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안녕하십니까. 먼저 ‘여성소비자신문’의 창간 8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가짜뉴스 등 건강하지 못한 매체와 내용들이 팽창하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진정성과 꾸준함으로 승부해 온 ‘여성소비자 신문’ 발행인과 기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아울러 드립니다. 저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나윤경입니다.

한국처럼 사회·문화·제도적 가부장제가 강력한 자본주의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생산이 아닌 재생산과 소비를 담당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 소비는 여성 자신을 위한 소비이기보다 가부장의 생산성을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소비입니다. 또한 가족들을 위한 소비이어야 한다고 암묵적으로 그리고 때론 노골적으로 규정되어 왔습니다.

그랬기에 몇 시간이면 사라져버릴 수백만원을 오가는 엘리트 남성들의 저녁 술상은 문제시 되지 않는 반면, 수십 년 보관할 수 있는 중상층 여성들의 명품백은 자주 도마에 오르곤 합니다.

어느 드라마에서 보았듯 수백, 수천만원씩 하는 자녀 사교육도 과하다는 비난은 받지만, 가족과 가문의 명예를 잇는다는 명분은 얻을 수 있습니다. 술상과 사교육은 생산 노동을 위한 ‘투자’이고, 명품백은 그저 과잉적 ‘소비’일 뿐이라는 남성 중심적 혹은 여성 폄하적 인식 때문입니다.

 이러한 오래된 구도에서 생산과 소비는 자본주의사회를 끌어가는 매우 중요한 두 축으로서 이 둘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은 물론, 저소득층 여성을 비롯한 어떤 여성도 생산 없이 소비만을 하고 있지 않다는, 자명하지만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진실을 드러내 준 ‘여성소비자신문’의 역할에 주목합니다.

네, 맞습니다. 어떤 여성도 생산노동에 참여하지 않고 재생산 노동이나 소비만을 하지 않으며, 모든 소비는 생산을 이끄는 주요한 원동력인 만큼 생산보다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저출산으로 한국 사회의 생산력이 위협 받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재생산 노동과 생산 노동의 이분법적 시각이 문제로 보이기도 합니다. 많은 여성들이 그 동안 생색내지 않고 묵묵히 수행해 온 재생산 노동은 현재적 맥락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노동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둘의 관계를 ‘컨슈머(생산소비자) 리포트’라는 기치 아래 허묾으로써 모든 여성을 경제인구로 재개념화 한 ‘여성소비자신문’의 역할은 적지 않다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은 행보로 육아와 가사노동을 비롯한 비가시화 된 여성의 노동을 가시화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경제적 성평등에 기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여성소비자신문’의 창간 8주년을 축하드립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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