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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협동칼럼18]추억의 국수와 수입 밀가루
권갑하 문화콘텐츠학 박사/도농협동연수원장 | 승인 2019.07.10 10:30

[여성소비자신문]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홍두깨로 밀고 손으로 손수 썰어 삶아주신 손칼국수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나무 판 위에 반죽을 펼쳐놓고 콩가루를 뿌리시며 팔이 아프도록 밀고 치대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윽고 반죽이 얇게 펴지면 가지런히 채를 썰어 펄펄 끓는 물에 넣어 끓이셨다. 무엇보다 칼국수 맛을 더하는 것은 참기름과 향긋한 파를 썰어 넣은 양념장이었다. 게 눈 감추듯 한 그릇을 비우면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또 한 그릇을 가득 퍼 주셨다. 그 때의 국수는 소화가 너무 잘 되어 봉긋해졌던 배가 금방 푹 꺼졌다. 

그런 추억 때문에 지금도 손칼국수집을 만나면 때가 아니어도 국수 한 그릇을 비우곤 한다. 하지만 추억의 옛 국수 맛이 나질 않아 실망을 하곤 한다. 우선 통통하고 쫄깃한 면발이 입에 걸린다. 사골이나 멸치를 다진 육수에 기름기 넘치는 고명 등도 맛을 떨어뜨리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손칼국수집은 여전히 전국에서 성업 중이니 나처럼 추억의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요즘엔 국수 앞에 앉으면 걱정부터 앞선다.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우리가 먹는 밀가루의 99%가 수입산이라는 사실에서다. 그동안도 물론 알고는 있는 사실이지만 무심했다고 할까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요즘엔 생각이 달라졌다. 수입밀의 정체와 그 유해성이 너무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수입밀은 1986년 이후 급격히 증가해 지금은 연간 약 500만 톤에 이른다. 햄버거와 피자, 빵, 과자, 라면, 만두 등 특히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은 거의 모두가 수입밀로 만들어진 식품들이다.

수입밀가루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소비자 단체 등에서 자주 지적하고 있지만 당국에서는 기준치를 넘지 않아 괜찮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GMO식품만 해도 직접 표기가 되어 있지 않아 일반인들은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GMO수입국이란 사실을 생각하면 무서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수입 밀가루는 장기간 저장해야 하는 관계로 15종 이상의 농약을 치게 된다. 이로 인해 하역장 인부들이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둘째는 우리가 먹는 밀가루는 정제된 고운 밀가루여서 보기와 먹기엔 좋지만 영양적으로 불균형 상태인데다 방부제와 표백제 처리가 뒤따르는 식품들이다.

2015년 2월 17일자 내추럴뉴스닷컴은 미국의 밀농사에 제초제가 지난 20년 동안 300% 이상 살포되어 미국 어린이들의 관련 질병이 3배나 늘어났고 밀가루 제품으로 인해 대장질환과 자폐증, 불임증 등을 증가시킨다고 미농무성 자료를 인용해 경고했다.

농약 문제와는 별개로 묵은 밀가루는 그 자체로 좋지 않다는 점이다. '동의보감'도 묵은 밀가루는 열(熱), 독(毒), 풍(風)의 성질로 인해 고혈압과 중풍의 원인이 된다고 적고 있다. 한방에서는 그 외에도 피부 조로(早老)와 소화 장애, 만성 장질환, 생리통, 불임 등의 원인이 된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도 묵은 밀가루 사용을 경고하면서 우리처럼 빵을 상점에 오래 진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 옛날 어머니가 끓여주던 맛있고 건강한 국수를 회복할 순 없을까. 대안은 우리밀을 재배해 신선식품으로 먹는 것이지만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우리의 주식인 쌀 식문화, 즉 쌀밥에 김치와 된장을 중심으로 밀가루 식품을 간식으로 먹는 전통 식문화를 실천하는 일밖에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권갑하 문화콘텐츠학 박사/도농협동연수원장  sito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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