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19.10.16 수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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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폭력 무고' 특성 분석 발표..."기소 사건 15.5% 무죄""'성폭력 가해자에 의한 무고 고소' 84.1%는 불기소...기소 사건 15.5% 무죄"
한지안 기자 | 승인 2019.07.23 19:15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성범죄 무고로 고소·고발돼 실제 처벌을 받은 사례가 1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2017년과 지난해 검찰이 성폭력 범죄와 관련해 처리한 사건 규모는 7만1740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무고죄로 기소된 피의자는 556명(0.78%)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가해자에 의한 무고 고소 중 84.1%가 불기소 처분됐고, 재판에 넘겨진 사건도 15.5%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검찰청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성폭력 무고의 젠더분석과 성폭력 범죄 분류의 새로운 범주화’를 주제로 제 117차 양성평등정책포럼을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포럼은 양 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두 번째 양성평등정책포럼이다. 앞서 검찰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여성·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포럼을 진행키로 정한 바 있다.

이날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2018년 12월 대검찰청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검찰의 풍부한 실무 경험과 한국 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여성범죄대응 정책을 도출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오늘 포럼은 공동연구과제로 진행한 내용을 발표하고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며 “검찰이 제공하는 통계는 이전보다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여성·아동 대상 폭력 범죄 분류를 보면 그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기존 통계가 검찰 업무 관리를 위한 통계였다면 앞으로는 국민과 소통하는 도구로 기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무고 관련 검찰 실무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논의 결과를 검찰도 함께 고민해 실무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이어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성폭력은 무고가 많을 것이라는 통념적 공포가 크게 형성돼 있다”며 “피해자 불신과 비난을 부추기는 한편 가해자의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성폭력 무고 사건의 발생정도나 성폭력 가해자들의 무고죄 이용실태 등 성폭력 무고의 현실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분석을 통해 무고사건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그간 성폭력 무고죄에 대한 통계자료가 분석되거나 발표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검찰 사건 처리 자료를 통해 관련 통계를 산출하여 성폭력 무고의 현황, 특성 등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발제를 맡은 한윤경 대검찰청 형사 2과장은 “지난해 양 기관이 채결한 업무협력을 통해 검찰이 가장 집중하고자 한 부분은 성폭력 범죄 통계와 관련한 것”이라며 “이는 검찰에서 제공하는 범죄통계가 검찰의 사건처리의 적정성을 판단할 실질적 자료가 되지 못한다거나 통계가 보다 세분화 되어야 한다는 등의 여러 의견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선 검찰의 통계 현황에 대해 “실제 사건과 통계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이유는 검찰통계 시스템의 목적이 통계에 있지 않고 사건의 접수와 처리를 빠짐없게 하도록 하는 업무처리에 있기 때문”이라며 “(강제추행, 강간을 함께 저지르는 등)범죄 사실이 여러 개인 사건이라도 1건으로 접수되면 1건으로 처리해야 접수된 사건과 처리된 사건이 일치하게 된다. 또 범죄사실별로 사건 수를 센다고 가정하면 수백여 개의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경우 사건번호가 수백여 개가 되어 사건 처리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이어 성폭력범죄 범주화의 필요성에 대해 “전체 사건에 대한 일반적인 검찰 통계에 관한 내용에서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검찰업무통계시스템 상에서 살펴보면 성폭력사범에만 총 362개의 죄명이 포함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의 업무협력도 제일 큰 관심은 사건의 세분화, 유형화를 통해 올바른 통계가 수집되도록 하고 검찰 내부에서는 이를 토대로 적정한 사건 처리가 되도록 기준을 세우고 기준에 맞는 처리가 되는지 평가하며 국민들도 적정한 처리가 되고 있는지 통계로서 확인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오늘 무고 사건에 관해 여러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검찰에서도 이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해왔으며 현재로서는 범죄사실을 확인하지 않으면 무고 사건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죄명으로 관리되고 있는 검찰통계시스템에 성폭력 무고 사건을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무고’ 등의 새로운 죄명을 신설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그러면서 “무고 사건 중 성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무고로 고소되거나 입건된 사건에 관하여는 별도로 죄명을 만들기 위해 죄명 예규를 개정해달라는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며 “새로운 죄명이 생성된다면 성폭력으로 인한 무고 사건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통계가 취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피해를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에서부터 시작됐다. 