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됐거나 사회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한 주부들에게도 취업은 아직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다시 일하고자 하는 주부들이 취업 장벽을 허물기 위해 찾는 탈출구가 바로 자격증이다. 그러나 자격증을 따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은 주부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자격증을 따도 나이라는 걸림돌이 남아 있어 한숨만 나오는 게 현실이다.

남편이 은퇴를 앞두고 있는 주부 김모(55)씨는 주변 지인의 권유로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여성새일센터를 찾았다. 취업 교육부터 알선까지 해준다는 이야기에 자격증만 따면 취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커져만 갔다.

김 씨는 “상담 후 교육 받을 때는 배운다는 생각에 즐거웠다. 오랜만에 사회생활을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 같은 생각으로 모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활력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가 생각했던 것처럼 취업까지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열심히 교육을 받고 자격증도 땄지만 김 씨를 원하는 일자리 찾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한식과 양식조리기능사를 따고 직업상담사자격증에 심리상담사 자격증까지 땄지만 막상 취업하려니 갈 곳이 없었다. 배우는 비용이야 나라에서 지원해줬지만 취업 문턱은 너무 높았다”고 털어놨다.

주부들이 털어 놓는 사정은 비슷하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교육을 받고 취업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은 가운데 취업에 실패할 경우 또 다른 자격증을 따는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을 반복하는 가운데 그나마 취업할 수 있었던 연령대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제는 취업에 실패했다고 해서 지금까지 공부한 분야와 전혀 다른 분야의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데 있다.

만약 조리사 자격증을 딴 사람이라면 이와 관련된 영양사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이 취업에 좀 더 도움이 되는데 엉뚱한 컴퓨터 자격증을 따기 위해 교육을 받는 것은 시간 낭비와 같다.

이미 3년 전부터 취업을 위해 자격증 따기에 도전해 왔다는 박모(59)씨는 “자격증만 따다 세월이 다 갔다”며 “아무리 자격증이 많아도 이미 60살이 다 된 사람을 쓰려는 곳도 없고 만약 쓴다 해도 자격증 하나 달랑 갖고 있는 무경력자를 쓰려는 사람도 없다”고 토로했다.

50대 주부들의 취업을 막는 걸림돌은 자격증뿐만이 아니다. 집안 형편 등으로 인해 고등교육도 마치지 못한 여성들의 경우 학교 졸업장을 따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오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주부 신모(57)씨는 “위로 오빠가 셋이고 동생도 남자다. 집에서 남자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 적어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며 학교를 보내줬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고등학교도 중퇴해야 했다”라며 “취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학을 나와야 했다.

고등학교는 검정고시로 준비해 마쳤고 사이버대학까지 어렵게 마쳤더니 나이가 50세를 넘었다. 그런데 아무리 학벌을 쌓고 자격증을 따도 50세 이상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너무 적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처럼 주부들이 여러 자격증을 따는 데도 이유는 있다. 바로 불안감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여러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를 하지만 이미 취업 적령기를 지났기 때문에 지나친 자격증 따기는 좁은 취업문을 완전히 닫아버릴 수 있다.

학벌-자격증 부족한 주부들

학벌과 자격증이 부족한 주부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화장품이나 보험 등을 판매하는 방문판매직이나 요양보호사 등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방문판매의 경우 인맥과 시간이 없으면 그나마 판매도 쉽지 않다.

주부들의 하루 활동범위가 그리 넓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제품을 받아 집에 쌓아 두다가 결국 포기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요양보호사의 경우는 육체노동에 가까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좋은 직업이라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김모(52)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네 집을 방문해 노인이나 장애인분들을 돕고 있다. 대부분 홀로 움직일 수 없는 분들이라 하루 종일 일하다보면 집에 가서 파스 붙이고 누워있어야 하는 날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급여 문제도 있다. 방문판매직의 경우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제품을 판매하지 못할 경우 수입을 장담할 수 없다.

보험설계사 황모(55)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5년간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더 이상 보험을 권유할 사람이 없어 매번 저조한 실적에 우울하다.

황 씨는 “가족이나 친척은 물론, 지인의 지인까지 소개받았지만 5년이 지난 요즘은 실적이 좋지 않아 수입이 거의 없다”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데 집안일도 있고 이곳저곳 찾아다니기 쉽지 않아 그만둔 분들도 많고 나도 이제는 그만둘 때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아줌마 신입사원은 힘들다

자격증만 따다가 어렵게 작은 사무실에 취업한 이모(54)씨는 하루하루가 정말 피곤하다. 각종 컴퓨터 자격증을 딴 뒤 잡무를 겸하는 일반 사무직으로 취업은 했지만 회사 동료, 선배들과의 관계 형성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혼 전 사회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서 적응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 예상했던 처음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이 씨는 “처음 면접 볼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함께 생활을 하다 보니 서로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며 “나이 많은 신입사원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젊은 상사들이 매번 불편한 얼굴을 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마음이 불편해 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씨와 같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재취업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것이 바로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 형성이다.

특히 이 씨처럼 뒤늦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경우 나이로 인해 빚어지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크다.

50대 여성, 또는 남성들은 이미 회사 임원이나 대표로 오래 전부터 사회생활을 이어온 사람이 대부분이다.

같은 동년배들은 이미 회사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데 본인은 신입사원이라는 이름으로 한참 어린 젊은 상사에게 이런 저런 지시를 받는 현실을 참지 못하기도 한다. 젊은 상사들도 나이 많은 신입사원을 대하기 어려워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따돌려지는 경우도 있다.

이 씨는 “회사에 적응하는 동안 교육받았던 센터는 물론 회사 측에서도 많이 신경 써 줬지만 직접 일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앞으로 다시 일하려는 여성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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