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

‘과학기술은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세상의 편견을 바로잡는데 앞장서고 있는 민병주 의원을 만나 현 여성과학기술인들이 안고 있는 애로사항과 앞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

“그동안 정치를 하겠다거나 국회에 오겠다는 목표를 갖고 일을 해 왔던 것은 아니다.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처음 과학이나 기술계에는 여성들이 많지 않았다. 굉장히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공부했던 원자력 쪽은 생물이나 화학 같은 부분에 비해 훨씬 여성의 수가 적은 곳이다.

예를 들면 내가 1991년에 한국원자력연구소를 들어갔는데 연구소가 생긴 이후 박사학위를 받고 들어간 여성으로는 내가 처음이었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여성들이 과학기술계에서 좀 더 일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이나 진출을 돕기 위해 활동을 해왔고, 주변에서 정치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많이 받았다. 사실 제안은 많이 받았지만 하겠다고 결심하기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과학기술에 대한 애정이 상당히 높았고 국정운영을 과학기술을 중점에 두겠다는 확고한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발탁됐을 당시 거절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정치하고 연구는 상당히 다를 것 같지만 사실 정치는 국민을 위해, 국가가 잘되기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연구하는 부분은 본인이 알고자하는 대상을 연구해서 모르는 것을 알아내고 그것이 사회에 기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정치는 국민이 원하는 것을 연구하고 고민해서 잘 이뤄지고 그것을 통해 사회가 발전하고 국가가 유지되는 그런 것을 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대상은 다르지만 기본개념은 같다고 생각했다.”

-과학과 기술분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스스로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여성이 과학이나 수학을 못한다거나 어렵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편견이다. 사회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사람들이 과학기술은 여성에게 맞지 않고 어렵다고 말하기 때문에 이런 편견과 어려움이 생기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여성이라서 어렵다는 것은 대학원을 가면서도 계속 겪었던 부분이다. 석사과정에서도 내가 원하는 전공을 하고자 했을 때 지도교수님이 여성이라서 안 받아주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일본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갔을 때도 가속기를 이용한 실험 쪽에 지원했는데 지도교수가 여성이 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이론물리를 한다면 다른 교수를 추천해 주겠다는 편지를 받았다.

그래도 이론물리보다는 실험을 하고 싶다고 말하자 교수님이 일단 6개월 정도 겪어보고 나서 다시 결정하자고 했다. 결국 계속 공부를 할 수 있었지만 당시 그 실험실이 생긴지 70년 만에 첫 여학생이었으며, 내 뒤로 일본 여학생 2명이 후배로 들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여성이기 때문에 못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은 편견, 편견 때문에 여성들이 일하기 더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애로사항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여성과학기술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역시 출산과 육아문제다. 육아의 경우 아직까지 여성들이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했는데 여자라서 못한다는 말은 듣기 싫었다. 그렇다보니 남성들보다 더 많은 일을 열심히 해야 했고 부족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자기희생이 많이 필요했다. 내가 겪어봤기 때문에 다른 여성과학자들이나 후배들은 좀 더 편한 길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분야는 중간에 그만두면 다시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경력이 단절되면 재진입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성과라는 게 연구논문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스스로 연구해야 하는데 실험도 해야 하고 기본적으로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휴직 후 돌아와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그만두고 나면 본인의 원 궤도까지 가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직장을 잡기도 쉽지 않고 결국 도중하차하는 아까운 인재들을 상당히 많이 봤다.

때문에 현재 일하고 있는 여성들이 그만두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그만두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보육시설 부분도 필요하고 연구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를 통해 여성과학기술인들을 위한 법이나 제도 등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보육에 중점을 두고 활동했던 적이 있다. 특히 보육과 관련해서는 대전에 사이언스신성어린이집을 만들면서 예산 편성부터 개소할 때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여성과학자들을 위해 만들었다지만 대전 지역 연구원 전체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보람을 느꼈다.”

-현재 여성과학기술인들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현재 육성 부분에 있어서는 정책적으로나 시행이 잘 돼 왔다고 생각한다. 자연계열 여성은 대학에서 50%를 넘었고 박사과정에서도 30~40%는 여성이다. 때문에 이제는 육성보다 여성인재의 활용이나 취업, 승진 쪽에 중점을 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분야의 경우 20대 취업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그러나 30대로 가면서 여성은 계속 줄고 남성은 늘어난다. 육아 등으로 일을 그만 둔 여성들이 다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출산이나 육아 등으로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데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과학기술인육성및지원에관한법률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다. 법률에서 정해진 것들이 잘 지켜지는 지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면서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제재, 잘 지켜지면 인센티브 등을 줘야하는데 그런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한, 경력단절 여성들에게는 재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현재 일하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그에 알맞은 지원책을 마련해 중심을 맞춰가야 한다. 이는 여성과학기술인뿐만이 아니라 모든 여성들에게 해당하는 문제다.”

-과학기술 여성들의 취업이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엘지화학기술연구소가 대전에 있다. 화학 같은 분야는 여성들이 50%를 넘을 정도로 많다.  때문에 엘지연수소 같은 경우 기업이다보니 시험으로 인재를 뽑으면 여학생이 남학생들에 비해 훨씬 많이 들어온다. 미리 지레짐작으로 ‘여성은 안 뽑을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문제는 시험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인재를 뽑는 경우다. 출연원의 경우 연구논문이나 발표, 면접 등을 통해 인재를 뽑고 있는데 이 경우 여성들의 취업이 어려울 수 있다. 분야에 따라서는 여성을 뽑지 않으려는 곳도 많고 여성 가산점을 주는 곳 중에서도 가산점을 생각해 점수를 빼고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불합리함이 없어진다면 남성들의 취업문이 더 좁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성들이 남녀 구분 없이 똑같이 일하고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식만 갖고 있는다면 이런 불합리함이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그동안 우리나라 과학은 기술 위주로 외국에서 만든 것을 보고 만드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창의적 발상으로 새로운 과학기술을 만들어내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갖고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찾는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이 잘 다져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이 흔들기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기술의 경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5년,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산업적으로 빨리 성과를 내야 하는 부분은 지금까지와 같이 해나가더라도 기반을 닦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앞으로 5년 동안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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