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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달의 교육칼럼] 미래를 위한 교육혁명, “고등학교를 진로학교로 바꾸자”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 승인 2019.06.28 10:07

[여성소비자신문] 1946년의 제정 교육법과 더불어 시작한 한국의 학교제도는 4차 산업혁명의 오늘에 이르는 70여년의 세월에도 그대로이다. 그 동안 양적 팽창에는 성공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한 입시경쟁, 사교육과 ‘SKY 캐슬’, 생각 없는 아이들, 학교의 붕괴 등 도저히 해결하기 어려운 심각한 고통에 직면하였다. 이 과정에서 유감스럽게도 대학교육의 유일한 통로인 대학입시는 학부모의 교육열로 전쟁터가 되고 대부분의 교육정책을 무력화하는 블랙홀로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변화만이 유일한 상수(常數)”라 말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것을 배워서 시간을 두고 이를 적용하는 근대적 학습과 학교는 이미 작동을 멈추었다. 불확실하고 낯선 상황이 늘 이어지는 오늘날, 학교는 더 이상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곳이 아니다. 학교는 이제 스스로 깨치고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하며 함께 생각하는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더하여 직장에 있더라도 재교육과 자신을 계발하려는 교육은 너무나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또한 한국의 장래 인구분포는 ‘절벽’이라 알려져 있다. 일할 수 있고 소비할 수 있는 연령층이 줄고 총인구도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5000여 개의 학교가 통폐합되었다. 대학 역시 입학생의 급감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저출산의 커다란 이유가 교육 불안이고 보면, 아이를 낳으면 자유롭고 다양하게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그 해결책의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학생들 역시 이미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사회화 과정을 겪고 있다. 핵가족과 가정의 해체 속에서 과거와는 다른 가족관계와 사회 관계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공간에서 기성세대보다 더 자유로이 활동하며, 다양한 매체를 경험하고 있다. 산업과 직업의 측면에서도 개인의 창의와 다양성이 중시되는 지금, 그 옛날의 표준과 경쟁 체제가 학생들에게 맞을 리 없다.

우리는 “진실로 이 시대와 아이들을 알아야 한다.” 이미 아이들도 시대도 과거에서 벗어나 있다. 사교육의 병폐, 위기의 학교, ‘SKY 캐슬’이 만들어지는 것도 시대와 아이들의 지향이 지금의 교육제도와 근본적으로 괴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시, 정시의 비율을 조정하고 입시 제도를 바꾸어도 지금의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초등생 시절의 옷이 대학생이 된 지금 맞을 리 있겠는가!”

이제 우리는 ‘지금의 학교제도’를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관계 맺음을 해야 할 때를 맞이한 것이다. 현재의 학교제도를 재구성하여 한국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탈주로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필자는 우선 유치원과 초등 및 중학교까지를 의무교육으로 하고 고등학교는 학생 자신의 미래를 위한 진로학교로 유연하게 운영하는 학교제도의 혁명을 제안한다. 의무교육에서는 시민성교육이 강조되는 반면 고등학교에서는 사회와 협력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성찰하면서 흥미와 적성에 따라 창의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고등학교가 대학 및 사회(일)와(과) 연계되어야 한다. 이제 고등학교는 미래형 진로학교이며 학생들의 학습과 성장의 나침판이다.

이러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자신의 정체성과 삶을 염두에 두고 사회의 실제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미래에 관련된 일을 결정해나가는 지적 활동이 이루어진다. 과목 이수에서는 자신의 관심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가치와 조화를 이루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진로역량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교육과정 역시 일과 직업 등의 사회생활의 실제에서 출발하여 학생의 선택을 중심으로 산업 및 사회 또는 대학이 협력하여 운영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당연히 학점제 운영과 대학이나 산업 및 지역사회에서의 과목 선택이 필요할 것이다. 교사는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의 진로를 같이 탐색하는 상담자가 될 것이다.

이러한 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성격이 변해야 한다. 대학은 더 이상 상아탑이 아니다. 평생교육의 허브이자 근간이 되어야 한다. 지성인의 역량을 키우면서도 입학도 교육도 산업 사회와 연계되어야 한다.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입학으로 이어지는 단선 코스는 유연화되고 다양화되어야 한다.

직업경력과 전문기술자격으로도 수능 자격을 대신하여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대학 정원의 50%는 산업계에서 일하던 분들로 채워질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캠퍼스는 다양성과 노소의 활기찬 공간이 될 것이다. 이것이 학문의 공간이자 직업과 일에서 시민들의 재교육과 항시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진정한 대학의 모습일 수 있다. 물론 사회의 인식과 산업의 고용방식이 바뀌어야 함도 필요하다.

이처럼 고등학교가 미래형 진로학교로 바뀌고, 대학의 개념이 바뀌면서, 대학과 산업 및 고등학교가 서로 연계되는 체제를 구축할 때, 우리 교육은 희망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학교교육과 학생의 삶이 일치하게 되어 학생들이 행복해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학교 내의 석차 경쟁이 무의미해져 학생들의 인격성이 회복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스스로 창의적으로 노력하면서 잠재력을 키울 것이다.

대학 역시 평생교육의 장(場)으로서 고등학교 및 산업과 개방적으로 연계됨으로써 그 역동성과 사회적 실천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입시제도가 유연화하고 대학의 신화(神話)가 재구성되어 사교육과 SKY캐슬도 무너지게 될 것이다.

학생들은 다른 길을 걷어왔고, 인구 절벽과 4차 산업혁명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 시대에,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학교제도의 재구성은 교육정책의 가장 시급한 것이다. 어쩌면 국가의 최우선 과제일지 모른다.

전환의 시대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고 스스로 성장해야 하는 모든 일을 개인에게만 맡겨 놓을 수 있겠는가! 학교는 무력한 채, 아이들이 자신의 성장과 성취를 각자 알아서(各自圖生) 할 수 밖에 없다면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너무나 가혹하지 않은가! 그들은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지 않은가! 우리는 미래도 희망도 버리려 하는가?

진정 “교육으로 흥하여 교육 때문에 붕괴하는 대한민국”이 되려하는가?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ydch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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