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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의 날에 벌어진 우리나라 물싸움
감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9.04.02 16:13

[여성소비자신문]3월 22일이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한 물싸움으로 전국이 소란스럽다. 국제연합(UN)이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정하여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날로 증가하는 인구와 경제활동 및 환경변화로 인하여 지역에 따라 물 부족이나 수질오염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산 킨텍스에서 거행된 2018년 세계 물의 날 행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20세기가 석유전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 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물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어떤 재화를 값에 구애받지 않고 마구 헤프게 쓸 때 ‘물 쓰듯 한다’라고 말하듯이 우리나라는 좋은 물을 마음껏 쓸 수 있는 복 받은 나라로 여겨왔다. 그러나 세계적인 통계치를 볼 때 우리나라 수자원 상황도 만만치 않다.

연간 1인당 평균 강수량이 세계 평균의 1/10에 불과하고 1인당 사용가능 수자원량이 세계 130위로서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물 기근 국가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환경부와 각 지방단체에서는 세계 물의 날을 기해 식수부족 대책, 수질오염방지, 물 산업육성 및 가뭄과 홍수 재난 예방 등 물 관리 선진화를 위한 캠페인과 기념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4대강 보를 해체하려는 정부와 이를 반대하는 4대강 유역 주민들과의 물싸움이 벌어져 물의 날 행사들이 무색해지고 있다. 녹조 발생으로 인한 수질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4대강의 보를 해체해야 한다는 정부와 보해체로 생업 및 가용수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지역 주민들과의 다툼인 것이다.

과거 우리 정부가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유역의 재해방지와 안정적인 산업용수 및 가용수 공급을 위해 설치한 4대강의 저수보가 수질을 나쁘게 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므로 제거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환경정책이 4대강 유역민들의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수량, 수질, 재해예방과 같은 물 관리 기본에 충실하기보다는 정권을 쟁취하기 위한 정치논리와 이념이 우선한 데서 오는 국민들의 피해라고 여겨진다.

예로부터 우리 농촌에서는 농사가 시작되는 봄철이면 물 걱정이 앞선다. 물을 가두어 두는 저수지가 없는 천수답은 물론 저수지 아래의 논들도 갈수기(渴水期)나 저수량이 충분치 못하게 되면 서로 좀 더 많은 물을 쓰고자 이웃사촌끼리 물싸움을 하고 심한 경우 살인 사건이 발생하곤 했다.

그런가 하면 장마철 연속 폭우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여 전국적인 이재민 돕기 모금운동이 연례행사가 되곤 했다. 따라서 역대 대통령들은 물로 인한 재해방지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홍수로 인한 수해방지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는데 1999년 김대중 정부는 24조원이상을 그리고 뒤를 이은 노무현 정부는 42조원 이상의 수해방지대책을 마련하였고 임기 말인 2007년에는 무려 87조원 규모의 ‘신(新)국가방재 시스템 구축방안’을 마련할 정도로 물관리가 국가적인 과제로 이어져왔다.

이어서 2008년에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4대강에 운하를 건설하여 한반도 대운하사업을 통한 통합적 물 관리 체제를 구축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4대강을 운하로 전환시키는데 따르는 환경훼손과 수질오염을 우려한 환경단체와 야당의 결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따라서 이 정부는 대운하사업을 재해방지, 수자원확보, 수질개선 및 지역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수정하여 22조원 이상을 투입하였다. 4대강 살리기 운동이라는 명목으로 수행된 정비 사업으로 신설된 16개의 저수보는 저수량을 10억톤 이상 증가시켰고 홍수방지 및 안정적 물 공급에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이들 보에는 녹색의 조류인 녹조(algal bloom)가 과도하게 성장함으로 말미암아 물의 색깔이 녹색으로 변하고 이로 인한 수질저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이었던 박근혜 정부의 무관심으로 녹조발생이 빈번해지게 되었고 급기야 진보적인 환경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는 현 문재인 정부는 4대강의 저수보를 해체하거나 개방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호우로 인한 재해나 갈수기의 농업용수 공급 및 상수원 취수 중단을 우려한 저수보 주변 지역민들은 보 해체나 개방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즉 과거의 물싸움은 물 부족으로 인한 이웃 간 또는 홍수와 가뭄에 대한 자연과의 싸움인데 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물싸움은 4대강 유역 주민과 환경부와의 갈등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 4대강 정비 사업을 통해서 강 유역 발전을 도모했던 보수우파와 이를 환경파괴로 간주하는 현 진보좌파의 가치관 내지는 이념의 충돌이기도 하다. 즉 물관리가 정치논리로 변질된 것이다.

이 4대강의 보를 둘러싼 물싸움은 어처구니없지만 예견된 갈등이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찾아온 문제를 사실과 과학적 자료에 근거하지 않고 정치적 이해타산 즉 정치논리로 해결하려는데 따른 결과이며 반대 진영은 그르고 자신들은 옳다는 오만과 편견의 결과이기도 하다.

인간이 지닌 가치관이나 편견을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기보다는 여러 각도에서 사실에 근거하여 문제의 참모습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한스 로슬링(H. Rosling)의 ‘사실충실성(factfulness)이 결핍되어 발생한 결과라고 여겨진다.

토목건설회사 경영자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물 관리를 4대강 저수보 공사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던 것 같다. 모든 공사는 일시에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인다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 삼아 이 엄청난 국토사업을 사전 예비 타당성 조사도 생략한 채 3년이라는 단기간에 마쳤다.

녹조발생의 기본은 강으로 유입되는 농, 축, 식품 폐기물이고 저수보 설치 이전에도 여름철이면 녹조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은 모른 체하고 있다. 또한 이 정부를 떠받들고 있는 맹목적 환경론자들은 강바닥이 드러나고 강물은 지체함이 없이 흘러야만 생태 환경 보존이라 여기는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여름철 잠시 발생하는 녹조 걱정에 엄청난 가뭄과 홍수재해와 인근 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고통은 나몰라하는 독선이 안타깝다. 4대강 보설치 이전에 있었던 수많은 호수와 저수보가 모두 녹조발생을 겪는 것도 아니며, 유럽대륙을 가로지르는 운하와 저수보들이 생태환경 파괴라고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들로 말미암아 유입되는 지류의 물을 철저히 관리함으로써 수자원 확보와 수질 저하 방지 효과를 자랑하고 있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비록 무모하였지만 어차피 막대한 예산으로 건설된 저수보의 수질관리를 위해 좀 더 심도 있고 면밀한 자료 분석과 연구로 통합적인 물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이처럼 어이없는 물싸움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감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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