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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달의 교육칼럼]초등학생 때 맞춘 옷을 대학생이 되어 입을 수는 없다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 승인 2019.04.18 15:24

[여성소비자신문]무릇 인격성을 지닌 인간은 스스로 성찰하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성의 능력을 확대하고 세상의 이치를 깨치게 된다. 이는 동시에 자신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말로 도(道)를 수행하는 것이다(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 교육은 이러한 도리(道理)를 시대의 지향과 학습자에 맞추어 스스로의 경험으로 닦아 이루어냄을 말한다.

그러면 오늘의 시대는 어떠한가? 오늘의 지능정보사회를 일컬어 혹자는 “변화만이 유일한 상수(常數)”라 말하기도 한다. 그 만큼 낯선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학습해야 하고 이에 따른 불확실한 상황이 늘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상항에서 어떤 것을 배워서 시간을 두고 이를 적용하는 근대적 학습모형이나 학교제도는 이미 작동을 멈추었다. 오히려 항상 낯선 것에 접하면서 스스로 깨치고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변화의 시대에 교육이다.

이제 우리의 학교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 새 판을 짜야 한다. 대학입시를 보통교육과 고등교육의 핵심 통로로 하는 6-3-3-[대입]-4의 학교체제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에 이르렀다.

이 체제는 확실성의 근대적 사고를 바탕으로 1946년 교육기본법 제(개)정으로 마련되었지만 이후 70여년이 지났다. 이미 세상은 확실성의 근대를 넘어 4차 산업혁명의 불확실한 시대에 이르렀다. 과거의 틀 속에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도 같은 것이다.

표준화된 사회가 아니라 개인의 인격과 창의의 역량이 중시되는 지금, 그 옛날의 체제가 맞을 리 없다. 우리는 “시대와 자신을 진실로 알아야 한다.” 사교육의 병폐나 학교의 혁신이 제자리에 머무는 이유도, 아무리 입시와 평가제도를 바꾸어도 ‘SKY 캐슬’이 만들어지는 것도 시대와 개인이 지닌 지향이 지금의 교육체제가 지닌 특성과 근본적으로 괴리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지금의 학교제도”를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관계 맺음을 해야 할 때를 맞이한 것이다. “초등학생 시절의 옷을 대학생이 되어도 입으려 한다면 몸에 맞을 리가 있겠는가!”

우선 고등학교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성찰하면서 흥미와 적성에 따라 창의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도록 해야 한다. 중학교까지를 의무교육으로 하고 고등학교는 미래를 위한 진로학교로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 고등학교는 입시준비 기관이 아니다.

이렇게 하려면 고등학교가 사회와 산업과 일과 연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은 이룰 수 없다.

동시에 대학의 입학도 고등학교만이 아니라 산업과도 연계되어야 한다. 대학의 학부는 더 이상 상아탑이 아니다. 대학 입학이 고등학교 졸업과 주로 이어지는 입시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대학은 이제 평생 학습사회의 하나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아마도 대학 정원의 50%는 산업계에서 일하던 분들로 채워질지 모른다. 이것이 진정한 대학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이처럼 보통교육에서 의무교육과 진로교육이 분리되고, 대학의 개념이 바뀌면서, 대학과 산업 및 미래형 고등학교가 서로 연계되는 체제를 구축할 때, 우리 교육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 미래 세대 모두를 시대의 낙오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능정보 사회와 인구 급변의 시대에 학교제도의 유연화는 이 시대 교육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이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적기이기도 하다.

그래야 이 시대의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와 시민은 스스로 설 수 있다. 도리를 깨치고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면, 우리를 둘러싼 각종 과거의 알고리즘에서 한 발 앞서야 한다. 현재의 학교제도를 넘어 서야 한다.

때로는 핸드폰의 앱이 제시하는 우리의 성향보다 “우리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종합적으로 생각하면서 상황을 뛰어 넘으려는 줄기찬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시대를 이끌 수 있다.

낯선 것과 상황을 넘어서려는 경외(敬畏)의 마음으로 스스로 깊이 성찰하라! 시대의 상황에서 너 자신을 진실로 알라! 이 말들이 실로 중요하게 느껴진다. 더하여 주저하고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교육적 상상력의 발휘를 권해보고 싶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상상력은 틀에 갇힌 제한된 지식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경제적으로 학무모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길을 열어 시대를 이끌도록 하는 일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k-lee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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