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19.10.17 목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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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 해달라”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 승인 2019.09.16 15:25

[여성소비자신문]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정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교육에서 공정(公正)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입시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 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장관 임명 시의 대국민 메시지에서는 “교육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

이 말은 상황과 맥락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여러 갈래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은 그 정치적 해석을 따져보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교육과 정치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문자 그대로의 소재로 이 말을 하고자 한다.

사실 교육과 정치는 깊이 관련되어 있기도 하거니와 유사한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 교육기본법 제 2조가 제시하는 교육의 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은 정치이념이기도 하다.

교육기본법 2조는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념은 우리 나라의 건국이념이기도 하고 정치가 내세우는 지향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교육과 정치는 동일 선상에 있다.

또한 소극적인 측면에서 보면 교육이나 정치는 대체로 어떤 활동이나 일이 잘 되도록 도와주려는 성격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또는 산업, 문화 등의 사회 각 부분)은 흔히 살아가면서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정치가 무엇인가 해주기를 바란다.

마찬가지로 사회 구성원에게 능력이나 인식 또는 정신이 부족하거나 더 필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무엇인가 해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러한 측면을 뒤집으면 사람들이 자신의 구체적인 일들(직업, 여가, 등 등)이 잘 되고 더 필요한 것이 없으면 정치나 교육이 특별히 어떤 일을 더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교육이나 정치는 스스로의 존재 의의가 없어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상태가 정치나 교육이 추구하는 지향이 아닐까 한다. 어쩌면 노자(老子)가 말하는 무위(無爲)에 힘쓰면 다스리지 못할 것이 없는 상태, 즉 자연의 질서와 생명의 본질을 이루지 않음이 없는 상태인지 모른다(爲無爲則無不治).

또한 교육은 결과적으로 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교육을 통하여 국민들은 그가 속한 국가 사회의 정치적 이념이나 갖추어야 할 태도를 받아들이게 되며, 민주 정치(우리 나라를 전제하면)를 중심으로 정치적 연대의식을 지니기도 한다. 더하여 교육은 개인이 그 사회의 정치인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특정 자질을 갖도록 기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결과적인 기능이지만 교육이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정치는 아마도 물흐르 듯 하는 정치일 것이다(上善若水). 물은 만물을 매우 이롭게 하지만 서로 다투거나 다투게 하지 않으며,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도 머문다. 이러한 정치는 사실 도(道)에 가깝다.

그런데 교육이 그러한 기능을 할 수 있으려면 역설적이게도 정치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선 정치는 교육이 자신의 질서와 본질에 가까이 가는 무위의 상태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스스로의 성찰과 더불어 지적 깨달음의 성장 과정이며 이는 곧 이성적 잠재력의 계발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교육에 내재한 측면은 정치진영의 힘의 행사에서 벗어난 초정치적(超政治的)인 것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물론 국민들의 삶의 개선과 인력의 충원이란 목적을 동시에 지닌 근대적 공교육 제도가 직업과 전문 기술적 역량의 함양을 중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은 분명 정치진영의 의견과 호불호(好不好)에 연결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자제하는 최대한의 정치적 중립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교육의 본질적 측면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이에는 사실 판단과 이념 가치를 때로 엄격한 이성으로 구분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합리의 바탕이 무너지고 감성적 정글에 교육이 던져질 수 있다.

공정과 관련하여 “입시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 해달라”는 대통령의 말은 아마도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그 삶에서 ‘있어야 할 실제(實際 idea)’를 볼 수 있게 특별히 노력하여 교육의 본질과 질서를 회복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바탕에 깔려 있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스스로의 성찰과 깨닫음을 통하여 공정의 실제(idea) 또는 불공정의 실체와 폐해를 체험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으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스로 공정을 위한 감시자가 되어 자신이 원해서 공정하게 행동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곧 공정에 관련된 교육의 무위(無爲) 상태가 아닐까!

이러한 대통령의 말에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정시와 수시의 비율은 그대로 두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 답했다. 또한 여당은 ‘교육 공정성 강화 특위’의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아마도 자기소개서나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축소 등의 여러 방안이 도마에 오를 것이다.

무어라 평해야 할지 모르겠다. 갑갑하다.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k-lee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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