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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역사상 '여성 1호' 타이틀 여럿 거머쥔 조희진 전 검사장 "여성의 검사 진출과 역량 강화에 기여한 것에 보람 느껴"
김성민 기자 | 승인 2019.01.30 10:55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검찰 내에서 늘 ‘여성 1호’라는 타이틀을 차지한 조희진 전 검사장.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제19기)을 마친 1990년 서울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 사법연수원 여성 가운데 홀로 검찰에 지원했다.

조 변호사가 임관할 당시에만 해도 검찰은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1982년 사법연수원 12기인 조배숙 전 의원, 임숙경 변호사가 첫 여성검사로 임용됐지만, 4~5년 만에 판사로 전직하면서 여검사가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후 그가 가는 자리마다 ‘여성 1호’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는 1998년 신설된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으로 임명되면서 첫 여성 법무부 과장이 됐다. 2004년에는 의정부지검 형사 4부장으로 부임해 첫 여성 부장검사가 됐다. 2013년 12월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되면서 검찰 역사상 첫 여성 검사장이 됐다.

첫 여성 지검장으로 제주지검, 의정부지검 검사장을 지냈고, 2017년 8월 서울동부지검장에 임명됐다. 또한 2017년에는 문무일 현 검찰총장과 함께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검찰총장 후보자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 최종 후보 4인 명단에도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1월 그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단장을 맡아 검찰 내부 성추행 사건 조사를 진두지휘했으며, 같은 해 6월 검사장급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여성소비자신문>은 조희진 대표변호사를 만나 28년 검사 인생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1호 여성 검사장’ 외에도 검찰 내에서 여성 1호 타이틀을 여러 개 가지고 계신다. 우선 처음 법조계에 발을 딛게 되신 계기를 듣고자 한다.

“법대를 진학해서 법률전문가로서 공익적인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진로를 담당했던 선생님들은 모두 저의 이런 결정을 말렸었다. 당시로선 여성들의 법조계 진출이 아주 드물었고, 고시를 합격하는 과정도 여성에겐 너무 어렵다고 생각을 하셨기 때문이다. 부모님께서는 말리시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권유하지도 않으셨다. 그냥 저를 믿고 기다려 주셨던 것 같다.

사법시험 합격 후 검사시보로 약 4개월간 일했는데, 실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범죄 피의자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하고, 증거 수집하는 일들이 능동적, 적극적이었고, 한마디로 생동감이 있었다. 또 그 과정에서 보람도 느꼈다. 이후 검사를 지망하여 검사로서 30년 가까이(28년 4개월) 봉직하게 됐다.”

-지난해 6월 검사장급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하셨다. 검찰을 떠나올 때 서운하지는 않으셨나.

“30년 가까이 일해 온 검찰을 떠나면서 아쉽고 서운한 감정이 없을 수야 없지만, 그래도 열정으로 최선을 다해 일했고,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떠나올 수 있었다.

특히 작년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으로 재직 중에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이끌며 어려움도 겪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검사로서 좀 더 업무를 매진했어야 하지 않나?’라는 등 업무에 관해 미진했다는 아쉬움이 없이 홀가분했다.

더욱이 내가 검사로 임용될 당시엔 전국에 유일한 여성 검사였는데, 퇴직 무렵엔 여성 검사가 30%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검사 4명 중 1명이 여성인 셈이다. 또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상황이라 나름대로 여성의 검사 진출과 역량 강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는 생각에 보람된 마음으로 그만둘 수 있었다.”

-지난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단장을 맡아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조사를 진두지휘하시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셨다.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에서 성추행 피해와 인사상 불이익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을 세간에 폭로함으로써 검찰총장의 지시로 서 검사 피해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전반에 관한 진상규명과 피해회복 조치를 위한 조사단을 맡게 됐다.

당시 서 검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것은 2010년이었는데, 친고죄 폐지 전의 사건이라 고소 기간이 이미 지나 처벌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직권남용으로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처벌하는 문제가 남았었다.

문제는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분야에서도 그와 같은 사례를 처벌한 선례가 전혀 없었다. 또한 조사대상이 법무부, 검찰 등 국가기관이자 검찰 내부, 즉 제 식구를 상대로 하는 것이라 처음부터 조사단은 ‘셀프(Self) 조사’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법리구성은 물론 증거수집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검찰조직 존립에 관한 문제로 발전될 수 있다는 각오로 사상 초유로 법무부 검찰국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조사단원 모두 사심 없이 최선을 다했다.

조사단을 이끌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검찰 내 인사 상 불이익처분을 직권남용으로 기소한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고, 판결 이유를 보니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와 논거를 거의 100%에 가깝게 인정하는 취지였다.

이 사건은 안태근 개인에 대한 처벌 여부를 떠나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기소했고 유죄입증을 했다는 점에서 epoch-making(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되리라 생각한다.

또한, 향후 검찰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립, 제고하는데 중요한 분기점,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서지현 검사로 시작한 국내 미투(#MeToo) 운동이 최근에는 체육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투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라도 자유롭고 안전하게 또한 평등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성범죄 피해 여성이 피해자임에도 피해사실을 당당하게 밝히지 못했다. 과거 불합리한 사회제도와 분위기를 여성 스스로 극복하고 공론화하여 문제를 당당하게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피력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미투 운동의 긍정적 작용으로 성폭력 피해에 대하여는 엄정, 단호하게 대처하여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문화를 정립하는데 여성이 앞장선다는 의미를 살리되, 여성 스스로, 그리고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협심하여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대립 일변도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회제도 문화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1호 여검사 선배로서, 후배 검사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내가 검사를 시작할 때에는 전국에 여검사가 나 혼자, 1명이었다. 이후 매년 증가하여 이제는 여검사 비율이 30%에 달한다. 검찰에서 소수가 아닌 만큼 검찰의 주인이라는 주인의식, 적극적인 자세로 역량을 개발하고 발휘하며, 검사로서 우리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해 주리라 믿고 있다.”

-검사 생활을 마감하고 법무법인 담박 대표변호사로 제2의 법조 인생을 시작하셨다. 변호사로서의 향후 계획은.

“검사로서 제1의 미션은 우리 사회를 위한 정의구현이었다면, 변호사로서는 법적인 문제에 직면한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검사로 근무할 때는 격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건을 한정된 시간 내에 처리해야 했지만,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사건 수가 적고, 작은 사건 하나라도 의뢰인의 입장에서 아주 세밀하게 접근하고 내용을 파악하기 때문에 일의 완성도에 대한 만족감은 검사 못지않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변호사로서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한 노력을 통해 우리 사회 법률 제도와 문화에 기여하고 싶다.

변호사의 좋은 점은 무엇보다 공직에 있을 때보다는 자유롭다는 점이다. 공직에 있을 때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크고 작은 일에 귀를 기울이고 시간을 할애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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