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러시아 정부의 불화수소(에칭가스) 공급 제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공정 중 회로의 모양대로 잘라내는 '에칭' 과정과 불순물 제거에 사용된다.

일본 정부가 진나 4일 불화수소를 비롯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등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국내 업계는 러시아 제품의 품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대만 등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러시아의 불화수소 공급 제안을 일단 반기면서도 공식적 판단은 유보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12일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최근 외교 채널을 통해 불화수소를 우리 기업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을 정부 쪽에 전해왔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불화수소의 품질은 미세한 차이에 따라 반도체 수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가격과 품질 대비 앞선 기술력을 보인 소수의 업체와 계약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러시아산 제품은 사용된 적이 없고, 의존도가 높았던 일본 제품의 경우 트웰브 나인(99.9999999999)이라고 불릴 정도로 순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출 규제로 시작된 양국간 갈등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자 업계에선 일본산 불화수소를 국내산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최근 국내 업체가 생산한 불화수소를 액정표시장치(LCD) 공정에 적용 여부를 두고 테스트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재 공급선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에 필수소재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드문 상황이라 기업들이 테스트는 시도할 것으로 본다. 다만 테스트 과정을 고려하면 결론을 낼때까지 두 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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