조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김 전임 위원장과 공통점이 많다”는 평가를 들었다. 조 위원장이 김 실장의 서울대 경제학과 1년 후배인데다 김 실장과 한국금융학회에서 함께 활동했고 ‘대기업 지배구조’가 주 분야였던 탓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김 전임 위원장이 청와대 정책실장 직책을 맡게 된 만큼 앞으로도 공정위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었다.

이 외에 공정위와 검찰 관계의 조율도 중요한 문제다. 양 기관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 당시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을 강조하고 나섰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담합행위에 대한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이후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4가지 유형의 담합에 대해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아도 검찰이 자체적인 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감시가 강화되는 셈이다.

공정위는 김 정책실장이 전임 위원장을 맡고 있던 시절 국회에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제출하고 입찰담합·가격담합·시장분할·공급제한 등 4가지 유형의 ‘중대한 담합’(경성담합) 행위에 대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당시 공정위 내부에서는 검찰에 고유 권한 일부를 넘긴다는데 대한 반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검찰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을 받고 “협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긴밀히 협력하면서 여러 방안들을 강구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 재계 관계자는 “조 위원장 호 공정위는 김 정책실장 시절과 방향을 같이 하면서도 더욱 폭넓은 공정경쟁 정책을 내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김 실장이 4대 재벌을 겨냥해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던 반면 조위원장은 중견기업까지도 살펴보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기업들도 조 위원장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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