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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주제파악과 분수 지키기를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9.02.25 11:31

[여성소비자신문]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이 빈번하게 듣는 조언 가운데 하나가 “너무 성급한 욕심 부리지 말고 먼저 주제파악과 분수 지키기부터 하라”는 당부가 있다.

주제파악과 분수 지키기의 중요성은 학생들의 국어, 수학 과목 점수 올리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2012년에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댄스가수로 우뚝 선 싸이(Psy) 박재상씨는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에게 “내 성공의 비결은 주제파악”이라고 싸이식 마케팅법을 강의했다고 한다.

사업가인 부모님의 뜻을 따라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국제경영학을 공부하러 유학을 갔으나 그것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는 빠른 주제파악으로 전공을 음악으로 바꿨다. 음악의 길로 들어섰지만 자신은 고도의 음악성과 외모를 갖춘 다른 가수들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고 이들과의 경쟁을 피해 좀 더 쉬운 음악, 쉬운 춤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유튜브 조회수가 30억 이상을 기록한 대성공을 거두었다.

한 때 갑질 논란으로 비난을 받기는 했지만 30대 초반 트럭행상으로 시작하여 야채, 과일 전문점 ‘총각네 야채가게’를 탄생시키고 이어 생과일주스 전문카페 등 독보적인 농산물 전문 브랜드로 성공적인 경영자가가 된 이영석 대표 또한 그의 성공 비결을 ‘본인의 분수와 주제파악’이라고 하였다.

그런가 하면 우리 주위에는 싸이나 이영석 대표와는 달리 충동구매를 일삼고 거짓 과대광고에 현혹되어 빚을 내어 투자하는 등 분수를 지키지 못해 후회하고 패가망신 당하는 사례들이 얼마나 많은가. 주제파악이라는 말은 사용하는 것 마저 조심해야 한다.

2015년 2월 서울 강남의 어느 음식점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단초는 주제파악 못하는 친구를 훈계하는데 있었다. 음식점을 경영하는 50대 남성은 “능력 없는 놈이 주제파악도 못한다”라는 핀잔을 듣고 격분하여 친구를 흉기로 살해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교적 자신의 상황파악이 안되고 주제파악과 분수 지키기에 약한 단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지도자들 가운데 이러한 약점을 가감 없이 노출함으로 사회가 혼란해지고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정책보좌관의 이야기이다. “50~60대는 할 일 없다고 산에 가거나 SNS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ASEAN(동남아 국가연합)으로 가야 된다.”,  “젊은이들은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신남방국가에 가면 ‘해피조선’”이라고 했다.

지난 달 2019년 1월 우리나라 실업자 수가 122만을 돌파하여 IMF 외환사태 이후인 2000년 1월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엄청난 액수의 ‘세금 퍼붓기’로 공공 일자리를 억지로 18만 가량 늘리고서도 이처럼 수많은 실업자를 만들어낸 경제 참사의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오히려 잘못이 지난 정부의 경제정책과 일하기 싫어하는 국민들 탓이라고 큰소리쳤다.

마치 자신이 엉터리 강의를 하고 질문하는 학생들을 윽박지르는 무능한 대학교수(서울 국제대학원 경영학교수)의 행태이었다.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주제파악 못하고 분수 못 지키기는 것은 해외에 나가서도 여전하다. 올해 2월 중순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 여야 대표단과 함께 미국 연방하원을 방문하여 펠로시(Nancy Pelosi)  의장에게 자신이 쓴 족자를 선물하며 자랑스럽게 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사진이 공중매체를 타고 전파되었다. 그 사진을 보고 낯이 뜨겁고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족자에는 한글이 아닌 한문으로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고 쓰여 있었다. 세계 언어학자들이 지구상에서 최고라고 칭송하는 우리 한글을 두고 중국의 한자를 써서 외국인에게 자랑스러워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며칠 전 85세로 타계한 당대 세계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이며 명품 샤넬을 이끌어온 카를 라거펠트(K. Lagerfeld) 조차도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자”라고 한글의 조형미를 극찬하지 않았던가.

문 의장은 네 개의 한자로 된 사자성어가 과거 중국을 종주국으로 여기는 우리나라 선비들의 비굴함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조시대 우리 정치 지도자들의 무능으로 임진왜란이라는 일본의 침략을 받자 중국 명나라의 지원을 받았다. 그 후 도와준 황제국 명나라를 향한 충절을 나타내기 위해 선조, 송시열, 정조 등이 바위나 글로 남긴 글이라는 것을 미국 정치지도자들이 알게 되면 우리나라를 어떻게 여길지 생각만 해도 낯이 뜨거워진다.

세계에서 가장 포악한 독재자 북한의 김정은을 미국이 도와주면 과거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중국을 황제국으로 받드는 것처럼 앞으로 미국을 숭모하겠다는 의사표현이 아닌가. 중국제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굴종과 아부로 주제파악과 분수 지키기가 상실되었던 2017년 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과 같은 모습이 반복되어 더욱 착잡하다.

그 당시 문 대통령이 베이징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에게 한 연설에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우리나라는 주변의 작은 산봉우리’로 비유하였다. 그리고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 주석이 표방하는 국가아젠다(agenda) 즉 중국몽(中國夢, Chinese dream)을 찬미하며 동참을 선언하였다.

이 중국몽에는 우리나라 옛 국가들, 부여, 고구려, 백제들을 자국 역사의 일부에 포함시키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표방하고 있다.

세계인들이 놀랄 만큼 눈부신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500여년 전 이조시대의 무능한 왕들처럼 중국 황제에게 알현하는 듯한 언행이 우리 국민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또 선거여론 불법조작의 드루킹 사건, 환경부 블랙리스트, 청와대의 민간사찰, 공무원들의 내부고발로 불거지기 시작한 각종 불법과 비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부에서 권력형 비리나 정권유착 비리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반칙과 특권이 없는 정의사회가 된 것처럼 자랑하였다.

제발 이제부터라도 대통령을 비롯한 각 분야의 지도자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주제파악과 분수 지키기의 중요성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경황없이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이 시대의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에게 개인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사회적 안녕과 질서 및 내일의 국가 운명을 위해서 모두가 주제파악의 지혜로 분수 지키기를 실천하기를 소망한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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