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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머리, 보통머리, 나쁜머리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9.01.14 13:59

[여성소비자신문 ]신문, 방송 등 공중매체를 통하여 꽤나 잘 알려진 손혜원 국회의원이 국익에 반하는 공무의 부당함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향하여 “나쁜머리 쓰며 의인인 척”한다는 모욕적인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순식간에 전국적인 논란거리가 되었다.

신씨가 대학에 입학하여 행정고시에 합격하기까지 10년이나 걸렸다는 것이 손의원이 보는 “나쁜머리” 판단기준이었다. 신씨가 졸업한 고려대학은 세칭 SKY대학이며 그중에서도 행정학과는 대입 준비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이럴진대 고려대학 동문은 물론 대입준비생들에게는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평가인가?

게다가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사무관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를 잘 아는 고시 준비생이나 젊은이들이 실제 졸업 후 4년 만에 행정시험을 뚫는 신씨를 머리 나쁜 젊은이로 매도한 손의원을 향한 분노는 당연하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를 엉망으로 망친 현 정부 하에서 직업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20~30대 청년들의 손 의원을 향한 SNS, 인터넷 댓글에는 손의원을 내 쫓으라는 청와대 청원이 넘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 옳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행동이었다. 나도 부당한 지시가 떨어지면 거부해야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하는 30대 엘리트 공무원을 “자신이 보는 좁은 세계 속의 판단”이라며 풋내기 취급을 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역시 손 의원이 이야기한 “머리나쁜 젊은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통령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참모들은 자신들 만이 머리가 좋고 도덕성이 우수한 완벽한 유전자를 지녔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듯하다. 자신들과 생각이나 이념이 다른 반대 세력에게는 과감하게 ‘적폐청산’ 이라는 이름으로 감옥에 보내거나 자살로 몰아가고 있다.

자신들처럼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하는 행위는 선이고 머리가 보통이거나 나쁜 사람이 하는 일은 악으로 정의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의 도덕적 도그마(dogma)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신 전 사무관이나 김태우 수사관과 같은 공익 제보자들을 “나쁜머리”이거나 “미꾸라지”, “망둥이”라며 인격을 모독하고 위법행위자로 몰아가고 있다. 병적인 지능의 우월감이나 독선에 빠진 정치인이라면 미국의 트럼프(Trump)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그

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기의 머리가 좋다고 자랑한다. 심리학자들은 전임 오바마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참모들보다 자신의 지능이 높다고 으시대는 그를 지능지수 강박증환자(Bizzarre obsession) 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번도 자신의 공식적인 지능지수를 밝힌 적이 없으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지능지수를 대체로 110~130 정도라고 추정하고 있다.

사람의 지적능력을 수치화한 지능지수(IQ)는 1905년 프랑스 심리학자 비네(A. Binet)가 어린이들의 인지검사를 위해 고안하였고, 1916년 미국의 터먼(L. M. Terman)에 의해서 계량화 되었다. 즉 개인의 사물, 언어, 수학적 이해와 문제해결 능력을 수치화하여 인간의 평균을 100으로 설정한 것이다. IQ가 130이상인 사람은 전체 인구의 약 2.2% 정도로서 수재라고 부르며, 145이상이면 천재로 간주되고, 90미만이면 나쁜머리라고 말한다. 기록에 의하면 11살에 하바드 대학에 입학하였고 40개 국어를 구사한 미국의 시디스(W. J. Sidis)는 IQ가 250 이상이고 우리나라 김웅용 박사는 210으로서 5살 때 4개 국어를 구사하였다.

탁월한 물리학자인 아이슈타인(A. Einstein)박사는 160~190이며 권투선수인 알리(M. Ali)는 80정도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오늘날처럼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적능력이 높으면 유리한 점이 많다는 것은 당연하고 학술적으로도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나라와 같이 극도로 이기적 개인주의 경쟁사회에서는 높은 지능지수가 선으로 간주되고 부러움의 대상이다. 적어도 이것은 좋은 대학을 가고 신 전 사무관처럼 행정고시를 치를 때까지는 그렇다.

그러나 한 인간의 성공과 행복을 이야기할 때는 결코 그 영향력이 크지 않아서 IQ로서 한 사람의 성공을 예측할 확률은 약 20%정도라고 한다. 마치 사람의 피부색으로 장래 소득을 예측하는 것과 같다.

한 개인의 성공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IQ 이외에도 많고 다양하다. 우리는 한때 서대문에 있었던 형무소를 서대문대학이고 실제 서대문대학 학생(?)들의 IQ평균이 우리나라 어느 대학보다 높다고 비아냥거린 적이 있다. 성공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세계를 움직이는 인물들은 평범한 보통머리의 소유자들이다.

미국의 국부로 칭송받는 워싱턴(G. Washington) 대통령의 IQ는 118, 그토록 미국인의 사랑을 받았던 케네디(J. F. Kennedy) 대통령은 119, 소련의 공산주의를 와해시키고 미국을 경제 강국으로 부상시킨 리간(R. Regan) 대통령은 105이었으나, 미국인들이 가장 수치스러워하는 닉슨(R. Nixon) 대통령의 IQ는 143의 수재로 알려지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 또한 천재가 아닌 보통머리 소유자들도 많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함으로 1962년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왓슨(J. D. Watson) 박사의 IQ는 120을 넘지 않았으며 그의 자서전에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라고 조언하는 평범한 보통머리 소유자이다. 성공심리학을 연구해온 펜실베니아 대학교 앤젤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 교수는 성공의 비결이 “타고난 재능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로 사는 인생” 즉 그릿(Grit)의 결과라고 결론지었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역경지수(AQ, adversity quotient)가 있다. 후배 교수인 조명환 박사가 펴낸 자서전 ‘꼴지박사’를 읽어보면 지능지수보다는 역경지수 또는 Grit이 한 개인의 성공과 행복을 더 잘 예측해줌을 보여주고 있다. 나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후배이자 AIDS 분야 아시아 최고 전문가인 조명환 건국대학교 교수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머리의 좋고 나쁨보다 역경을 극복하려는 Grit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일단 책상에 앉으면 8시간은 일어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끈기는 있었으나, 이상하게도 성적은 늘 바닥이었고, 꼴지의 굴욕을 맛본’ 나쁜 머리의 소유자이었다고 고백한다. 실력이 모자라 대학의 미달학과에 들어갔고 학습능력이 떨어져 미국대학에서 쫓겨나는 고비를 겪으면서도 대학교수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은 그 꿈이 실현되었음은 물론 아시아 태평양 에이즈학회 회장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는 기적의 드라마를 써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를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의 선물이라고 신앙간증을 하고 있다. 성공과 행복, 사회적 기여는 결코 IQ순이 아니다. 지적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실망하거나 기죽지 말자. 대신에 하고 싶은 가치있는 일을 찾아 열정과 끈기로 최선을 다하자. 좋은머리, 보통머리, 나쁜머리는 결코 개인의 성공과 행복 그리고 사회적 존경을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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