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오는 29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구 회장 체제의 LG는 ‘안정적’이고 ‘보수적’이던 기존 색을 서서히 벗고 ‘실용주의’와 ‘미래’로 변화하며 스타트업 투자·인재유치·사업재편 등을 통해 미래먹거리에 집중하고 있다.

LG는 최근 그룹 내 비주력 사업 매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2월 소모성자재구매(MRO) 사업을 영위하는 서브원 경영권 매각을 마쳤고 LG전자는 수처리사업 매각을 진행 하고 있다. 그룹은 또 연료전지 연구개발 기업인 LG퓨얼셀시스템즈 사업을 청산 결정했으며, LG디스플레이도 일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LG이노텍도 스마트폰용 무선충전 사업 정리를 검토하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생산 거점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베트남으로 옮긴다.

신성장 동력과 미래 인재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총 4억 달러 규모의 벤처투자 펀드 출자를 결정하고 벤처 투자사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출범시켰다. 그간 LG가 출자한 벤처투자 펀드 중 최대 규모다. 그룹은 이 회사를 통해 미국 스타트업에 약 1900만달러(약 216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바이오·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의 유망 스타트업체다.

구 회장의 현장 행보는 ‘인재유치’에 집중됐다. 취임 이후 첫 현장경영으로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성장사업과 미래사업 분야의 융복합 연구개발 현황을 점검했고, 올해 첫 대외행보도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테크 컨퍼런스’를 선택했다.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에서도 미국을 방문, 유학 중인 R&D 석·박사 인재 유치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하얏트리전시 호텔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룹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수혈’도 단행했다. 지난해 영입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3M 수석부회장 출신이며, 홍범식 (주)LG 경영전략팀 사장은 베인앤컴퍼니 대표로 재직한 바 있다.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인 김형남 부사장은 자동차부품팀장으로 발탁됐다. 구 회장은 이를 통해 신속한 사업재편을 위해 실용주의적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 체제의 LG는 보수적이었던 그룹의 이미지를 실용주의로 바꿔가는 중”이라며 “취임당시 밝힌 대로 기존 LG를 계승·발전시키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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