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LG와 SK, 롯데 등이 최근 해외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주력수출품인 핸드폰, 유화, 전기차 배터리 등 주요 제조업종들이 인건비 부담이 적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국내 일자리가 증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련업계에선 ‘제조업 엑소더스(Exodus)’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재계에서는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앞서 지난 9일 롯데케미칼은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에탄크래커(ECC) 및 에틸렌글리콜(EG) 공장 준공식을 진행했다. 지난 2016년 6월 착공한 지 약 3년 만이다.

ECC는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투입해 화학산업의 기초원료가 되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초대형 설비다. 축구장 150여개 넓이인 100만㎡(약 30만평) 부지에서 연간 100만t의 에틸렌과 70만t의 에틸렌 글리콜(EG)을 생산하게 된다. 미국 웨스트레이크(옛 엑시올)과 합작계약을 체결해 사업을 추진했으며 롯데그룹 측이 8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준공으로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량은 국내외를 합쳐 450만t으로 늘어나게 됐다. 생산량 기준으로는 국내 화학사 1위, 세계 7위권이다.

한편 오는 7월에는 LG전자의 평택 휴대폰 공장이 베트남으로 옮겨간다. 평택공장에서 일하던 700여 명은 창원 등 다른 가전 공장으로 전환 배치된다. LG전자는 하이퐁, 평택, 창원 등 생산거점의 생산시설과 인력을 재배치한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LG전자는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LG 하이퐁 캠퍼스’로 통합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평택 스마트폰 생산인력은 창원 생활가전 생산 공장으로 재배치한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돼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준공된 LG 하이퐁 캠퍼스 베트남 내수 공급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흥이옌(TV, 휴대폰) 생산공장과 지난 2014년 통합 이전된 바 있다. 연간 생산량 600만대인 하이퐁 스마트폰 공장에 연간 500만 대 제품을 생산해온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옮기면서 연간 생산 능력이 1100만 대로 증가하게 됐다. 하이퐁 스마트폰 공장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한다.

평택 사업장은 올해 안에 생산라인 이전과 인력 재배치를 마친다. 생산 인력 750여명을 H&A사업본부 창원 사업장으로 재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LG가 생삼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은 핸드폰 뿐만이 아니다. LG전자는 앞서 오는 2028년까지 LG전자 및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하이퐁 캠퍼스에 총 1조7000억원(1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LG이노텍은 주력 사업인 카메라 모듈 공장의 베트남 이전을 마친 상태다. 베트남 생산 부지 확장을 위해 약 1500억원을 출자하고 국내에서 보유 중인 설비도 현지 법인으로 양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7년 중국에 약 5조원 규모로 10세대 OLED 설비투자를 집행했다. 관련업계에선 “인건비 등 재무부담을 감안하면 추후 10세대 설비를 추가 도입하더라도 국내 파주 공장 보다는 중국 혹은 베트남 내 공장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LG전자에 앞서 가전과 TV, 스마트폰 사업의 제조 설비를 베트남으로 옮겼다. 기술개발(R&D) 및 미래먹거리 발굴은 미국 현지법인 ‘삼성넥스트’가 맡고 생산은 베트남에서 이루어진다.

IT업계 관계자는 “2014년부터 삼성전자의 국내 제조 비중은 20%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휴대폰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으로 꼽힌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 해 판매하는 휴대폰은 약 3억5000만 대에 이르지만 이중 국내 생산량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양 사의 주요 협력업체들도 생산 설비를 베트남 현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조 공장들의 해외 행은 가전과 핸드폰 뿐만이 아니다.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와 관련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 투자 미국, 중국과 유럽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국내 공장을 상대로 한 대규모 신규·증설 투자 발표는 없는 상황이다.

LG화학은 미국 미시간과 중국 난징, 유럽 폴란드 등지에 배터리 생산기지를 가동 중이다.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난징 공장을 증설하는 한편 폴란드 2공장 건설 계획도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헝가리 2공장과 미국 공장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만 약 3조원을 배터리 사업에 투자하지만 국내 투자는 아니다.

삼성 SDI는 유럽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5600억 원 정도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 증설 규모와 투자 시기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등 경쟁사에 비해 적은 규모지만 전영현 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배터리 투자계획과 관련해 “글로벌 생산거점을 키우면서 외형적으로 덩치만 키우기보다 수익성에 바탕을 둔 질 높은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말하면서 투자가 확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 사장은 지난 3월 20일 열린 삼성SDI 주주총회에서도 “올해 자동차용 배터리를 중심으로 투자해 미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사측과의 임단협에서 전기차 등 미래 차종을 국내에서만 생산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는 이달 말 사측과 ‘2019 임금·단체협상’ 상견례를 앞두고 사측에 요구할 올해 기본급 인상안과 기타 요구사항을 최근 확정했다.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성과급 당기순이익의 30% 지급 등이다.

지난 8일 오후 확정된 요구안에는 기본급 12만3526원(5.8%·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급 당기순이익의 30% 지급, 상여금 통상임금에 적용 등이 담겼다. 한편 노조는 이에 더해 단체협약 42조 7항 일부 문구를 삭제하도록 사측에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항은 해외 공장 이전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이브리드·전기·수소차 등 미래 신차 개발 시 경영진이 생산 공장을 할당할 때 국내 공장을 ‘최대한’ 우선해 배치한다는 내용이다. 노조는 여기서 ‘최대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할 것을 요구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차 물량을 무조건 국내 공장에 우선 배치하도록 해외 공장으로의 배치에 대한 여지를 줄 수 있는 조항을 수정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선 “노조 몽니를 피하고 인건비 등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공장을 이전하는 것 외에 별다른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와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018년 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는 전년대비 11.6% 증가한 497.8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아시아, 유럽 및 중남미 지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는 전년대비 각각 27.5%, 63.1%, 20.0% 증가했고 북미지역 해외직접투자는 27.0% 감소했다.

제조업 분야 해외직접투자는 전년대비 92.7% 증가한 163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고,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전년대비 각각 4.7%, 31.7% 증가했다. 1억 달러 이상 대규모 투자도 전년대비 4.9% 늘었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했다고 해서 반드시 국내투자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아시아에서는 베트남과 중국, 유럽에서는 헝가리 등 동부, 미 대륙에서는 중남미의 인건비가 국내보다 낮은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제조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선택을 하지 않을 이유가 거의 없다. 최근 대기업 투자가 이 같은 지역에 몰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 연속 제조업 취업자 수가 10만명 이상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내 제조업계 상황은 각종 정부 규제와 강성노조, 인건비 등 문제로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