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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달의 교육칼럼④]‘가정(家政)’-‘SKY 캐슬’이 보여준 것과 보지 않은 것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 승인 2019.03.12 17:47

[여성소비자신문]최근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흔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방송 프로그램은 그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고 문제를 제기하는 측면이 있어 연구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 드라마가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특정 집단이나 지역의 경험적 이야기를 통하여 가정이 교육불평등을 매개하는 과정을 드라마라는 허구의 서사를 빌어 비교적 소상히 드러내 주었다.

확실히 교육 불평등은 우리 시대에 해결해야 할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이 없다. 교육불평등은 흔히 교육의 기회와 질이 사회계층이나 집단에 따라 다르게 또는 편향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경우, 급격한 교육팽창에 따라 교육불평등을 나타내는 교육지니계수가 국제적으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류층은 교육환경이 우수한 지역에 거주하면서 자녀의 양육방법을 서로 공유하며 좋은 학업성취를 얻는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또한 실제로 연구결과도 중산층과 하층 사이의 사교육비 격차나 자녀교육에 대한 생각이 구체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고학력 중산층들은 학력을 중시하고 직업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녀의 학습의욕을 자극하고 관리하며 때로는 효율적인 학습을 위한 메니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에 비하여 여건이 부족한 저소득층은 대학의 역할을 소흘히 여기고 “사는 것은 다 자기하기 나름”이라 생각하면서, 자녀의 학업에 대해서도 강하게 개입하지도 않고 높은 성취목표를 주입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SKY 캐슬’이 보여준 우리 사회의 교육 불평등 양상은 그 나름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다른 한편 가정은 교육 본래의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교육공간이다. 집(家)은 물론 어는 서양 철학자의 말처럼 가까움과 따스함을 맛보는 휴식의 공간이며 거주하면서 주변 세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자기성을 확립하는 공간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가정은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스스로를 절제하고 삼가며 함부로 행동하기를 두려워하는 것(戒愼恐懼)을 배우는 학습의 공간이다. 이점을 ‘SKY 캐슬’은 보지 않았다.

가정은 한 인간이 태어나 자라는 곳이며, 그가 삶을 마감하는 장소이다. 인간은 사회로 나가 일하며 새로운 세대를 꾸리기까지 대부분을 가정과 학교에서 생활하게 된다. 특히 어린 시절에는 가정에서 부모 형제와 함께 생활하면서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을 배우고 사회의 질서를 익히게 된다. 이는 동시에 성실함과 바름을 함양하고 스스로를 깊이 성찰하면서 잘못을 고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기도 하다.

가정에서 우리는 일어나고 잠자고, 씻고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시의 적절하게 말하고, 의복을 챙기고, 친척의 모임에 참여하고, 가족의 애경사를 같이 겪게 된다. 이렇게 일견 사소해 보이는 일상사에 대한 삼가고 성찰하는 공부가 쌓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고 세속의 염치없는 이익을 거부할 수 있는 자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를 통해 인간의 도리를 깨치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가정 생활을 통해 사람들은 직업을 갖고 일하면서 서로 협력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가정은 실로 인격을 수양하고 사람됨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공부가 이루어지는 텃밭인 샘이다.

가정이 인간의 삶과 교육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이미 동서양의 많은 사람들이 언급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대학(大學)》과 같은 동양의 고전에서는 “가정을 통해 자신을 수양하고 부모와 형제를 공경하는 것이 천하 경영의 시작이다”라고 설파하고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말한 것은 국가를 통치하든 사회적 성공을 이루든 이 모든 것의 핵심은 부모에 대한 존경과 친애, 형제에 대한 존중과 배려, 자녀에 대한 사랑과 같은 가정의 도리에 닿아 있다고 여긴 때문이다.

프로이드(Freud S.)와 같은 심리학자들도 가정에서의 인간관계나 부적응 등이 신뢰와 자율의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고 여겼다. 가정에서 생겨난 억압된 욕구나 불쾌한 감정은 비정상적 성격과 사회적 부적응으로 나타나며, 이루어야 할 인생의 여러 과업 달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녀가 인간의 도리를 다하면서 세상을 개척해 가는 리더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는 가정의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 우리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역(周易)’ 가인(家人) 쾌의 상구효사(上九爻辭)에는 “일가(一家)를 다스리고 보존하는 일의 핵심은 정성을 다하고 위엄을 갖추는 데에 있다”고 설파하였다.

여기서 주자(朱子)는 이를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즉, 꾸준히 지극한 정성과 믿음으로 자녀를 대하고 부모가 자기 자신을 돌이켜 반성하면서 스스로를 바로 하고 자신에게 엄하면 집은 올바로 다스려진다는 것이다.

이는 가정을 다스리는 원칙일 뿐만 아니라, 자녀교육의 핵심이기도 하다. 자녀의 주위를 맴돌면서 정성을 다하여 걱정하고 애정을 쏟고 부모로서 솔선하여 모범을 보이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자녀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더하여 이렇게 되면 자녀는 부모의 걱정과 애정을 이해하고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자녀는 결코 함부로 빗나가지 않을 것이며, 자식으로서 인간의 도리를 다하려할 것이다.

이처럼 ‘SKY 캐슬’이 보여준 것 만이 아니라, 보지 않은 가정(家政)에도 유념할 때에 우리는 남을 존중하고 함부로 하지 않으며 아무 말이나 내뱉지 않는 시민을 지도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염치(廉恥)를 아는 이웃을 마주할 것이다. 갑질 논쟁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교육의 정의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k-lee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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