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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 대부분 프리랜서...성폭력·성희롱 방지 정책 사각지대 해소해야‘#미투 이후,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방지 정책의 변화와 과제’ 세미나 개최
한지안 기자 | 승인 2019.08.23 17:53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미투(#Me Too)운동 이후의 예술계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방지 정책의 변화점을 돌아보고 향후 해결책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1일 ‘#미투 이후,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방지 정책의 변화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예술인들이 프리랜서라는 조건에서 기인한 법제도적 사각지대를 벗어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인숙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그동안 문화예술계는 프리랜서나 비정규직 예술가들이 대다수인 업계 특성으로 인해 성희롱·성폭력 방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왔으며, 문화예술 콘텐츠의 생산과 제작에 있어서도 창작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성평등 관점의 배제를 구조적으로 묵인해 온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들은 2016년에 시작되어 2018년까지 이어진 문화예술계 미투운동으로 가시화 되었고, 현장단체와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근절을 위한 노력이 확산되어 왔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관련 정책을 평가,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 왔으며, 최근 그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러한 위원회 활동을 토대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실태와 미투 이후의 피해자 지원체계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고, 향후 과제를 모색하고자 마련됐다”고 말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권 원장은 이어 “이번 공론의 장을 시작으로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등 8개 부처의 양성평등정책 담당관을 중심으로 적극 추진될 각 분야 성희롱·성폭력 방지 정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한국여성 정책연구원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축사를 통해 “2017년 10월 SNS에서 퍼져나간 해쉬태그 운동을 시작으로 각계각층에서 미투운동이 쏟아졌다. 2017년 12월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 때만 해도 문화 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사회전반에 다뤄지지 않아 공론화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문화예술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성희롱의 경우, 프리랜서가 대다수이고 업무조건의 특수성상 ‘침묵의 카르텔’을 강고하게 하여 피해가 드러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러한 문화예술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지원체계와 구제시스템 구축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왔고, 수많은 여성들의 용기있는 외침이 이어진 결과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올해 정부기관에 ‘성차별·성폭력 근절’ 양성평등 전담 부서가 신설되었고, 문화예술계에선 ‘성평등 자치규약’을 선포했고, 피해실태조사를 통한 ‘예술인권리보장법’ 등의 입법보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문화예술계 반성폭력 정책활동을 위해 애써주신 현장단체의 정책 활동, 문화체육관광부 성희롱·성폭력 예방 대책 특위활동, 문화예술계 실태조사 등 수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라 생각된다”며 “하지만 여전히 문화예술계에는 현실적으로 반성폭력 환경 조성에 한계가 남아 있으며 성폭력 정책과 성평등 정책 연계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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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정책기획관은 “지난해 3월 미투 운동을 계기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과 성 평등한 문화 생태계 조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가, 여성학자, 법률 전문가 등 민간위원을 모시고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 대책을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책위원회는 고충처리 시스템 설치, 가해자에 대한 공적 지원 배제와 같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안해주시고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방지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동안 대책위원회에서 권고한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성희롱·성폭력 예방대책에 반영하고 정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예술분야 실태조사를 정례화하고, 성폭력 피해 구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대책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방지대책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성 평등한 문화정책 실현은 이제 더 이상 문화예술계만의 관심사항이 아니며, 일반 국민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성 평등한 문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문화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이성미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는 ‘#문화예술계_성폭력 이후, 문화예술계 반성폭력 정책활동의 성과와 한계’를 주제로 “문화예술계 성폭력은 2016년 10월 트위터를 중심으로 시작된 #OO계_성폭력 해시태그 고발운동으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타쿠_내_성폭력으로 시작되어 #문단_내_성폭력과 #미술계_성폭력으로, 이어서 출판, 사진, 디자인, 전시 기획, 웹툰, 영화 등의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OO계_성폭력이란 해시태그를 달고 고발이 이어졌다. 