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최근 불거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의 중심에 독일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따르면 LG화학은 소송장에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의 3세대 전기차 ‘MEB 배터리 프로젝트’에 회사의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활용해 개발한 배터리를 공급했다”고 명시했다.

이어 “(영업비밀 침해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폭스바겐 공급 계약을 비롯한 잠재 고객을 잃었다”면서 “이에 따른 손실은 10억 달러(약 1조원)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앞서 지난달 29일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2차전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전지사업 법인 ‘SK 배터리 아메리카’가 있는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소장에서 “회사는 2017년 폭스바겐 유럽 배터리 공급자로 선정됐는데, 2018년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직원들을 빼갔다”며 “이후 미국 시장용 전기차 배터리 수주전에서 SK이노베이션이 처음으로 ‘전략적 공급업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폭스바겐 수주전에 참여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던 SK이노베이션이 같은 해 11월 폭스바겐의 ‘전략적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며 기술 탈취가 없었다면 SK이노베이션의 폭스바겐 배터리를 수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폭스바겐은 이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의 중심에 있다. 폭스바겐이 2025년까지 1500만대 전기차 생산 계획을 세운 만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물론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주요 고객이라서다. 2025년까지의 폭스바겐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은 400억~500억 달러(약 47조~59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앞서 LG화학은 삼성SDI, 중국 CATL 등과 함께 폭스바겐의 유럽용 배터리 파트너사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그러나 폭스바겐이 다른 배터리 업체와의 합작법인(JV) 설립을 시도하면서 ‘불화설’이 일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의 북미 물량을 수주한 데 이어 폭스바겐의 JV 파트너 대상으로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소송장에서 이어 “LG화학은 회복 불가능하고 중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이는 향후 재판과정에서 소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델라웨어 법원에 제기된 소송은 결론이 나기까지 2∼3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달 내 조사 개시가 결정되면 내년 상반기께 예비 판결이 나고 하반기 최종 판결이 내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이번 소송이 SK이노베이션의 ‘맞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소장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일체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며 “법적인 대응을 통해 밝히겠다”고 나섰다. 이어 “경쟁관계 기업의 경쟁사의 건전한 영업방해 이슈 제기에 대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음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경쟁관계 기업이 소장을 통해 주장하는 특정 고객사 수주를 포함한 모든 수주는 오랜 기간의 기술개발과 글로벌 경영 노하우 등을 통해 정정당당히 이루어진 것”이며 “업계를 선도하는 차별화된 기술과 오랜 기간 고객별로 준비한 수주 전략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라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이노베이션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선도기업이라고 자부하는 경쟁 기업이 폄훼하고 있다”며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이고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지난 2월 일부 외신들이 보도한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이 SK이노베이션과의 협력을 계속 하면 고객사에 물량공급을 않겠다고 압박했다’는 내용도 여전히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사실일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내 기업으로서 국가적인 이익을 훼손하는 참으로 황당하고 비신사적인 저급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경력직원들이 영업비밀을 침해해서 수주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수주한 SK이노베이션은 물론이고 기술과 공급역량을 보고 선택한 고객사와 자발적으로 이직해와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구성원들 모두를 비난하는 것으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시장은 이제 성장하기 시작한 만큼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업계 모두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밸류체인 전체가 공동으로 발전해야 할 시점에 이런 식의 경쟁사 깍아 내리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가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면 고객과 시장 보호를 위해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