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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⑧]보이차의 르왁, 용주차를 아시나요?
하도겸 나마스떼코리아 대표 | 승인 2019.04.19 18:06

[여성소비자신문]1989년 12월 14일 무렵 우리나라 학생가는 갑자기 ‘서유기’(西遊記)에 대한 관심으로 달아올랐다. 일본의 ‘주간 소년 점프’의 연재작 ‘드래곤볼’(Dragon Ball)을 우리나라 최초의 주간 소년 만화잡지인 ‘아이큐점프’(IQ JUMP)가 수입하여 호당 50만부의 경이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기 때문이다.

7개의 드래곤볼을 모으면 용신이 나타나 어떠한 소원이라도 들어준다는 말을 들은 손오공은 부르마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무천도사, 오룡과 우마왕, 푸알 등을 만나는 모험담을 보며 우리들은 입시지옥과 시대의 모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쉴 수 있었다. 지금 보면 귀여운 푸알은 보이차(普洱茶)의 중국발음인 '푸얼'에서, 친구 오룡은 우롱차(烏龍茶)에서 온 것 같으니 원작자 도리야마 아키라[鳥山明]는 정말 차를 좋아했던 차인 같다.

차라고 할 수는 없지만 차가 아닌 것도 아닌 차를 차외지차(茶外之茶)라고 하는데, 커피로 말하면 루왁이 그런 것이다. 코피 루왁(Kopi Luwak)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커피로 로부스타(Robusta)나 아라비카(Arabica) 커피 열매를 먹은 사향 고양이(Civet)의 배설물에서 커피 씨앗을 채취하여 가공한 것이다.  희귀성 때문에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커피로 유명하다.

커피에 루왁이 있다면 보이차에는 드래곤볼이라고 하는 용주차가 있다. 용주(龍珠:Pu'er Dragon Ball Tea)는 중국인들이 잘 마시던 흑차 가운데 오래된 노(老)보이차에서만 볼 수 있는 원통형의 차벌레의 배설물 즉 충시(虫屎)를 아주 작은 구슬처럼 정제한 것을 말한다. 좁쌀 만큼 작은 구슬 모양으로 충주(虫珠)라고 하고 이 차를 충시차(虫屎茶)라고 하는 것은 알겠는데 왜 용주(龍珠)라고 하는 것일까?

동남아시아나 광서장족자치구(広西壯族自治区), 그리고 운남지역의 소수민족인 모족(苗族)은 가정용으로 장미 등의 잎을 먹은 차벌레의 배설물을 모아서 땡볕에 말리거나 솥으로 건조시키는 방법으로 마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중에는 나무통에 잎을 넣고 차벌레를 넣어 대량으로 배설물을 모으기도 했다. 그래서 식물에 따라 화향아차(化香蛾茶), 삼엽충차(三葉虫茶) 등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충시차는 이런 건 이름만 같은 뿐 보이차와 관련된 용주차라와는 다른 것이 된다.

오래된 보이차를 구입하거나 오랫동안 보이차를 보관하다 보면 차벌레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보이차 속에서 발견된 벌레를 다충(茶蟲)이라 하고 일본에서는 나방벌레의 유충인 아(蛾)라고도 하는데 일생 동안 찻잎만 먹는다고 한다.

그 양이 매우 적어서 상품의 충시차는 적어도 30년 이상 보관된 노 보이차(특히 타차나 병차)에서 발견되며 농약을 뿌린 차에는 생길 수 없을 것 같다. 연필심 같은 원통형의 모습으로 보이차 한편에서 아주 조금만 나와 붓으로 쓸어담는다. 까닭에 중국 현지에서는 1g에 400위안이나 하고 오래전에 수입된 것이 일본에서 1만엥이나 한다.

충분차(虫糞茶)라고도 이 차외지차는 흑차인 보이생차의 색보다 조금 진한 색을 띄고 있으며 배설물의 냄새는 없고 거꾸로 차향이 좀 더 강하다. 맛은 산미와 함께 꿀맛 즉 밀(蜜)향이 좀 더 강해서 보이차보다 좀 더 달달한 느낌이 있다. 차벌레의 유충이 차옆을 먹는 소화 과정에서 효소에 의해서 아미노산이 증가했기 때문에 생차보다는 숙차의 맛에 가깝다고 한다.

이시진(李時珍)이 1578년에 저술한 중국 명나라의 대표적인 한의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충시차에 대해서 차도 되고 약도 되며 차와 비슷하나 차가 아니기도 하다(亦茶亦藥 似茶非茶)면서, “열의 해소를 돕고, 독을 풀어내며,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소화를 도우며, 또한 설사에 좋으며(지사 止瀉), 잇몸의 출혈과 병에 좋다”고 적혀 있다.

이 차가 위를 건강하게 하고(건위 健胃) 장을 편하게 하는(정장 整腸) 효과가 있어 위장약 등으로 이용된 것은 다른 잡균의 번식을 막는 효소와 천연 항생 물질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차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해서 다정(茶精)이라고 하나보다.

용주에는 단백질, 지방, 당류, 인, 철, 아연 등 미량원소과 함께 인체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 8종을 모두 함유한 18종의 아미노산이 전체의 1/3이나 된다. 용주를 한데 모아서 잘게 가루로 만들어 전다법으로 우린 용주차는 보이차의 꿀같이 달고 부드러운 맛에 보이차 보다 깊고 진한 한약의 탕색으로 시큼한 맛 그리고 과일향이 난다.

차탕의 색을 봐도 은은하게 푸른 빛이 보이는데 복용한 분 대부분이 바로 눈이 맑아지고 몸이 따뜻해지고 피로가 풀린다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정말 간과 방광 등에 즉각적인 효과가 있나보다.

‘용의 구슬’ 즉 여의주(如意珠)는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하늘의 보물이다. 차벌레 그리고 30년이상의 시간이 합작해서 만든 후발효차인 보이노차의 진수라고 차외지차인 충시차. 마시게 되면 눈이 맑아지고 장이 튼튼해지니 그 옛날 쓸만한 약이 없던 시절에 차를 가꾸던 농부에게는 여의주와 같은 의미가 아니었을까? 언젠가 꼭 한 잔 더 마셔봐야겠다.

사진은 대만 신북시 평림 차업 박물관에 전시된 차들 가운데 대만오룡인 대차12호(금선) 이다

하도겸 나마스떼코리아 대표  dogyeom.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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