예술가 지망생과 신인 예술가에 대한 기성 예술가들의 성폭력과 성희롱에 대한 고발이 쏟아져나와 예술가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17년 1월 정춘숙 의원실에서 개최한 문화예술계 성폭력 토론회는 예술계 성폭력 고발운동을 제도 영역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회 토론회 직후 7개장르 9개의 대응단체는 2017년 2월 여성문화예술연합(WACA)을 결성하여 예술계 정책을 함께 만들었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등 정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 공공기관, 국회를 상대로 제도를 만들기 위한 정책활동을 시작했다”며 “2018년 2월에는 서지현 검사의 #미투를 시작으로, 연극계를 비롯해 영화, 문학, 사진, 만화 등의 분야에서 예술계 최고 권력층 예술가들에 의한 성폭력이 연이어 고발되었고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이 결성되었다. 2019년에는 체육계 성폭력이 크게 터져 문체부는 ‘스포츠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제도개선안을 내놓았고, 침묵의 장르로 불리던 무용계 성폭력이 공론화되어 무용계 성폭력의 법정싸움과 연대활동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예술가들은 70% 이상이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구속력 있는 조직에 속해 있지 않다. 그런데 지금까지 성폭력 방지정책은 공공기관과 학교 등 조직 위주의 정책이었다”며 “프리랜서는 폭력예방 교육과 성희롱 규제에서 법, 제도적 사각지대에 처해 있다. 프리랜서가 많은 문화예술계의 특성으로 인해 성폭력·성희롱 규제뿐 아니라 경제적 착취, 저작권 침해, 불공정한 계약 등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우며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 예술가들은 사회제도의 거대한 사각지대에 처해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계 성폭력 방지정책의 핵심은 프리랜서라는 조건에서 기인한 법제도적 사각지대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있다. 현재로는 피해자·가해자 일대일 구도의 사법적 대응과 피해자 지원만 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은 불공정행위, 지원차별, 성폭력·성희롱 등으로 예술인의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권리침해를 구제하는 절차와 구조를 명시했다”며 “조사결과에 따라 재정지원 중단, 과태료 부과, 처벌 등 징계조치에 대해 규정하고 있어 이 법이 통과 시행 되었을 경우 프리랜서 예술가의 법제도적 사각지대가 일정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법안이 폐기되지 않도록 국회의 빠른 심사와 통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예술가들은 예술작품과 문화콘텐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그룹이면서 또 그것을 생산하는 자이다. 예비 예술가들은 ‘정전’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예술 작품들을 학습하면서 작품에 내재된 성차별적 관점과 남성 중심 서사,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내면화하면서 예술가로 성장한다”며 “그리고 예술가로서 다시 남성 중심 서사의 예술작품과 문화콘텐츠를 생산함으로써 예술계 및 국민 전체 문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것이 문화예술인들의 성차별 의식이 재생산되고 지속되어온 과정이며,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평등 교육이 특히 중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이 대표에 이어 발제에 나선 이한돈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는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방지정책의 법·제도적 과제’를 주제로 ‘문화 예술 전 분야 성폭력 실태조사’에 대해 “문화체육관광 영역에 맞는 조사 방안 수립 및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연구 실행이 필요하다”며 “문화예술 구조에 맞는 조사방법, 표본 선정, 조사대상 접촉방식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사표는 문화예술계 분야별 특성과 성폭력 전문성과 윤리성을 반영하여 작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소속조직이 없는 프리랜서가 대다수인 문화예술계 특성에 따라 표본추출과 표본접근 방식이 더 섬세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예비예술가(또는 신인예술가)에 대한 성적, 경제적 착취가 심각하므로 예술인 등록이 안 되어 있는 예비예술가를 조사할 수 있는 내실화된 방법을 연구하여 시행해야 한다”며 “실태조사를 정기 시행할 경우 지금처럼 분야별로 각각 진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전체 조사 설계를 담당할 연구기관이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된 후 각 분야별로 연구팀과 조사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조사연구팀 운영과 선정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외부 전문가 자문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통계전문가, 문화 예술 분야 및 성폭력 분야 조사연구자 등이 처음부터 함께 조사연구진을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2017년 실태조사는 공개 및 발표가 되지 않았고 2018년 실시한 실태조사도 공개 및 발표 방안은 미흡했다. 실태조사가 시행된 사실과 결과분석에 대해 공개적인 발표의 장이 필요하다. 연구자나 정책 전문가, 예방교육 강사, 현장 문화예술인들이 실태조사 자료에 대한 접근과 활용이 수월하도록 공표하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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