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지난해 9월 은산분리 완화를 담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된 후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게 된 첫 사례다.

24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중구 정부청사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를 승인했다. 유영준 금융위 은행과장은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서 정하는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카오는 재무건전성 요건(부채비율이 200% 이하·주식취득 자금이 차입금이 아닌 자금으로 해당 법인의 자본총액 이내), 사회적 신용 요건(채무를 변제하지 않은 사실이 있을 것 등), 정보통신업 영위 비중 요건(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경우 기업집단 내 정보통신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자산비중이 50% 이상일 것) 등 심사요건을 모두 충족했다.이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율을 18%(의결권 있는 지분 10%)에서 34%까지 높일 수 있게 됐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4월 금융위에 ‘한도초과보유 승인 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후 심사 결과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카카오의 신청서 제출이후 김범수 의장의 계열사 공시 누락 혐의와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M의 2016년 공정거래법 위반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위 심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금융위는 김 의장이 심사 대상인지에 대한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법제처는 지난달 24일 ‘김 의장이 카카오의 대주주이긴 하지만 카카오뱅크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 않아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포함할 수 없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법제처의 이같은 해석이 발표된 후 관련업계에선 “카카오의 금융위 심사는 무리없이 마무리 될 것”이란 전망이 중론이었다.

금융위의 승인이 이뤄지면서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카카오로 변경될 예정이다. 이미 카카오는 지난 12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유한 한국카카오은행 주식 4160만주를 2080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지분 취득 후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34%로 늘어나고 한국투자금융지주는 50%에서 '34%-1주'로 감소하게 된다.

이번 결정으로 카카오의 자금 조달은 훨씬 용이해질 전망이다. 카카오의 지난 1분기 매출은 706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상증자시 카카오가 출자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만큼 카카오뱅크가 민간 중금리 대출 상품, 주택담보대출 및 기업대출 등 사업 역영을 다각도로 확장하는데 필요한 실탄을 보다 쉽게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뱅크는 또 내년 7월에서 8월 경 기업공개(IPO)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또 자기자본(BIS) 비율 등을 감안해 필요시 연말 증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의 ‘2019년 3월 말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카카오뱅크의 총자본비율은 13.41%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우 올해까지는 총자본비율이 8%만 넘으면 되지만 내년부터는 10.5%를 유지해야 한다.

카카오가 대주주로 올라서면 카카오뱅크는 80여개에 달하는 카카오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나 이모티콘샵 등을 통해 연결돼 있는 130만명의 중소상공인의 거래 정보를 활용하면 고도화된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개발하는 식이다. 카카오의 인공지능(AI)이나 블록체인 기술이 융합될 경우 AI챗봇이나 블록체인 송금 등을 금융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

한편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자본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시도한 41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중 276억원만 입금됐고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현재 중단된 상태로 재개 여부를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카뱅이 ‘독주’를 이어가는 모습에 금융당국에서는 새로운 '메기' 인터넷전문은행이 필요하다는것이 중론이다. 다만 제 3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토스뱅크, 키움뱅크 출범 시도가 있었지만 한차례 무산된 상황인데다 네이버 등 주요 ICT기업들도 참전을 고사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중견기업의 참여를 기다린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유지, 운영하는데 필요한 자본금이 당초 예상보다 크다는 것이 이미 잘 알려진 상황”이라며 “중견기업이 도전하기는 여러모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