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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달 교육 칼럼]손흥민 선수의 다(多)득점은 축구 이론 학습의 결과인가?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 승인 2019.05.17 14:37

[여성소비자신문]‘변화만이 유일한 상수(常數)’인 시대에 자녀를 위한 교육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하나 분명해 보이는 것은 스스로 깊이 성찰하고 다른 사람들과 치열하게 논의하면서 창의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지성적 역량을 기르는 일이다. 여기서 인성의 측면은 다음에 논의하더라도, 이러한 지적 역량을 갖추려면 학교에서는 무엇을 학습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은 인류가 남겨 놓은 ‘지적 유산’을 학습하는 일이다. 특히 교과의 이론이나 개념 등으로 구성된 지식은 좋은 학습거리일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손흥민 선수처럼 축구에서 많은 골을 넣으려면 축구경기, 몸 동작과 슛 등의 스포츠에 대한 개념과 이론을 깊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식은 우리가 지닌 이성의 힘으로 인간과 자연 세계의 어떤 사물이나 상황 또는 활동의 내용과 의미를 언어와 문자로 표현한 대표적 상징이다. 흔히 철학이나 과학, 역사, 문학 등에 걸친 고전들은 인류의 지성사에서 이루어진 지식을 잘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지식을 통하여 우리는 이 세상을 자유롭게 상상하고 사실인 듯 꾸밀 수 있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합리적 능력을 더욱 배양하고, 읽고 말하고 쓰고 듣고 셈하고 생각하는 기술을 익히며 나아가 지혜와 진리를 얻고 사상을 통달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답은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겪고 있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지식을 탐색하는 것이다. 즉, 이러한 경험과정에서 학습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그 방안과 결과를 예측하는 데는 상상력도 매우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손흥민 선수는 축구 이론을 잘 알아서가 아니라 경기를 치르고 골을 넣는 경험을 통하여 ‘골 넣기 지식’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그는 골을 넣으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깊이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자신 만의 지식을 쌓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탐색의 경험에 의해 얻게 되는 지식은 잠정적인 것이지 확실한 것은 아니다.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탐색과정에서 지식을 얻는 사람은 항상 지식에 열린 마음을 지닐 필요가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는 지금까지 정립된 지식과 경험을 검토하면서 지금의 대안을 반성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우리 자신 만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손흥민 선수의 지금의 ‘골 넣기 지식’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가 더 많은 골을 넣고 더욱 경험을 쌓으면서 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손 선수가 과거 다른 선수들의 모범사례나 경기도 검토하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더욱 깊이 성찰한다면 그의 ‘골 넣기 지식’은 또 다른 차원으로 변모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탐색의 경험 과정은 우리가 외부의 것을 수용하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이것이 바깥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또한 탐색자의 열정과 신념 또는 가치관도 중요하다.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쌓게 되는 지식은 그 사람의 태도나 가치관과 더불어 바깥 환경을 변화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손흥민 선수의 쌓여지는 골 경험과 축구에 대한 애착과 자세는 팀의 다른 선수에게도 영향을 주어 자신이 더 많은 골을 넣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지적 유산’과 ‘경험 지식’이라는 두 가지의 답은 학교(또는 교사)의 역할과 관련하여서는 공통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두 가지 견해 모두 학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지적 유산을 가져오는 일이나 어떤 경험을 하게 하는 일에는 학교의 역할이 주를 이룬다.

물론 경험 지식을 강조하는 경우에는 경험의 주체는 학생이어서 학교는 탐색과정에 학생의 관심과 흥미, 학생이 처한 상황과 문제 인식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이는 지적 유산을 강조하는 견해와 다른 점이다.

그런데 ‘변화 만이 유일한 상수(常數)’라 일컬어지는 오늘의 지능정보사회에서는 어떠한가? 우리는 항상 낯선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학습해야 하고 이에 따른 불확실한 상황이 늘 이어진다. 과거의 지적 전통이나 학습모형 그리고 학교의 권위도 이제는 그 기능이 원활하지 않다.

오히려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가 새로운 상황에서 끊임없이 스스로 선택하고 이에 따라 자신의 정체와 문제 해결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상황에 처해 있다. 중요한 지식 역시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의 조건 속에서 우리의 선택에 의해 형성된다. 교육의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의 유산을 고수하거나 그 무엇을 경험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학생들은 자신이 처한 조건 속에서 스스로를 규정하고 문제를 인식하며 선택하는 가운데에서 성찰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손흥민 선수의 무대는 토트넘을 넘어섰다. 세계 축구계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 그에 대한 견제도 그가 처한 환경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그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고 축구 무대와 경기에서 자신의 문제를 무엇이라 인식하며 자신이 선택한 축구와 삶의 길에서 깊이 성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때로는 자신의 과거와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기우리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이럴 수 있을 때 또 다른 차원의 창의적인 자신 만의 축구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어찌 보면 학생들이 자신을 바로 세우고 스스로 잠재적 자유를 확대하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는 학생 자신의 가치관과 태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그래야 자신의 상징을 만들고 정체를 확립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학생들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를 학교와 더불어 때로는 동료들과 같이 논의하면서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 길을 가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것은 초·중학교의 의무 교육을 넘어 전문선택의 기초 단계인 고등학교에서는 더 없이 중요해 보인다. 이것이 학교에서 무엇을 학습해야 하는가에 대한 세 번째 답이다.

필자는 지적 유산이나 경험 지식의 대답도 모두 존중한다. 특히 우리 문화에서는 더욱 그러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학생의 선택과 잠재적 자유의 확대’를 위한 교육과정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하나의 큰 흐름을 차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적어도 고등학교에서 만이라도.

그래야 답이 없는 시대에 우리 자녀는 오늘의 시대를 넘어 자신의 시대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교육 복지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향한 교육의 비전을 실행하는 일이 필자에게는 더욱 소중하다. 진정한 교육의 고통은 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다.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ydch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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