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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갑하 시인의 시조 사랑 캠페인⑤]이영도의 보릿고개“우리 민족시 시조를 읽고 쓰자 !”
권갑하 시인/도농협동연수원장 | 승인 2019.08.26 11:48

[여성소비자신문]

보릿고개

-이영도-

사흘 안 끓여도
솥이 하마 녹슬었나

보리누름 철은
해도 어이 이리 긴고

감꽃만
줍던 아이가
몰래 솥을 열어보네.

 

-이영도 시인(1916~1976)-

1945년 동인지 ‘죽순(竹筍)’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통영여고 교사, 부산여대 출강 등. 시조집 ‘청저집(靑苧集)’, ‘석류’와 수필집 ‘춘근집(春芹集)’, ‘비둘기 내리는 뜨락’, ‘머나먼 사념의 길목’ 등이 있다.

시조는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로 풀이됩니다. 그 시절의 노래란 뜻이죠. 과거 운문과 시가 그러했듯, 시조는 시와 노래가 한 몸인 시가(詩歌)문학이었습니다.

짧은 노래라는 단가(短歌)로도 불렸는데, 18세기 가곡창과는 다른 새로운 곡조가 만들어지면서 시조(時調), 시조창으로 불리게 되었지요. 그러다 1894년 갑오개혁으로 한글이 국문이 되고 신문 등 인쇄물이 보편화되면서 노래에 의존하지 않아도 시가 보급되는 상황을 맞으면서 노래인 시조창과 분리되어 현대시로 거듭나게 된 것입니다.

때 ‘시(時)’자를 쓰는 ‘시조(時調)’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시조 작품은 시대성을 선명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조선 건국 당시의 시대 상황을 표출한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를 통해 이를 잘 알 수 있지요. 그만큼 시조는 시대의 현실과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문학 장르입니다. 사설시조가 비판적, 풍자적 성격이 강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영도의 시조 ‘보릿고개’ 는 1950년대 전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대상황을 잘 담아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 시절,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늦봄은 해는 길고 양식은 떨어져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

그래서 넘기 힘든 ‘보릿고개’라는 말이 생겨났죠.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감꽃을 주워 허기를 채우던 아이가 몰래 솥을 열어보았겠습니까. 하지만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흘 동안 끓인 적이 없어 녹이 슨 솥은 이를 선연하게 보여줍니다. 목숨을 부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그 시대의 상황과 아픔을 이 한 편의 시조에 완벽하게 녹여낸 이영도 시인의 재능이 놀랍습니다.

이영도 시인은 유명한 이호우 시조 시인과 오누이 관계이며,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는 구절로 유명한 유치환의 시 ‘행복’의 주인공이기도 하지요. 그 지고지순한 사랑만큼이나 시조 ‘보릿고개’는 한 시대의 아픔을 민족적 정한情恨으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시조 백일장 공모 안내-

우리 민족시인 시조 창작 확산을 위해 ‘시조 백일장’을 공모합니다. 한 수로 된 시조(기본형 음절 수 : 초장 3/4/3(4)/4, 중장 3/4/3(4)/4, 종장 3/5/4/3)를 보내주시면 매월 장원을 뽑아 상품을 드리고 시인 등단을 지원합니다. 보내실 곳: sitopia@naver.com

권갑하 시인/도농협동연수원장  sito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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