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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심지
구명숙 시인/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19.08.26 10:19

[여성소비자신문]심지心地

  박호영

마음이 제 자리를 찾으려 할 때에는

바람도 가다가 쉬어 가고
산도 메아리 없이 냉가슴을 앓는다
우주의 한 구석 하찮은 미물이
생사의 덫에 걸려 부질없이 꼬물거리다
찰나에 사라지는 우리의 인생
만상萬象 또한 그럴진대
무엇이 그렇게 갖고 싶은 것이고
무엇에 집착을 할 것인가
알고 보면 주위에 모든 것들
얼마 안 있어 형체가 없어질 도반道伴이니
마음도 서러움도 깨끗이 털어내고
이제라도 제 마음을 찾아
내 갈 길을 가야 할 것 같다

-시 해설-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는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고 한 곳에 머물지 않으니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마음 깊은 곳에 남모를 사연들이나 그리움, 말 못할 비밀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마음 문을 열고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고뇌의 밤들을 보냈지만, 아직 열리지 않고 있을 지도 모른다.

위 박호영 시인의 시 ‘심지’는 마음의 본바탕을 의미한다. 마음 바탕이 흔들려 멋대로 떠돌다가 제자리를 찾으려 할 때에는 바람도 멈추고 산도 메아리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려준다는 것이다. 마음잡기가 쉽지 않음을 뜻한다. 하지만 시인은 마음 다스림에 단호함을 보여준다.

우리 인생은 찰나에 불과하고 우주 만물 모두가 그러할진대, 어찌 집착을 버리지 못해 소란한 삶을 이어가는가? 우리는 모두 “생사의 덫에 걸려 부질없이 꼬물거리다” 찰나에 사라질 형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나의 일이 아니라 생각하여 쳇바퀴만 돌리는 어리숙한 인생 이제 그만 걷어버리고 “마음도 서러움도 깨끗이 털어내고/이제라도 제 마음을 찾아/내 갈 길을 가야 할 것 같다.”

내 갈 길을 가는 것은 텅 비운 그 무엇에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삶이다. 나를 되돌아보고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삼라만상이 이해되고 한 길 사람 속도 들여다보인다. 박호영 시인은 ‘심지’에서 비록 덧없는 삶이지만, 우리 모두 정신을 다스리는 수행자로 하찮은 집착을 버리고 균형을 유지하며, 제 마음을 찾아 현재 삶에 있어 가장 순수한 열정을 바쳐 살아가자고 넌지시 건네고 있다.


구명숙 시인/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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