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고승주기자] 대상가 임세령 상무가 쟁쟁한 재벌 자녀들 가운데 고가 주택 보유자 2위에 올라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온갖 부러움 속에 임 상무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정작 당사자 입장에선 이번 발표가 그다지 달갑지 않다. 이 집으로 인해 수십억원대 손해를 본데다가 개인적으로 진행한 청담동 빌딩 신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임 상무는 한때 외식사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외식사업부의 확장을 중단한 채 사업유지 정도에서 그치고 있는 수준이다. 최근 임 상무는 대상 본사에 매일 출근하고 있다.

100억대 집값 3년 만에 70억으로 곤두박질…청담동 노른자위 땅 3년째 못 써
청정원 브랜드 관리 총괄로 대상그룹 입성…대상 맏딸 경영 능력은 미지수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의 맏딸인 임세령 상무가 재벌가 딸 중 가장 비싼 집을 소유해 또 한번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임 상무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29억6000만원)과 청담동(42억3200만원)에 한 채씩 가지고 있는데 이 둘의 공시가격 합계액은 71억9200만원이다.

재벌가 아들들까지 합치면 분당 단독주택(81억원)과 한남동 주택(25억8000만원)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공시가격 106억8000만원)이 앞서지만 그 외엔 임 상무를 앞지른 사람은 없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진 그녀 입장에선 이번 ‘2위 발표’가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는 것.

삼성동 고급 빌라는 임 상무가 최초로 구입한 집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혼하기 한 달 전인 2009년 1월에 매입했다. 임 상무는 상당 기간을 외부와 거의 접촉하지 않은 채 이 집에서 거주하며 자녀를 양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집은 2010년 말까지 40~45억원에 호가되었지만 현재 집값은 30억원선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임 상무의 청담동 집은 어떨까. 이 집은 상지카일룸 3차 13층 83평(273.88㎡) 복층형 오피스텔로 구입 당시 57억7000만원에 달하던 집값이 역시 최근 42억원 수준으로 약 15억4000만원 떨어졌다. 두 집에서 본 손실을 합치면 25억~30억원에 달한다.

청담동 큰 손도 손실 면치 못해

임 상무의 손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청담동 Y빌딩은 공사 지연으로 골치덩어리 신세에 놓여 있다. 다 짓는데 7개월 정도 걸릴 건물을 여유롭게 1년 정도로 잡고 공사를 시작했는데 완공 예정일이 3개월이나 지났어도 다 짓지 못했다.

패션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진 임 상무는 2009년 이혼 후 패션사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패션산업계엔 과거의 친정인 삼성가(제일모직)와 범삼성가(신세계)와 연분이 있었던 탓인지 임 상무는 주로 연예계 유명 패셔니스타인 이정재·김민희·정우성·엄정화·이혜영 등을 만나면서 친분과 경험을 쌓았다.

2010년 4월 임 상무는 패션사업을 벌일 건물로 ‘김지미 빌딩’으로 유명한 청담동 Y빌딩을 매입했다. Y빌딩은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과 청담사거리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이 그리 간단한 지역은 아니었다. 이 지역은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불꽃 튀기는 매입 경쟁을 치뤄온 지역이다. 청담동 명품거리에 출점하지 못한 브랜드는 최상위 고객으로부터 2군으로 분류되기에 이 곳을 둘러싼 양대 명품패션 부사장들의 자존심 싸움이 대단했다.

임 상무는 바로 이 청담동 상권의 핵심에 위치한 Y빌딩에 자리 잡는 것에 성공한 셈이다. 이 빌딩을 얼마에 샀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시세를 감안해 최소 100억원대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 시누이 올케 사이였던 이들이 청담동에서 패션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가 되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패션 싸움은 시작되지 못했다. 임 상무는 지은 지 15년이 넘은 Y빌딩을 철거 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1년에 걸쳐 입주자들을 다 내보낸 임 상무는 2011년 8월 관할청인 강남구청에 건축허가신청서를 내고 본격적으로 신축공사에 착수했다. 건물규모는 지하 2층, 지상 6층으로 건축물 용도는 근린생활시설이었다. 완공 예정일은 2012년 11월이었다. 그러나 완공예정일이 3개월이나 지났는데도 공사는 끝나지 않았다. 누구의 요구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강남구청에 따르면 설계변경이 주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땅을 3년이나 제대로 쓰지 못해 발생한 피해액은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점포 영업으로 발생할 이익, 지연으로 늘어난 공사비, 기회비용 등을 감안하면 최소 십수억에서 수십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생의 오른팔로 등극

2012년 12월 3일 임 상무는 식품사업총괄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상무) 자리에 임명됐다. 임 상무가 당시 맡은 디렉터직은 대상의 대표 식품 브랜드인 청정원의 브랜드 총 책임을 맡는 중책이었다.

대상 측은 대상HS에서 보여준 임 상무의 경영자적 능력과 평소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특별한 재능을 보여 줬기 때문에 임원으로 기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임 상무는 경영부문에서 알려진 실적이나 능력이 없다.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이긴 하지만 2학년에 재학 도중인 1998년 이재용 부회장과 결혼하면서 중퇴했다. 이후 유학을 가는 남편을 따라 뉴욕대에 입학했지만 전공은 심리학이었다.

대상HS(구 와이즈앤피)는 임 상무가 이혼을 한 후에 2009년 9월 지분투자 등을 통해 공동대표로 나선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후 외식브랜드 터치 오브 스파이스를 출범했지만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한 채 1개 점포에 머물러 있다.

대상 측에 따르면 임 상무는 대상HS의 확장전략을 과감히 포기하고 브랜드 유지에 전념할 것을 지시해 치열한 시장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하지만 임 상무는 거의 출근을 하지도 않았고, 경영에도 크게 관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 측은 대상HS로 임 상무가 손실은 봤는지 투자 대비 이익은 거뒀는지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동생 임상민 부장은 지분 38.36%를 보유해 대상그룹 최대 주주 자리에, 임 상무는 20.41%로 2대 주주 위치에 있다. 임 상무를 포함한 대상 일가의 지분을 합쳐도 임상민 부장이 보유한 양에 달하지 못한다. 임상민 부장은 경영학을 공부하기 위해 2010년 8월 영국 런던 비즈니스 스쿨로 떠났다가 지난해에 돌아와 10월 8일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으로 발령받았다.

한편 부동산·외식·패션 등 자신의 개인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임 상무가 대상그룹의 임원이 된 것에 대해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하다. 첫째 대상그룹이란 안정된 발판 위에서 입지와 경험을 쌓기 위한 것, 둘째 대상그룹 차기 총수로 지목되는 동생 임상민 부장과 더불어 보조를 맞추기 위해 그룹 전면에 나섰다는 것이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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