피해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오히려 무고 혐의를 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지난해 미투 운동의 영향과 더불어서 무고역고소의 위협 또한 같이 증가한 측면이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고소를 막기 위해서 ‘무고나 명예 훼손, 위증 등으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위협을 하기도 하고 피해자가 수사 진행 도중에 수사기관으로부터 무고 의심을 받아서 수사 대상이 된 사례들도 보고되어 왔다”며 “2018년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형사소송 남용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한 바도 있다. 우리 사회의 성폭력 피해자는 꽃뱀으로 의심받거나 비난받기가 쉽다. 성폭력 신고율이 낮은 것도 이러한 의심과 비난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의심과 비난을 넘어서서 무고의 혐의를 받고 수사와 재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이야 말로 피해자가 피해를 드러내는 것을 더더욱 주저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반면 그와는 달리 ‘성폭력 사건 중 상당수가 무고’라고 하는 가짜 통계들도 상당한 수준으로 유포되어있다. (전체) 성폭력 중에서 40%가 무고, 20%가 무고라고 하는 통계들이 기사에 인용이 되기도 하고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무고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고 하는 청와대에 청원까지 올라와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특히 검찰 수준에서는 어떠한 성폭력 무고관련 통계도 집계되어 발표된 바가 없다. 그래서 이번 연구에서는 검찰의 사건처리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고의 현황을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부연구위원은 “무고죄의 ‘원 사건’에 해당되는 성폭력범죄 처분 공개를 살펴보면 2017년과 2018년 합산한 성폭력범죄 총 처분 인원수는 8만677명에 달했다. 또 2년간의 기소율을 타관이송·기소중지·참고인중지·보호사건 송치 등 기타처분까지 계산해서 합산하면 35.7% 정도가 되는데, 전체 범죄기소율은 대략 32.6% 정도 되기 때문에 성폭력의 기소율이 전체 범죄보다는 약간 더 높은 편”이라며 “주목할 부분은 ‘불기소 이유’다. 전체 범죄와 성폭력 범죄를 비교하면 성폭력이 불기소 된 경우에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비율이 54.5%로 타 범죄 ‘혐의 없음’ 불기소 비율(29.1%)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방금 전 말씀드린 ‘성폭력 범죄 40%는 무고’라는 주장의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성폭력 범죄와 무고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폭력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무혐의로 이어진다. 첫째, 입증이 어려운 범죄 중 하나다. 당사자의 진술이 중요한 증거가 된다. 목격자나 다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성폭력이 분명히 맞는데 단지 입증을 못하는 경우가 이 54.5%에 해당된다. 두 번째, 우리 법에서의 성폭력 범죄 범위가 상당히 좁다. 특히 비 장애 성인의 경우 폭행과 협박 사실이 있어야만 강간죄가 성립이 되고 위력이나 위계상 성폭력일 때는 업무상 관계가 입증되어야만 한다. 실제로 위력이나 업무상 간음죄는 거의 적용이 되지 않는 조항 중 하나다. 폭행이 입증되지 않는데 상대방의 도의를 받지 않은 경우에는 우리 법에서 범죄에 포함을 시키지 않는다. 이 경우도 불기소 내용 중 하나로 포함된다. 장애인이나 미성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이나 미성년자는 범죄의 범위는 좀 더 넓지만 해석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원치 않는 성행위가 있었던 것 같지만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하는 판결문들이 종종 나타난다. 결국 이렇게 성적인 폭력은 있었으나 성폭력 범죄로 인정되지 않는 사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널리 퍼져있는 불신’이 지적됐다. 그는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입증 실패한 경우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무혐의에 포함되는 것이지 모든 무혐의를 무고라고 볼 수는 없다. 더군다나 무고는 상대를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는데, 허위사실이 입증될 수 없으면 무고라고 볼 수 가 없다. 혐의없음 불기소 비중이 높다는 점은 수사기관의 무고 인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그에 의하면 “‘성폭력 피의자’ 대비 ‘성폭력 무고 피의자’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성폭력 가해자에 의한 무고 고소의 경우 84.1%가 불기소 처분됐고 기소 사건 중 15.5%는 무죄처리 됐다. 성폭력무고 고소 사건 중 유죄 선고 사례는 6.4%에 불과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에 대한 불신, 비난을 받는 것에 더해 수사 대상까지 되는 문제가 있다”며 “성폭력 가해자의 방어수단으로서의 무고·명예훼손 활용은 강력하게 비난받아야 한다. 또 역고소를 부추기는 일이 변호사 윤리에 어긋난다는 점이 명확히 인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고의 무고’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성폭력범죄 유죄 선고 시 무고 고소를 양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수사기관에 의한 무고인지의 경우 검찰인지 중 무죄 4.5%, 무혐의 불기소는 3.3%였고 경찰인지중 무혐의 불기소는 16.7%”라며 “수사기관의 인지로 인한 무고죄 수사를 거쳐 무죄 또는 불기소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성폭력무고 검찰인지 중 무죄율은 전체 형사범죄 무죄율에 비해 높다. 성폭력 피해자가 부당한 무고 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성폭력 입증의 어려움, 성폭력 범죄의 사회적·법제도적 한계를 피해자에 대한 무고 혐의로 돌리지 않기 위한 수사기관의 노력이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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