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LG그룹이 20일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1주기 추모식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구 전 회장의 별세로 그룹 경영을 맡게 된 지 1년이 지난 구광모 회장은 조용하지만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LG그룹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날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의 최고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간소하게 치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추모식은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 상영과 추도 메시지 낭독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5월20일 숙환으로 별세한 구 전 회장은 고인과 유족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구 전 회장은 1975년 심사과 과장으로 ‘럭키금성’에 처음 입사해 1989년 그룹 부회장에 올랐고, 1995년 2월 22일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은퇴하며 50세에 LG의 제 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 해 세계 시장으로의 미래를 대비하며 럭키금성의 사명을 LG로 변경했다.

구 전 회장은 23년간 ‘전자-화학-통신서비스’를 성장시키며 연구·개발에 사업의 중점을 뒀다. 서울 마곡지구에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인 ‘LG 사이언스파크’를 설립해 인재 육성에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전기차용 배터리 등 자동차부품, 차세대 디스플레이, 에너지, 바이오 등의 분야를 통해 그룹의 미래 기반을 다졌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선진적 지배구조 구축에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구 전 회장의 타계 이후 구광모 회장은 LG가문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권을 물려받고 최근 LG그룹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공식적인 총수 자리에 오른 만큼 지난 1년간 추진해 온 미래 먹거리 확보의 속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지난해 6월 ㈜LG 임시주총을 통해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되며 안정적인 경영행보를 보여왔다. 취임 이후 첫 현장경영으로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성장사업과 미래사업 분야의 융복합 연구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당시 “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R&D 메카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 중요성이 계속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올해 첫 대외행보도 LG사이언스파크를 선택했다. 구 회장이 성장동력 확보와 인재유치 등 그룹의 ‘미래 대비’에 특별히 집중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곳에서 열린 ‘LG 테크 컨퍼런스’에 참석해 “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한 LG의 R&D 공간에서 최고 인재들이 미래 기술을 선도하며 꿈을 이루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에서도 ‘인재 유치’ 행보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6일 미국을 방문, 유학 중인 R&D 석·박사 인재 유치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하얏트리전시 호텔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구 회장은 이날 이공계 석·박사 과정 한국인 유학생 300여 명을 만나 “제 꿈은 LG가 고객과 사회에서 가장 신뢰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이 꿈을 이루는 데 여러분이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LG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해외 스타트업 투자 행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미국 출장 당시 구 회장은 권영수 부회장, 안승권 LG사이언스파크 사장과 함께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찾아 운영 현황과 투자 포트폴리오도 살펴봤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기업 벤처 캐피탈(CVC)이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총 4억2500만달러(약 4800억원)를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룹은 그간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미국 스타트업에 약 1900만달러(약 216억원)를 투자했다. 주로 자율주행,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바이오·신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 등의 유망 스타트업들이 대상이다.

LG에 따르면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최근 5G 시대의 콘텐츠 역량 강화를 위해 가상현실(VR) 플랫폼 서비스 스타트업 ‘어메이즈브이알(AmazeVR)’에 200만달러(약 22억7700만원)를 투자했다. 어메이즈브이알은 카카오톡 출신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온라인 플랫폼에 300여개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인터랙티브 가상현실 영화 콘텐츠를 제작해 방송하고 있다.

앞서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10월 모빌리티 공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라이드셀(Ridecell)’에도 투자했다. 올해에는 미국의 저속 자율주행 셔틀 개발 스타트업 ‘메이모빌리티(May Mobility)’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그간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와 광학 필름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옵토닷(Optodot)’, 요리법 제공 및 식재료 배달 서비스 플랫폼 업체 ‘사이드쉐프(SideChef)’, 모바일 분야 등에 대한 벤처투자 회사인 ‘노틸러스 벤처 파트너스(Nautilus Venture Partners)’ 등에 투자해 왔다.

LG는 이 외에도 도쿄에 ‘LG사이언스파크 일본 신사업개발담당’을 두고 현지 소재·부품 분야 강소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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