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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 대한 부당거래행위, 어떻게 규제해야 하나사업자의 부당거래행위, 법의 사각지대
연기영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9.06.24 16:06

[여성소비자신문]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이 아이폰의 구형 모델에 대해 배터리 사용 기간에 따라 기기 성능이 떨어지도록 조작한 '배터리 게이트'와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 유출 사건들에 대한 해외 법집행 사례를 연구하도록 하고 관련 법제의 정비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글로벌 기업의 다양한 갑질이나 소비자 우롱 행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소비자기본법의 전반적인 개정과 함께 표시·광고법 등 개별 소비자법과 소비자기본법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작업을 하려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소비자기본법은 1980년 ‘소비자보호법’으로 제정될 때 사업자의 부당 거래에 대해 국가가 시정명령과 과태료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뒀으나 실제로 과태료를 물리는 등 제재에 활용된 적은 거의 없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 소송에서 법의 사각지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6만3천여명의 원고인단이 소송을 제기한 지 1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심리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법원이 송달 업무 등을 위해 사건을 분리하느라 시간이 지체된 것도 있지만 애플도 소장 송달을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거부하는 등 재판에 대단히 미온적이다.

현행 법령의 한계

한국소비자원의 보고에 의하면 해마다 약 30만건 가량의 소비자상담이 있는데 이 가운데 약 22% 정도가 소비자에 대한 부당거래행위에 관한 상담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정작 이러한 부당거래행위를 통일적으로 규율하는 법률은 없다.

다만 소비자보호를 위해 특별한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특별소비자법에서 일정한 행위를 규율하고 있다. 즉, 소비자기본법 제12조는 제2항에서 “국가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고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를 지정·고시할 수 있다.”고 하여 이를 간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부당거래행위는 거래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상대방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불이익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사업자의 소비자에 대한 “일반부당거래행위”의 유형은 소비자기본법에 규정되지 아니하고, “특별부당거래행위”에 대해서만 특별소비자법에서 규율하고 있어서 법제의 미비점이 노출되고 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에서는 “부당한 방문판매행위”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에서는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는 “부당한 약관 사용행위”를,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에서는 “부당한 (선불식)할부 거래행위”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에서는 “부당한 전자상거래행위”를 사업자의 부당한 거래행위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상정하여 이를 규제하는 규정들을 두고 있을 뿐이다.

유럽연합의 법제정비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이 공동시장의 실현을 위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전을 가로막는 여러 규제들을 완화 또는 폐지하면서도, 소비자보호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강화된 지침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사업자의 부당거래행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침에 구체적인 행위유형을 열거한 이른바 블랙리스트(Blacklist)를 제시함으로써, 회원국들이 통일된 법제로 정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지침이 1993년 제정된 소비자계약에 있어 불공정조항에 관한 지침 과 2005년 제정된 불공정한 상행위에 관한 지침이다.

유럽연합에서 제정된 지침은 회원국들의 법제에 알맞게 국내법으로 수용할 의무가 있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소비자보호 관련 지침을 민법(BGB)과 부정경쟁방지법(UWG)의 개정을 통해 수용하였다.

독일에서는 1985년 제정된 방문판매에 관한 지침을 수용해서 제정된 방문판매법과 1997년 제정된 원격거래에 관한 지침에 따른 원격거래법을 2002년 채권법개정을 통해 민법전 안에 통일적으로 규정하게 되었다.

이후 EU는 2011년 방문 판매에 관한 지침과 원격거래에 관한 지침을 통합한 보다 큰 틀의 소비자 권리지침을 제정하였으며, 독일민법은 또다시 2014년에 개정되면서 소비자계약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게 되었다.

또한 1999년 제정된 소비재의 매매 및 관련 보증에 관한 지침은 민법상 담보책임에 관한 규정과 소비재매 매에 관한 특별규정에서 반영되었다. 불공정조항에 관한 지침 부록의 블랙리스트도 모두 민법전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한편 사업자의 부당거래행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경제법차원의 지침인 ‘불공정한 상행위에 관한 지침’은 2008년 독일부정경쟁방지법(UWG)을 대폭 개정되면서 수용되었다. 이법의 규율 대상을 부정한 ‘경쟁행위’에서 부정한 ‘거래행위’로 확장되었다.

소비자법제 정비를 위한 시사점

독일은 적극적으로 블랙리스트상의 부당거래 행위를 민법과 부정경쟁방지법에서 금지되는 행위로 명문화하고 이에 대한 법적 효과와 처벌에 관한 규정까지 두고 있다.

이러한 점은 우리 법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법은 아직까지 민법과 소비자보호에 관한 특별법 및 경제법의 구별에 대해 엄격한 편이어서, 부당거래행위에 대해 어떠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여 이를 규제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민법과 특별법의 관계설정이 제대로 안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테면 우리 민법은 부당거래행위에 대해 다른 소비자법이 규정하고 있는 금지청구권이나 청약철회권을 알지 못한다. 또한 우리 소비자기본법은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를 지정·고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비해, 독일은 부당거래행위의 유형을 민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등 법률에서 명문화함으로써 입법기술상 소비자보호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사업자로 하여금 금지되는 행위유형에 대해 예측가능성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러한 점은 우리 법제의 정비에 필수적으로 참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법의 민법에의 통합 수용가능성에 대한 학계의 제안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소비자보호 정책과 법제의 정비에도 유럽연합과 독일의 대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차산업 혁명이 주도하는 신기술(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사물인터넷, 가상현실(증강현실), 자율자동차, 드론, 3D프린팅, 블록체인 등)의 오작동과 안전사고, 차별, 프라이버시 및 특허권 침해, 해킹 등으로 소비자피해와 소비자불만, 소비자분쟁 등 당연히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

이미 독일이나 미국, 유럽연합(EU), 국제기구 등은 부분적이지만 4차 산업혁명 관련 소비자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은 소비자문제전문위원회(SVRV)가 2016년 소비자권리 2.0 (Verbraucherrecht 2.0)이란 의견서를 제출해 알고리즘 관련 내용을 제안했으며, 미국은 백악관이 빅데이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utomation and the economy, 2016) 등에 관한 보고서에서 소비자프라이버시 문제를 검토했다.

우리도 이제 위험과 불확실성 규제를 위한 사전예방원칙반영과 기술에 대한 보안기준, 해킹 등의 보안침해시 리콜 조치, 결함정보보고의무 강화, 기업 내 윤리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위해방지정책과 법제의 정비가 필요하다.

로봇과 의료기기(3D프린팅) 등 신기술 규격의 국내·외 표준제정, 표시·광고의 공정화, 부당거래행위 기준 정비와 전자상거래상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분쟁해결을 위한 기준 정비와 사고 유형별 소비자피해구제시스템을 만들고 전문가 책임을 재정립해야 할 때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연기영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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