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삼성전자가 ‘비전2020’을 잇는 새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 2009년 이건희 회장이 창립 40주년을 맞아 “2020년까지 매출 4000억 달러 달성, IT업계 1위” 목표를 설정한지 10년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서 연초부터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육성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4일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 비전 2030’ 계획을 발표했다. ‘비전2020’이 종료되는 올해 새로운 10년을 맞아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 ‘초격차’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다는 게 골자다. 비메모리 분야가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시장 석권을 위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체 반도체 시장 70% 비메모리 분야...2030년 1위 목표

반도체 산업은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와 위탁생산을 뜻하는 파운드리 등을 포함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비메모리 분야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에 뛰어드는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의 부침과 연관되어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이지만, 가격 변화가 심해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분기마다 경신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이상 감소했다.

메모리 반도체가 전체 반도체 산업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도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이 필요한 이유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가 비메모리 분야다. 업계에서는 향후 해당 메모리보다 비메모리 분야의 수요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세계 반도체 시장의 호황 배경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메모리 시장 규모는 1240억달러(약 138조원), 비메모리 시장은 2882억달러(322조원)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 (1651억달러)보다 약간 줄어든 1645억달러(184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전체 반도체 시장은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4780억달러(534조)에서 4901억달러(547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모바일 프로세서와 모뎀칩, 이미지센서 등의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았지만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다. 현재 해당 시장 점유율은 대만업체 TSMC가 1위다.

이에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R&D 투자금액이 73조원 규모에 달해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 양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시설 확충에도 60조원이 투자돼 국내 설비/소재 업체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향후 화성캠퍼스 신규 EUV라인을 활용해 생산량을 증대하고, 국내 신규 라인 투자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스템 반도체 R&D 및 제조 전문인력 1만 5천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계획이 실행되면 2030년 까지 연평균 11조원의 R&D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 증가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 반도체업체 협력 통해 국가 시스템 반도체 산업생태계 강화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비메모리 분야가 성장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메모리 반도체와 비교해 상이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의 특성을 갖고 있는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생산이 분업화된 기술집약적 산업이다. 구조가 상대적으로 복잡한데다 창의성에 기반을 둔 회로설계 능력이 요구된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생산설비 확충 등 물적 자본 투자에 크게 의존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편중된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초미세 공정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파운드리 기술 리더십을 제고하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반도체 장비, 소재, 디자인, 패키징, 테스트 등 다양한 전문 업체들의 협업이 필요한 만큼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다.

삼성전자는 특히 국내 팹리스 업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파운드리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SAFE TM(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상생협력을 통해 한국 시스템 반도체 산업생태계를 강화하겠다”며 “국내 중소 팹리스 고객들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개발기간도 단축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IP, 아날로그 IP, 시큐리티(Security) IP 등 삼성전자가 개발한IP(Intellectual Property, 설계자산)를 호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보다 효과적으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가 개발한 설계/불량 분석 툴(Tool) 및 소프트웨어 등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인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국내 중소 팹리스업체는 지금까지 수준 높은 파운드리 서비스를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삼성전자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기준도 완화해 국내 중소 팹리스업체의 소량제품 생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의 개발활동에 필수적인 MPW(Multi-Project Wafer)프로그램을 공정당 년 2~3회로 확대 운영한다. 이에 더해 국내 디자인하우스 업체와의 외주협력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첨단 초미세 공정 파운드리 생산의 핵심 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강화되는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 역량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를 내놓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연결기준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6조2000억원의 2019년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의 경우 전 분기 대비 12.27%, 전년 동기 대비도 14.13% 각각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42.59%, 전년 동기 대비 60.36% 감소했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영업이익률도 11.9%로 전년(25.8%) 동기 대비 절반에 못미치며 크게 하락했다.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은 4조원대 중반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 11조원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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