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칼럼
이별은 언제나 낯설다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지 않기
김혜진 갈등관계 심리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7.30 16:22

[여성소비자신문]아무리 반복해도 이별은 낯설기만 하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거라 애써 생각하려 해도 괜찮은 이별이란 없는 것 같다. 모든 이별은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울고 싶을 만큼 아프기 때문이다.

배신감, 억울함, 분노, 서글픔…. 세상의 모든 나쁜 감정들이 내 마음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모두 이별 때문이다. 그래서 이별은 내게 두려움이다. 얼음처럼 차가워진 마음이 퍼석, 하고 깨져버리면 내가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 싶어 두려워질 때도 있다.

사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이런 과정들이 우리를 성숙하게 하고 때로는 지혜롭게 만들기도 한다는 걸….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보통 다른 일들은 서너 번 하면 익숙해지고 어떤 사람들은 달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별은 아무리 많이 해도 달인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별은 우리 삶이 끝날 때까지 우리가 동행해야 할 반갑지 않은 친구인 것 같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누군가 때문에 죽을 것같이 마음이 아파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믐달이 그림같이 떠오른 밤, 쉴 새 없이 눈물 흘리며 마음 아파하다가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픔은 잦아들고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다.

당장은 악연으로 얽힌 사이 같아도 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기도 하고 상대방의 진심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진짜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그 반대였는지 깨닫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사랑을 알아보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고 후자는 인연이 아닌 사람을 붙잡았던 어리석음을 탓하기도 한다.

“만날 인연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
“기다리다 보면 어디에선가 새로운 인연이 올지도 모른다.”

어른들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으로 수긍하기까지는 한참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이별이든 가슴이 아프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이다. 하지만 각각의 이별에서 우리는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아플 때는 그냥 아파보자. 마치 해부당하는 것 같은, 가슴이 찢기는 느낌이라도 아픔은 느껴야만 지나간다.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이라도 세상에 영원한 사랑은 없는 것처럼 영원한 고통은 없다. 사실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흔하디 흔한 말이지만 모든 것은 시간과 함께 마음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사랑이란 완벽한 바보가 되는 것

살아가면서 누구나 지독한 사랑을 한 번쯤은 하게 된다. 어떤 사랑이든 마음이 아픈 것은 매한가지다. 나의 행복보다 그 사람의 행복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그냥 내 마음이 아프더라도 그 사람이 행복해지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내가 너무 바보 같은데도,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픈데도 끊임없이 다 퍼주게 된다. 그 사람 앞에서는 계산기가 두드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완벽한 바보가 된 것처럼 보인다. 주고 또 줘도 아무것도 준 것이 없는 것 같은 마음, 그 마음은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설사 내 마음이 다친다고 해도 상대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그것이 사랑이다. 그래서 사랑은 아픈 건가 보다. 나보다 상대의 마음이 먼저 보이니까….

하지만 인생에서 한 번쯤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계산할 줄 몰랐던 그 순수한 마음이 그리워진다. 늘 나보다 상대가 먼저였기에 그렇게나 가슴 아팠던 20대의 풋사랑도 시간이 지나니 추억이 된다.

그러니 너무 서러워하지 말자. 아무리 아파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커피 한 잔 마시며 피식, 웃음 지을 수 있는 날이 오게 되니 말이다.

진짜 친구가 있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핸드폰에 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친구들 그리고 아는 사람 중에 일 년에 두세 번 이상 만나는 친구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내 마음이 무너지고 흩어져서 주워담지 못할 때, 찾아와줄 수 있는 친구는 몇 명일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주 많지는 않지만 내게는 소울 메이트(soulmate)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친구들은 지금 내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난스럽게 묻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말도 많이 안 한다. 그냥 같이 영화 한 편 보고 말 때도 있다. 그리곤 해학적으로 위로한답시고 자학 개그를 한다.

“야, 난 두 번 결혼해서 파산이야, 넌 그냥 마음만 추스르면 돼.” 생각지도 못한 셀프 디스에 우리 둘 다 빵 터지며 웃었다. 말주변 없고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친구가 어떻게든 나를 위로해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니 그 마음 때문에 위로가 됐다.

나에겐 자기 아픔보다 상대의 아픔을 더 걱정해주는 친구가 있다. 그래서 나는 참 행복하다. 돈이 많은 것보다 이게 진짜 부자의 삶이 아닌가 싶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지만 사람의 진심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나에겐 조건 없이 진심을 주는 친구들이 있어 나를 진짜 부자로 만들어준다. 정말, 너무, 감사한 일이다.

지금 당장 핸드폰에서 진짜 친구를 찾아보자. 나와 같이 울어줄 수 있고 힘들 때 달려와줄 수 있는 친구를 찾아보자. 그 친구는 삶이 당신에게 준 커다란 선물이다.

 

김혜진 갈등관계 심리연구소 소장  rossojk@gmail.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