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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대한중재인협회 회장, 고려대 전 총장 "중재제도, 가장 효율적인 분쟁해결 수단""자동차 분쟁 의료 분쟁에서도 중재 통해 소비자 보호 가능"
한지안 기자 | 승인 2019.01.29 13:48
이기수 전 고려대학교 총장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이기수 전 고려대학교 총장(17대)이 현재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대한중재인협회 회장으로서의 업무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독일 튀빙겐에베르하드카를대학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85년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으로 선임됐다. 이후 1999년 대한중재인협회가 만들어지면서 상임위원으로 선임됐다.

그는 지난 2017년부터 대한중재인협회 회장을 역임 중이다.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는 대한중재인협회는 1100여 명의 변호사와 600여 명의 기업 CEO, 다양한 분야의 교수 500여 명으로 구성된 규모 2200여 명 가량의 조직이다. <여성소비자신문>이 이기수 회장을 만나 중재 제도활성화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중재, 효율적으로 시간 및 비용 절감...대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 가져

이 회장에 따르면 중재는 법원 재판이 아닌 중재인의 판정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중재 판정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그는 이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는 분쟁이 생기면 법원에 소송을 하러 간다. 그렇지 않으면 대체적 분쟁 해결수단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을 활용할 수 있는데, 이는 화해, 조정, 그리고 중재다. 화해는 일반인들이, 조정은 법원이 하는 것이다. 법원에는 사건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조정위원을 선임해 이들이 조정을 해결하게 한다. 다만 조정은 당사자가 조정 결과를 받아들이거나 그러지 않을 것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데 중재는 중재 판정이 나오면 이에 따라야 한다. 소송에서는 판결이라 하고 중재는 판정이라 하는데, 중재를 붙였으면 그 판정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 중재판정은 대법원에 최종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중재는 분쟁 해결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이전엔 상사 중재만 가능했다. 그러다 2016년 법을 개정하면서 민사중재도 가능하게 됐다. 중재를 선택하면 중재인과 이해 당사자들이 언제라도 시간을 내어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송은 판결 일자에 따라야 하니 3개월, 6개월 등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중재는 효율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중재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의 경우 발생하는 분쟁의 90% 이상이 ADR로 해결된다. 일본은 전체의 3분의 2 정도가 소송으로 진행되고 그 외에는 ADR을 선택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체 분쟁의 93%가 소송으로 이어진다.

그는 “다툼이 있으면 법원으로 가서 소송으로 다투니 법원에 사건이 폭주하지 않겠나. 아주 사소한 일로 대법원까지 가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재판은 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 고등 법원에서 2심 재판을 받고 이후 대법원으로 간다. 그런데 대법원은 법률심이다. 1심과 2심은 사실관계를 다툰다. 즉 이게 사실인가 아닌가를 가려내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적용된 법률이 잘못됐다고 판단했을 때 간다. 이 사건에 해당 법률을 적용하는것이 맞느냐 아니냐를 다투는 것이다. 법률관계를 다투므로 법률심이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것을 알지 못해서 변호사에게 ‘끝까지 가자’고 하는 것이고, 대법원에서는 업무가 밀려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소비자권익 보호 방법으로서의 중재 제도

이 회장은 소비자권익 보호를 위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명예 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동차 분쟁과 의료 분쟁 등에서도 중재 제도가 활용된다”며 “소비자들에게 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에 자동차 관리법을 개정하면서 이 법 제 47조의 4항에 자동차의 교환 또는 환불을 위한 중재 제도가 도입됐다. 앞서 발생한 BMW 화재 사건 등이 계기가 돼서 이를 새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시일 내에 자동차 안전·하자 심의 위원회가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제작결함 심의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국토교통부 소속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에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기능이 추가된다는 것이다.

안전·하자심의위원회는 2019년 1월부터 출범한다. 기존 제작결함 심의 등의 업무에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업무가 추가되고 규모도 현행 25명에서 30명 수준으로 확대된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이른바 ‘자동차 레몬법’에도 중재가 포함됐다. 신차의 경우 원동기‧동력전달장치‧조향장치 등 주행 및 안전과 관련된 구조 또는 장치에서 일정 기간 내 동일한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가 중재를 진행한다.

중재는 의료분쟁에서도 활용된다. 이 회장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경우 의료사고피해구조 및 의료분쟁 조정등에관한법률 44조에 의해서 소비자를 보호하도록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중재판정에 대한 불복과 중재판정의 취소에 관하여는 중재법 제36조를 준용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에 따르면 중재 제도가 활용되는 분야는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중재가 최근 늘어나는 온라인 해외 구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구제 절차로서 검토되고 있기 때문. 그는 이에 대해 “(중재 제도는) 해외구매로 인해 발생한 소비자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UN 국제 그래프 위원회 온라인 분쟁 해결에 관한 기술지침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중재제도 활성화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셈이다.

법무부, 이달부터 중재산업진흥기본계획 추진

한편 법무부는 이달 1일부터 중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추진중이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최근 소비자권익 보호를 위해 소비자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려고 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대한중재인협회가 이전 산업자원부 산하에 있다가 2017년 법무부로 이관할 당시 법무부는 중재산업진흥법 5개년 계획을 만들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중재산업진흥법을 통과시켰다”며 “현재 중재산업과 관련해서 싱가폴, 홍콩, 영국이 앞서나가고 있지만 우리도 아시아의 중재 허브로 발전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재산업 진흥 기본계획 시행 기간은 2023년까지로, 주로 건설·상사 등 분야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신속하고 편리하게 해결하는 중재 제도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법률 서비스 및 관련 산업에서 연관 효과가 큰 만큼 이를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중재산업 진흥 기본계획은 대한상사중재원·중재인·법조계·학계의 의견 수렴 및 전문가 자문 등의 과정을 거쳐 수립됐다. 법무부는 ‘세계 5대 중재 강국 실현’이라는 비전 아래 ‘중재산업 진흥을 통한 동북아시아 중재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4대 주요 추진전략’을 세웠다.

주요 계획은 중재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 및 중재 제도를 선진화, 국내 중재를 활성화, 중재 심리 시설 개선, 중재 기관의 사건 해결 역량 강화, 신규 중재 분야 발굴 등이다. 이에 더해 국제중재 사건 유치를 위한 전략 수립 및 지원을 통해 동북아시아 중재 중심국가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이를 두고 “국제중재를 맡을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중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만 먼저 언어, 즉 영어가 중요하다. 중재 그 자체에 대한 홍보가 중요하다. 현재 소비자들에게 중재 제도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기업이나 일반 소비자들에게 중재가 무엇인지를 알려서 이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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