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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한국의 주력 산업 대부분이 '대 일본 산업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지난해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48개로 총 수입액이 27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8일 ‘한일 주요 산업의 경쟁력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한국과 일본의 주력 산업 간 경쟁력 격차가 개선되고 있지만 그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 일본 경상수지는 통계가 제공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적자 폭은 연평균 200억 달러대 규모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대 일본 경상수지는 2000년대 중반까지 추세적으로 증가했으나 최근 연평균 220억 달러 내외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일본은 국가 단위 기준으로 최대 경상수지 적자국이다. 원유 수입 대상 국가들인 중동 지역의 개별 국가들보다도 적자 규모가 큰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10여년 동안 상품수지 적자는 큰 변동이 없으나 서비스수지는 2015년을 기점으로 적자 전환됐다. 무역적자 규모는 연평균 260억 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서비스 수지는 2012년 약 40억 달러의 흑자를 내기도 했으나 2015년을 기점으로 적자로 전환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 일본 수출 비중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한국의 대 일본 수출이 한국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3년 38.5%에서 점차 축소돼 지난해에는 5%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품목 수는 총 4227개다. 총 수입액은 546억달러로 총수입(5352억달러)의 10.2%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48개로 광물성생산품이 10억9000만달러, 화학공업 또는 연관공업 생산품 5억4000만달러, 플라스틱과 고무 등이 5억1000만달러 등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주요 산업의 대일 경쟁력도 열위에 있었다. 섬유류 및 생활용품 산업 등 경공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중화학공업에서 일본에 대해 경쟁력 열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섬유류 산업에 필요한 방직용 섬유 등도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99.6%에 달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메모리 분야를 제외하곤 전체적으로는 열위에 놓여있다. 실제 반도체 일본 수출액은 지난 2000년 31억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2억4000만달러로 줄었지만 수입액은 42억9000만달러에서 45억2000만달러로 늘었다.

보고서는 화학산업과 플라스틱, 고무 및 가죽 제품산업도 대 일본 경쟁력이 상당 기간 절대적 열위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화학공업 또는 연관공업의 생산품의 98.4%가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계산업도 마찬가지다. 기계산업은 대 일본 경쟁력이 추세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나 여전히 절대열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최근 자동차 산업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산업의 일본 수출액은 지난 2000년 약 1000만달러에서 지난해 3000만달러로 소폭 증가했지만 일본 수입액은 같은 기간 4000만달러에서 12억3000만달러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일본에 대한 차량·항공기·선박과 수송기기 관련품 의존도는 97.7%다.

금속산업과 전기 및 전자산업도 대 일본 경쟁력이 열위에 있다. 전기·전자 일본 수출액은 2000년 75억7000만달러에서 2018년 47억3000만달러로 줄었다. 그러나 수입액은 122억6000만달러에서 117억5000만 달러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금속산업의 경우 최근 들어 빠르게 경쟁력이 개선되면서 대 일본 격차가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및 전자산업은 최근 대 일본 경쟁력이 급락하는 모습이나 세부 업종별로는 경쟁력 추세에 상이성을 보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대부분의 주력 산업에서 한국의 대 일본 산업 경쟁력이 열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다각적인 민관의 노력이 절실하다”며 “최근 한·일 간의 수출규제 문제에서 볼 때, 산업경쟁력이 견고한 우위를 가지지 못할 경우 국내 산업계가 위기에 빠지고 경제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이어 “산업경쟁력을 국가전략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경제, 산업정책의 정립이 필요하다”며 “보호무역주의의 타깃이 무역자체에서 기술로 전환되는 추세에 대응해 핵심 소재 및 부품에 대한 연구개발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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