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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 피해자 기대에 부흥해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미투 이후,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 운영과 향후 과제’ 포럼 개최
한지안 기자 | 승인 2019.08.27 18:22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지난해 미투(#Metoo, 나도당했다)운동 발생 이후 최근 1년간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으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1770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60%는 업무시간 중에 발생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 20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미투 이후,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 운영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제118차 양성평등정책포럼을 진행했다.

권인숙 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조치는 법적, 제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성을 드러내 왔다. 특히 분야별로 조직의 특성 또한 천차만별이어서 법적 제도적 조치가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며 “분야별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의 운영현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성희롱·성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한 노력이 더욱 실질적으로 강화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운영하는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에 2018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접수된 현황은 1770건이었다.

이 중 익명상담 요청은 1342건이었으며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신고한 건수는 428건이다. 성폭력 신고사건이 234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희롱 170건, 2차피해 14건 기타 10건 등이었다. 사건발생은 공공기관에서 274건, 민간기업 등에서 154건이 있었다.

공공기관에서는 공직유관단체에서 사건이 발생한 건수가 101건으로 가장 많았고 학교 77건, 지방자치단체 63건, 중앙행정기관 33건 순이었다.

교육분야에서는 총 160건의 성희롱·성폭력 사안이 신고됐다. 이는 교육당국 홈페이지 등 온라인, 국민신문고, 각 학교 전담기구 등을 통해 접수된 건수다.

성폭력 신고의 경우 대학에서 47건으로 가장 많이 신고됐다. 고등학교 22건, 중학교 14건이었으며 초등학교에서도 11건이 있었다.

성희롱 신고는 고등학교가 가장 많았다. 24건의 성희롱 관련 신고가 있었으며 언어적 성희롱 23건, 디지털 성희롱 1건이었다. 대학에서는 19건의 언어적 성희롱, 1건의 시각적 성희롱, 1건의 디지털 성희롱 등 총 21건의 성희롱이 신고됐다. 중학교는 15건, 초등학교는 6건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 유형으로는 학생이 교사로부터 성희롱·성폭력을 당했다고 신고된 건수가 91건으로 과반이 넘는 54%였다. 학생간 성희롱·성폭력은 27건(16%), 교원간 성희롱·성폭력은 24건(14%)였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2분기에 69건, 올해 2분기에 60건으로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돼 학기 초에 성희롱·성폭력 신고 접수가 많았다. 반면 2018년 4분기 50건, 2018년 3분기 39건, 2018년 1분기, 2019년 1분기 37건을 나타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부터 설치·운영하는 직장 내 성희롱 익명신고센터에서는 2019년 7월까지 총 111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가해자는 90.8%가 같은 회사 소속이었으며 상사·임원 52.4%, 사업주·대표이사 27.1%였고 성희롱 발생 시기는 업무시간이 60.8%로 가장 많았다. 회식이나 워크숍은 24.4%였다. 11.2%는 휴일이나 퇴근 이후 등 개인시간에 성희롱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성희롱 유형으로는 48.5%가 신체접촉이나 추행이었다. 성적 농담이나 음담패설도 42.0% 있었다.

한편 문화예술분야의 경우 공공기관, 교육기관, 일반 고용기관과 달리 피해자와 조력자에 대한 보호장치 및 지원장치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정철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운영본부장은 “문화예술계 내 신고센터에 조사 및 조정 권한 등이 없어 피해 사건 처리시 한계가 있었다”며 “문화 예술계 종사자는 고용관계가 아닌 경우가 많아 법적인 조치에 한계가 있으며 예술인복지재단, 영화진흥위원회, 콘텐츠진흥원 등 3개 신고센터에 조사권이 없어 피해자 지원 이외의 사안을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체부와 여가부의 특별신고상담센터 운영 종료 후 3곳의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피해지원 신고상담센터가 운영되고 있어 중복 지원 및 지원 효율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태”라며 “피해 지원 체계 및 지원기준이 센터별로 상이하다는 문제도 지적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계 내에는) 피해자와 조력자에 대한 보호장치 및 지원장치가 부족하다”며 “직장 내 성희롱 고충 상담원의 역할을 문화예술계에서는 동료집단, 협단체, 작품 제작 현장 PD나 제작부장 등 담당자가 비공식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이들에 대한 교육 및 지원장치는 전무한 실정”이라며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조력자 역할을 맡았으나 성희롱 성폭력 문제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사건 대응 및 해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 무고·명예훼손 등으로 역고소를 당하는 등 법적 위험에 처하는 경우, 성폭력 사건 개입에 따른 심리적 고통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이어진 토론에서 법무법인 위민의 안지희 변호사는 공공부문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 신고센터의 과제에 대해 “지난해 4월경부터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공공부문에 성희롱 사건처리 컨설팅을 40회 이상 다니면서 현장에서 느낀 애로사항이나 개선해야 할 지점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며 “여러 기관에서 ‘피해자에게 어디까지 지원해줘야 할지’를 몰라 난처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가족부 매뉴얼에 ‘기관 사정에 맞게 미리 피해자 보호조치에 관한 기준을 마련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 추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심의위원회가 이에 대한 사항을 추가적으로 심의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해야 한다”며 “많은 기관에서 심의위원회가 성희롱 여부만 심의하고 보호조치나 2차 피해에 대한 심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모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명화 서울시 교육청 성인권 전문가는 서울시 교육청 성희롱·성폭력 신고체계 현황 및 향후 과제에 대해 “기존 온라인 신고센터보다 교육감 직속 핫라인 신고센터로의 신고건수가 더 많다”며 “간편한 신고방법 및 익명성 보장, 교육감 직속 핫라인에 대한 신뢰감의 영향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 내 성폭력에 적용되는 법률만 해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아동복지법’, ‘형법’ 등 5개 이상”이라며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안은 그 특수성 및 관계 유형의 다양성을 고려해 전문적으로 처리되어야 함에도 성폭력 담당 교원 및 자치위원회 위원의 전문성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투 운동이후 여성들 간의 연대와 유례없이 형성된 사회 여론의 지지가 피해자들의 결단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그 밖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보자면 고용노동부 본부에서 신고 사건을 관리하기 때문에 사건이 빠르게, 전문성 있게 처리 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기대에 효과적으로 부응하지 못한다면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선순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엄중한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해자들이 무엇을 기대하며 신고했는지를 파악하고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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