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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지난달 말 개최됐던 대한항공 주주총회 이후 ‘스튜어드십코드’를 둘러싼 재계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7일 일반 의결권 행사를 통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반대를 끌어냈다. 이어 29일에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을 겨냥해 정관변경에 나섰다. 정관변경은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무산됐다. 다만 이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한 사례로 꼽히게 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과 관련해 ‘관치’ ‘연금 사회주의’ 등 논란이 일지 않으려면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3월 29일 국민연금이 한진칼 주주총회의 특별의결 사항으로 제안한 정관변경 안건은 회사나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형 선고가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보고 형 확정 3년까지 이사 선임을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찬성표 48.66%, 반대표 49.29%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재계가 이 안건에 주목한 것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의 첫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장사는 한진칼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이 지분의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는 294개사다. 이 가운데 90개사는 국민연금이 10% 이상의 지분을 차지했고 나머지 204개사는 5% 이상 1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SK의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 HDC아이콘트롤스의 정몽규 HDC그룹 회장 선임안, 한세엠케이 김동녕 대표이사의 선임안, 한글과컴퓨터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 등 사내이사 선임안에도 반대했다.

이들은 조양호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선임됐다. 다만 재계는 국민연금의 이같은 행보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영향력과 독립성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7월부터 나왔던 바 있다”며 “국민연금 외에도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투명한 행사로 기업의 경영권이 위축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주총 이후 각종 공제회들도 도입을 검토하거나 예정하는 등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3월 28일 기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은 KB증권, IBK증권 등 증권사 3곳과 KB자산운용, IBK자산운용, KTB자산운용을 비롯한 자산운용사 32곳 등 총 92곳이다. 도입 예정인 기관은 34곳에 달한다.

“국민연금, 관치 논란 피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수탁자 책임 이행해야”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이 '관치 논란'을 피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수탁자책임 이행 및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은 “올해 주주총회는 주주제안이 증가했고 과거에는 1, 2대 개인 주주들이 주요 주재였다면 이번에는 기업경영 감시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기관투자자의 주주제안이 증가했다”며 “상당히 의미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송 센터장은 2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연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송 센터장은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와 관련해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 ‘상법’, ‘자본시장법’ 등 세 가지의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송 센터장은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에 관치 등 우려를 완화하고 연기금 SC 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개선안으로 내놨다.

송 센터장은 “국민연금의 주주 활동에 제기되는 ‘과한 관치’라는 등의 주장은 생산적 논의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일체의 관치나 정치적 고려 없이 기금의 이익에만 충실하고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수탁자 책임 이행 문화·관행 정착, 전문성 제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민연금의 내부 기구 간 역할 배분이 모호하고 수탁운용사에 의결권 행사 등 위임이 어려우며 수탁자책임위의 역할 및 책임성 등 관련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송 센터장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내부 기구 간 역할 배분을 명확화 하고 수탁사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되 엄격한 선정·관리·평가가 필요하다”며 “또 수탁자책임전문위 역할을 강화해 기금 이익에만 충실한 주주활동 의사결정 및 감독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영민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책팀장은 “현재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구조 개선 노력이 진행 중”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내 국내주식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밀했다.

최 팀장은 그러면서 “의결권 행사의 위탁사 일임은 국민연금의 ‘직접운용 부문 의결권 행사방향’ 사전 고시와 충돌할 우려가 있다”며 “위탁사가 국민연금과 무조건 동일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어 이 경우 의결권 행사 위임이 실효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사전고시가 사실상 영향력으로 보기 어렵다는 금융위원회의 법령 해석이 있으나 위탁사의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사전고시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이날 “수탁 운용사가 의결권을 다르게 행사하기 어려운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향후 관계 부처 간 상법 규정의 취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한다”며 “투자일임업자가 실질적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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