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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협동칼럼⑭]농촌을 가꾸는 예술가들
권갑하 도농협동연수원장 | 승인 2019.03.28 17:33

[여성소비자신문]흔히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시를 짓고 소설을 짓듯, 농사도 짓는다. 그러나 농민들은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다. 울타리에 갖가지 꽃나무를 심는 것은 물론이고 마을 어귀에 장승과 솟대도 세우고 논밭엔 옷 잘 차려입은 허수아비도 만들어 세우는 등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다들 종합 설치 예술가들 같다. 그러니 농촌에서 생산되는 갖가지 농산물들이야 맛과 모양에서 최상의 예술품이 아닐 수 없다.

조금 생각을 넓혀보면 이는 농촌 전체를 하나의 예술 공간으로 가꿀 수 있음을 말해준다. 실제 농촌에 살던 옛 선비들은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담은 원림園林을 경영했다. 해남 보길도의 고산 윤선도 선생은 부용동 원림을 가꾸었고, 담양의 양산보 선생은 숲 속에 소쇄원을 꾸몄으며 문경에는 채헌 선생이 가꾼 석문石文구곡을 비롯해 화지·선유·쌍룡구곡 등 4개의 구곡이 조성되었다. 이들 구곡들은 모두 지역민들의 문화적이고 창조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며, 오늘날에는 관광명소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농협에서는 현재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병원 농협회장이 앞장서고 있는 이 운동은 농민들에겐 경관농업을 유도하고 도시민들에겐 농업·농촌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일이다. 지방자치단체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농촌관광에 꼭 필요한 기반 조성 활동임을 깨닫게 한다.

유럽·일본 등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아름다운 농촌 풍광이 지닌 경제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관이 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본의 지자체들은 조례를 제정해 특색 있는 볼거리 창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그리스 산토리니섬은 건물의 색채를 통일되게 관리하여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명소로 변모시켰다. 지방 정부와 지역민들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좋은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제주의 유채꽃밭과 전북 고창의 청보리밭은 축제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경관농업 사례다. 홍쌍리 여사가 가꾼 광양의 청매실농원도 봄맞이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보령의 김유제 시인은 혼자의 힘으로 보령댐에서 자신의 마을 봉성리에 이르는 도로변에 시비를 만들어 세우는 등 경관 콘텐츠 조성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찍부터 우리나라는 삼천리금수강산이라 불렸다. 그만큼 경관이 수려한 곳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부재와 공무원들의 의식 결여, 지역민들의 개발 의지 부족으로 세계적인 관광지로 가꿔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종 갱신 등 산림 개발과 건축물에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통일된 디자인 반영, 전통에 기반을 둔 걷고 싶은 길 조성 등 정책 개발과 지원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대대적인 규제 개혁을 통해 속도를 내야 한다.

모두가 예술가인 농촌 주민들은 마을 가꾸기에 자신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때가 되었다. 귀농·귀촌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도시민들도 농촌 가꾸기에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농촌은 도시민들이 머물며 건강한 삶을 누릴 전원생활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권갑하 도농협동연수원장  sito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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